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박현재] 인공지능(AI)은 최근 글쓰기, 번역, 고객 상담 등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조하고 있다. 단순 업무는 이미 나와 있는 AI 모델로도 커버가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일 중 하나인 송금과 결제는 AI가 아직 대체하지 못한 영역이다.
쉽게 말해서 완전 자율주행 차량에 타고 다니면서도 톨게이트 요금을 내기 위해 창문을 내리고 티켓을 뽑고 정산하는 셈인 것이다. AI는 판단과 결정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으나 실제 금융행위에는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AI의 판단으로 실물 금융 거래까지 이어지는 데까지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요즘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웹을 탐색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트 워크플로우(agentic workflow)’ 실험이 활발하다. 예컨대 AI 비서는 이메일 답장과 일정 조율은 해도, 항공권 예매처럼 돈이 오가는 단계에서는 사용자 승인이 필요하다.
이는 AI와 금융 시스템 사이에 연결 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AI가 ’10만 원을 보내자’고 결정해도, 은행이나 블록체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AI의 출력은 문자일 뿐, 금융 시스템이 신뢰할 수 있는 결제 명령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 문제가 블록체인으로 옮겨지면 해결될 수 있을까? 작년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이 AI 트위터 포스팅 어카운트 termina of truths에 5만 달러를 보냈던 사건은 꽤나 유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AI 트위터 포스팅 계정이 비트코인 지갑을 개설하고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을 활용해 목적을 달성했을 가능성은 낮다.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는 AI가 만들어내는 출력이 블록체인과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AI가 비트코인을 팔아야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팔아야한다고 외치는 걸로는 비트코인을 파는 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AI의 출력을 블록체인 거래 형태로 번역해주는 중간 계층이 필요하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AIVM(Artificial Intelligence Virtual Machine)’이다. AIVM은 표준 용어는 아니지만, 대형 언어 모델(LLM)의 출력이 실제 블록체인 거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인프라를 지칭하려한다.
AIVM이 존재한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예를 들어 사용자가 AI에게 “메타마스크 지갑에 있는 이더리움(ETH)로 솔라나(SOL)의 밈 코인을 사줘”라고 요청했다고 가정하자. 이 요구를 AI가 처리하려면 다음과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더리움을 밈 코인으로 바꾸는 가장 저렴한 경로 탐색
△메타마스크 지갑과 연동해 ETH를 실제로 스왑
△이더리움을 솔라나네트워크로 전송하기 위한 크로스체인 브리지 사용
△솔라나 지갑과 연결
△밈 코인을 구매하는 거래 실행
AIVM이 만들어지면 내 AI Agent는 각 체인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AI가 생각한 것을 실제로 실행하게 해주는 도구가 바로 AIVM이 되는 것이다. 이 단계까지 나아가면 블록체인의 복잡한 거래는 AI가 전부 도맡아 하게 될 것이다.
AIVM은 AI가 스스로 판단한 내용을 블록체인 상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연결 매체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AI가 경제적 결정을 실행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증명하며,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매커니즘이다.
이 둘이 결합하면,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명령을 제안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자산을 이동시키고 계약을 체결하며,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경제 활동 주체가 된다. 이는 단지 기술의 융합을 넘어서, 블록체인 매스어돕션(Mass adoption)에 있어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AI가 스스로 지갑을 열고, 거래를 승인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면, 블록체인은 더 이상 투기나 기술 실험의 대상이 아닌 실제 AI 경제의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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