[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을 깨고 0.5% 하락했다. 이는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로, 기업들의 마진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 노동통계국은 15일(현지 시간) 발표한 자료에서,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2% 상승)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0.4% 하락해, 2015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식품·에너지·무역을 제외한 지수도 0.1% 줄었다. 이는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해당 지수가 2.9% 상승했다.
관세 인상에도 가격 전가 적어…기업들이 충격 흡수
이번 하락은 미국 기업들이 관세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감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무엘 톰브스는 “유통업체들이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곧바로 넘기지 않고 있다”며 “관세 효과가 본격화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서도, 기업 5곳 중 1곳만이 10% 원가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수요 위축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미루는 한편, 할인 판매나 원가 절감을 병행하고 있다.
차량 업계에서는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할인 정책을 시행했고, 현대자동차도 6월까지 차량 가격을 동결했다. 반면, 월마트(Walmart)는 관세 부담으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부문 마진도 타격…향후 소비자 물가 영향 주목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 부문 가격은 0.7% 하락했으며, 이 중 40% 이상은 도소매 유통 마진 축소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 가격 급락 등으로 식료품 가격은 2개월 연속 하락했고, 에너지 가격도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생산자물가의 일부 항목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지수에도 반영된다. 이번 하락이 향후 소비자 물가 둔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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