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박현재] 스테이블코인을 지갑에 들고 있는 것은 사실 손해를 보는 것과 같다. 현금을 들고 있다고 해서 현금이 불어나지 않는 것처럼 스테이블코인 보유는 이자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달러를 들고 있기만 해도 이자를 받고 싶다”는 투자자들의 니즈에 따라서, 테라(UST)가 20% 고정 이자를 약속하며 과감한 실험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과도한 수익률과 구조적 취약성 탓에 테라는 붕괴했고, 이 사건은 시장 전반에 큰 교훈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니즈는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2023~2024년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자를 분배하려는 새로운 프로토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자 지급형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한 프로젝트가 바로 리졸브(Resolv)다. 리졸브의 창립자 이반 코즐로프(Ivan Kozlov)는 “스테이블코인은 이자를 분배하기 위한 완벽한 인프라”이라고 표현하며, 안정적인 가격 유지와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새로운 형태의 스테이블코인을 실험하고 있다.
# “이자 나오는 달러 예금통장”을 목표로 한 구조
리졸브는 기존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실물 자산 연동(RWA) 없이, 오로지 암호자산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를 통해 원금의 안정성은 유지하면서도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설계는 전통 금융의 구조화 상품을 떠올리게 하는 이중 트랜치 구조(tranching)를 바탕으로 한다.
리졸브의 구조는 크게 세 가지 핵심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 USR (USD Resolv): 미국 달러 가치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으로, ETH, BTC 등 암호자산을 담보로 발행된다. 담보 자산의 가격 변동은 델타 중립 전략을 통해 헷지되며, 담보 운용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USR 보유자에게 분배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USR은 “이자가 나오는 달러 예금통장” 역할을 하게 되며, 현재 연 환산 약 14%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하며 1년 평균 8.4%의 이자를 제공했다.
– RLP (Resolv Liquidity Pool): USR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프로토콜의 수익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RLP는 담보 풀의 운용 성과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며, USR이 손실을 입기 전 단계에서 위험을 흡수하는 중위험·고수익 상품이다. 실제로 최근 7일 기준 연 약 2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RLP 보유자는 USR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일종의 “보험사 역할”을 하게 된다.
– $Resolv: 거버넌스 및 인센티브 토큰으로, 프로토콜의 방향성 결정과 커뮤니티 보상에 사용된다. 총 발행량은 10억 개이며, 일부는 에어드랍을 통해 배포되었다. 단순한 유틸리티 토큰을 넘어, 프로토콜의 성장에 따른 지분 참여 수단으로 설계되었다.
# 리졸브의 작동 원리: 델타 중립 전략과 파생상품 활용
리졸브가 “이자 나오는 달러”를 가능케 하는 핵심은 담보 운용 전략에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100달러 상당의 ETH를 담보로 예치하면, 동일한 금액의 ETH에 대해 선물 혹은 영구계약을 통해 숏 포지션을 설정한다. 이렇게 되면 ETH 가격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전체 포지션의 달러 가치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를 델타 중립 전략이라고 하며, 가격 변동성을 제거하면서도 담보 자산으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수익 창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 스테이킹 수익: 담보 자산을 Lido 등에서 스테이킹하거나 일드 파밍에 투입해 연 4~5% 수준의 수익을 확보한다.
– 펀딩비 수익: 숏 포지션을 유지한 영구선물 시장에서는 펀딩피(Funding Fee)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는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매수 수요가 높을 경우 롱 포지션이 숏 포지션에 이자를 지급하게 되는데, 이때 연 3~5%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수익은 USR 보유자에게 이자 형태로 분배되고, 남는 수익이나 손실은 RLP 보유자가 흡수한다. 예를 들어 총 9%의 수익이 발생했을 경우, USR 보유자에게 5%를 지급하고 나머지 4%는 RLP의 몫이 된다. 반면 시장 상황이 악화돼 수익이 줄거나 손실이 발생하면, USR은 원금 1달러 가치를 지키고, RLP가 손실을 떠안는다.
# 구조화 금융의 응용: 수익과 리스크의 분리
이처럼 리졸브는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에 따라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USR을 통해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얻고, 보다 공격적인 투자자는 RLP를 통해 수익 증대의 기회를 추구할 수 있다. 이는 전통 금융의 구조화 채권처럼 위험-수익 분리 전략을 스테이블코인에 적용한 사례로, 스테이블코인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 남은 과제와 리졸브의 대응 전략
리졸브의 구조는 매우 정교하지만, 완전무결하지는 않다. 프로토콜 자체도 여러 과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완 전략을 마련해 가고 있다.
– 펀딩비 역전 가능성: 시장이 극단적 약세로 전환되면 숏 포지션이 오히려 펀딩비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리졸브는 미국 국채 기반의 토큰화 자산(Superstate의 USCC 등)을 일부 편입하며 수익원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RLP 유동성 확보 문제: RLP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USR의 신규 발행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위해 RLP에 높은 수익률과 함께, $Resolv토큰 인센티브, 포인트 보너스 등 다양한 참여 보상을 제공 중이다.
– 중앙화 거래소 의존성: 영구선물 운용이 바이낸스 등 CEX에 의존하기 때문에, 거래소의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리졸브는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같은 탈중앙 파생상품 거래소와의 연동을 확대하고, 온체인(HyperEVM)에서의 운영을 통해 점진적으로 의존도를 낮춰가고 있다.
# 크립토 수익형 금융의 새로운 표준 가능성
리졸브는 단순히 1달러에 페깅된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생산적인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개념을 실현하고 있다. 복잡한 파생상품 운용은 프로토콜이 처리하고, 사용자는 위험 선호에 따라 USR이나 RLP를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탈중앙 금융의 전략이 간편한 투자상품의 형태로 변모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수십만 명의 사용자와 수억 달러 규모의 예치 자산, 수천만 달러 수익 분배라는 성과를 달성한 리졸브는, 사이버펀드와 코인베이스 벤처스 등으로부터 1,0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처럼 구조적 혁신과 자본, 사용자 기반을 모두 갖춘 리졸브가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이자 나오는 달러”라는 개념이 현실에서 정착하게 된다면, 리졸브의 실험은 단순한 프로젝트를 넘어 크립토 금융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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