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암호화폐 선물 시장의 방향성과 투자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인 ‘펀딩비(Funding Rat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롱과 숏 포지션 간 균형을 조정하는 이 메커니즘은 가격 괴리를 줄이고 시장 왜곡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펀딩비의 개념과 계산 방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 펀딩비란?
펀딩비는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 시장에서 현물 가격과 선물 가격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해 거래소가 설정하는 자금 교환 수수료다. 일반적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주요 자산을 대상으로 한 무기한 계약(perpetual contracts)에서 적용되며, 롱(매수) 포지션과 숏(매도) 포지션 보유자 간 주기적인 현금 흐름을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시장이 상승세일 경우 롱 포지션 수요가 증가하며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 이 경우 거래소는 롱 포지션 보유자가 숏 포지션 보유자에게 펀딩비를 지불하도록 설정한다.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숏 포지션이 우위를 점하게 되며, 이 경우 숏 보유자가 롱 보유자에게 수수료를 지불하게 된다.
이는 시장이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방지하고, 선물 가격이 기초 자산 가격과 수렴(convergence)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 펀딩비는 어떻게 계산할까?
펀딩비는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산출된다:
펀딩 수수료 = 포지션 명목 가치 × 펀딩비율
- 포지션 명목 가치 = 마크 가격(Mark Price) × 계약 수량 (USDT-기반 계약 기준)
- 또는 포지션 명목 가치 = 계약 승수 × 계약 수량 (코인 기반 계약 기준)
거래소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펀딩비는 홍콩 시간 기준 하루 3회 (08시, 16시, 24시)에 정산된다. 정산 시점에 포지션을 보유한 경우에만 펀딩비가 부과되며, 포지션이 없다면 비용은 없다. 다만, 정산 시점 ±15초 이내의 거래도 펀딩비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어 트레이더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 왜 ‘홍콩 시간’인가?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24시간 운영되며, 특정 법정 거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글로벌 거래소들이 펀딩비 정산 시점을 홍콩 시간 기준(HKT)으로 정한 이유는 바이낸스, OKX, 비트겟 등 주요 파생상품 거래소의 법인 및 서버가 아시아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대부분 홍콩 혹은 싱가포르 시간대를 기준으로 운영된다. 암호화폐 시장 초기부터 아시아권 거래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이 시간대가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정착된 것이다.
# 마크 프라이스(Mark Price)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마크 프라이스는 파생상품 계약(특히 무기한 선물)의 청산 기준 가격으로, 거래소가 의도적으로 계산해 제공하는 일종의 ‘공정 가격’이다. 선물시장은 거래량이 많고 투기적 주문이 쏠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체결되는 가격이 일시적으로 크게 왜곡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순간적인 가격 급등락만으로도 투자자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거래소는 단순 체결가격(Last Price)이 아닌,현물 가격(Index Price)과 유동성 기반의 가격을 가중 평균하여 계산한 마크 프라이스(Mark Price)를 기준으로 청산 여부 및 펀딩비 산정 여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 BTC 선물 시장에서 거래가 $63,000에 체결됐다고 해도,
- 현물 평균 가격이 $62,800이고 유동성 평균이 반영되면,
- 마크 프라이스는 $62,850일 수 있다.
즉, 마크 프라이스는 “실제 시장의 공정 가격”을 반영하여 가격 조작과 불합리한 청산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이해하면 된다.
# 시장 심리를 읽는 도구로서의 펀딩비
펀딩비는 단순한 수수료 개념을 넘어 시장 내 과열 신호나 반등 가능성 등을 포착하는 정량적 심리 지표로 활용된다.
- 지속적인 양(+)의 펀딩비: 롱 포지션 집중 → 상승장 후반부일 가능성
- 지속적인 음(–)의 펀딩비: 숏 포지션 과다 → 숏 스퀴즈 가능성 증가
예컨대, 펀딩비가 0.05% 이상으로 장기간 유지된다면 이는 과열 경고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반대로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된다면 숏 포지션 청산을 동반한 급등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펀딩비는 단순한 선물시장 기술지표를 넘어 시장의 심리적 균형을 추적하는 유의미한 데이터로 자리잡았다. 특히 청산 위험이 커지는 장세에서 펀딩비의 방향성과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 시장 전환점을 예측하거나 과도한 포지션 구축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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