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크리스티안 카탈리니(Christian Catalini) 라이트스파크(Lightspark) 공동창업자이자 MIT 암호경제학 랩 설립자는 4월 29일(현지시간) 포브스 디지털 자산(Forbes Digital Assets) 기고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변방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결제 시장 주도권 다툼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도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관련 전략을 내놨다. △페이팔(PayPal)과 코인베이스(Coinbase)는 PYUSD 강화를 위해 협력하며, 기존 USDC 파트너십을 다소 뒤흔들었다. △테더(Tether)는 소프트뱅크와 함께 36억달러 규모 비트코인 SPAC ‘트웬티원 캐피털(Twenty One Capital)’에 자금을 지원하며 미국 내 입지를 다졌다.
△스트라이프(Stripe)는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스테이블코인 제품을 시사했고, △써클(Circle)은 상장을 앞두고 스위프트(SWIFT), 나아가 비자(Visa)·마스터카드(Mastercard)를 겨냥한 결제 네트워크를 발표했다. 이에 대응해 카드사들도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망 구축을 본격화했다.
카탈리니는 “2024년 UCLA 제인 우(Jane Wu) 교수와 함께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시장의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며 “이제 그 전쟁이 본격화됐지만, 대부분은 무대 뒤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은 새로운 도전자들과 기존 발행사인 테더·써클 간의 복합적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과의 거리’, 전통 금융권과의 관계가 경쟁력 좌우
그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경쟁력은 “얼마나 싸게, 얼마나 빠르게 달러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중앙은행 금고와 얼마나 가까운가”는 비유적 표현으로, 이는 곧 시중은행이나 금융기관과의 협력 관계를 의미한다. 카탈리니는 “전통 금융권과 가까울수록 준비자산을 조달하는 비용이 낮아지며, 이는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발행사들은 수익을 △준비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스톡) △이용자 간 송금이나 결제 시 부과되는 수수료(플로우)에서 얻는다. 그러나 금리 하락기에는 수익성이 급감하고, 수수료 경쟁은 결국 수익을 제로로 수렴하게 만든다.
카탈리니는 “PYUSD가 잔고에 연 3.7% 보상을 제시한 것처럼, 발행사들은 수익을 다시 사용자 인센티브로 재투자해야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먼트 샌드위치” 주도권 싸움, 저장 수단으로 진화하는 스테이블코인
카탈리니는 가장 현실화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사례로 ‘스테이블코인 샌드위치’ 모델을 언급했다. 이는 각국의 실시간 결제망(예: 브라질의 PIX, 인도의 UPI, 멕시코의 SPEI)이 국경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결제 오케스트레이션 스타트업들은 국경 간 거래에서 자국 통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블록체인으로 전송하고, 다시 현지 통화로 환전해 정산한다. 이 과정은 외형상 복잡해 보이나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수수료가 낮으며, 이미 매달 100억~300억달러가 해당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카탈리니는 “이런 고속 이동 흐름에서 핵심은 유동성 풀의 깊이”라며 “볼륨이 클수록 환율 손실이 적고 거래가 매끄럽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아 등 인플레이션이 심한 지역에서 디지털 달러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테더가 이 시장을 선점하면서 사용자 기반을 넓혔고, 미국 의회의 법제화가 완료되면 보다 폭넓은 기관·개인이 자산 저장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저장 수단으로서의 위치도 점점 위협받고 있다. 블랙록 등 대형 자산운용사가 주도하는 온체인 국채,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 금융기관이 직접 암호화 기반 자산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최종 승자는 ‘화폐’ 아닌 ‘유통망’
카탈리니는 “최종 승자는 어떤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그 코인을 어디서 쓰게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에는 이용자가 어떤 코인을 쓰는지가 아니라 어떤 지갑·앱·결제수단을 통해 결제하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인베이스는 자사 우선 스테이블코인인 USDC 옆에 PYUSD를 배치했고 △로빈후드, 크라켄은 팍소스(Paxos)의 USDG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스트라이프와 리볼루트도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준비 중이라는 분석이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블록체인 기반 직접 정산 인프라를 구축 중이며, △써클은 ‘써클 결제 네트워크(CPN)’를 통해 카드사를 정면 겨냥했다.
카탈리니는 “핀테크·은행·디지털 플랫폼 모두 생존을 위해 결제 파이프라인과 유통 채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이 주류 결제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결국엔 눈에 띄지 않는 배경 기술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블록미디어 리서처들이 쏙쏙 뽑아 전하는 시장 이슈 ‘아무거나 리서치’ 텔레그램
같이 보면 좋은 기사
스테이블코인, 2400억 달러 돌파 눈앞…한 주간 1.96% 성장 |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