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박현재] 정맥 인식·제로지식 기반 신원 기술 개발…“한국, 전략적 시장”
테렌스 쿽 대표 “개인정보 노출 없이 인간 증명하는 시대 열 것”
“한국 개발자들과 함께 글로벌 유틸리티 생태계 구축하겠다”
[블록미디어 박현재]
“AI로 가짜가 진짜처럼 만들어지는 시대에서 이제 ‘진짜 사람’임을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정맥 인식과 제로 지식 증명(ZK)을 결합한 신원 인증 인프라 ‘휴머니티 프로토콜’(Humanity Protocol)의 테렌스 쿽(Terence Kwok) 대표가 지난 5월12일 고려대 블록체인 학회 ‘블록체인밸리’와 해커톤을 열기 위해 방한해 이같이 밝혔다.
700만명 이상이 등록한 테스트넷, 손바닥 정맥으로 신원을 증명하는 기술, 사용자 데이터에 따른 경제적 보상 시스템까지. 쿽 대표는 한국 시장을 “단발성 진출이 아닌 장기적 협업의 출발점“이라며 주목했다. <블록미디어>는 해커톤 현장에서 그를 직접 만나 프로젝트의 배경과 철학, 한국 시장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A. 휴머니티 프로토콜의 창립자이자 대표이다. 첫 창업은 19살 때였고, 그 회사는 홍콩에서 여행·호스피탈리티 분야 최초의 유니콘 중 하나로 성장했다. 기술 산업에서 쭉 일해 왔고, 최근 몇 년은 특히 블록체인과 디지털 신원(ID) 관련 영역에 집중해 왔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휴머니티 프로토콜은 AI 시대에 꼭 필요한 인프라라고 믿는다.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이제 기술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여 한다고 본다. 그것이 나의 미션이다.
Q. 고려대 블록체인 학회와 해커톤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현재 우리 프로젝트는 테스트넷 단계에 있다. 다양한 개발 툴(API, SDK 등)이 안정화되면서, 실질적인 서비스를 개발해 줄 팀들을 모집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나는 대학생들이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집단이라고 본다. 나 역시 첫 회사를 대학교에 다니면서 시작했고, 결국 자퇴하고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만큼 젊은 세대는 열정도 높고, 기회비용도 낮기 때문에 신기술에 도전하기 좋은 시점이다.
한국은 예전부터 엔지니어링 역량이 강한 나라이고, 특히 고려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 중 하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철학과 잘 맞는 인재들을 만나기 위해 이번 해커톤을 기획하게 됐다.
Q.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A. 한국은 웹3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나라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거래나 투자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고 본다. 우리는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유틸리티 중심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실제로 많은 한국 기업이 훌륭한 기술과 제품을 만들지만, 그 성과가 국내 시장 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한국 시장 자체가 크고, 자체 수요가 충분해서 그렇게 된 것이겠지만, 글로벌 무대에서의 확장을 고려하면 우리가 연결고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테스트넷에만 이미 700만 명 이상이 등록했고, 실제 유저 기반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 개발자들과 함께라면 전 세계 사용자에게도 실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Q. 휴머니티 프로토콜의 기술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떤 철학에서 출발했나?
A. 가장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지금 AI로 인해 가짜가 점점 정교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딥페이크 △가짜 뉴스 △사칭 사기 등 디지털 기반 위조가 너무나 쉽게 벌어진다. 얼굴이나 음성만으로는 더는 진짜를 구분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람이 정말 사람인가’, ‘이 주장은 믿을 수 있는가’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 해결책을 생체 정보, 특히 손바닥 정맥 인식 기술과 제로 지식 증명 기술에서 찾았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민감한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신원을 안전하게 증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임을 증명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통제하고, 더 나아가서는 그 정보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Q. 사용자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되는가? 보상도 가능한가?
A. 그렇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인증 기술로 끝나지 않는다.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이 ‘게임 유저’임을 증명하면, 게임 브랜드가 맞춤형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또는 특정 항공사의 충성 고객임을 증명하면, 관련 서비스나 포인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구조는 기존 광고 생태계와도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는 빅테크가 우리의 데이터를 모으고, 그걸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가 데이터의 주인이 되고, 필요하면 그 데이터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되돌려 받을 수 있게 하고자 한다.
Q. 테스트넷에는 7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A. 현재 다양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곧 모바일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앱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손바닥 정맥을 등록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증을 위한 접근성이 대폭 향상될 것이다.
또 병원, 소매점, 학교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해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홍콩의 병원에 정맥 인증 장비를 설치했고, 의료진이 출입 통제에 활용하고 있다. 기술은 실질적인 유틸리티가 있을 때 힘을 가진다. 단순히 많은 사람을 등록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등록한 사람들이 그 기술을 통해 편리함과 안전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Q. 이번 해커톤을 시작으로 한국에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A. 우리는 이번 행사를 단발성으로 끝낼 생각이 없다. 이 해커톤을 시작점으로 삼아 한국 개발자 커뮤니티와의 접점을 넓히고 싶다. 아시아 시장을 보면 △중국 △일본 △싱가포르 △한국이 디지털 기술 수용력과 소비력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기술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고, 빠르게 반응하는 문화적 특성이 있다.
하지만 아직 웹3 생태계는 개발자 기반이 약한 편이다. 그 부분을 우리가 채워나가고 싶다. 단순히 투자 유치나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같이 구축해 나가려 한다.
Q. 한국 시장은 휴머니티 프로토콜에 어떤 의미인가?
A. 한국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앞서 말했듯이 웹3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질적인 개발과 구축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갖춘 기술 인프라와 글로벌 사용자 네트워크를 한국의 개발자 생태계에 잘 연결하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 시작한 팀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 휴머니티 프로토콜이 그런 가능성의 토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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