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나 카드 대신 암호화폐를 사용해 커피를 사먹고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최근 결제업체 다날의 ‘페이프로토콜’ 등 암호화폐 결제 방식이 본격화되면서 암호화폐를 실제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 기반 결제시스템이 워낙 공고한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굳이 암호화폐 결제 방식으로 전환할 이유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의 시선도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암호화폐 결제 프로젝트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기존 결제 사업자부터 블록체인 스타트업들까지 최근 잇따라 암호화폐 결제서비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결제 사업자 다날은 암호화폐를 활용한 신사업을 선보였고, 신현성 티몬(TMON) 창립자 겸 의장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Terra)’를 통해 전자상거래에서 암호화폐 테라를 활용한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존 사업을 운영하며 확보한 기술력과 사용자를 기반으로 암호화폐 결제 분야에 새로 진출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관련 업체들도 잇따라 오프라인 암호화폐 결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결제 비용 줄이고 글로벌 진출 기반 마련

다날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페이프로토콜’은 ‘페이프로토콜 월렛’ 앱을 출시했고, 이미 일부 달콤커피 매장에서 자사가 발행한 암호화폐 ‘페이코인’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용자는 페이코인이 상장된 거래소 후오비코리아에서 페이코인을 구매해 페이프로토콜 월렛으로 전송해 사용해야 한다.

반면 테라는 간편결제 서비스 앱 ‘테라X’를 상반기 중 구축하고, 티몬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자사가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 ‘테라’를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용자는 테라를 따로 구매할 필요없이 개인 계좌와 연동해 기존 간편결제 시스템처럼 사용하면 된다.

이들이 암호화폐 결제서비스에 뛰어든 공통 배경은 비용 절감이다. 중개인을 필요 없게 만드는 블록체인을 통해서다.

현재 지급 결제 분야에서는 전자결제대행업체(PG)나 카드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계해주는 밴(VAN)사라는 중개자가 있다.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면 가맹점에서는 VAN사에 매입을 요청한다. 요청을 받은 카드사는 승인 통보를 하고, 이후에 대금을 지급한다. VAN사가 중간에서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대금 지급에는 며칠이 소요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 양사의 공통 접근이다. 결제 단계를 줄여 각 단계에서 발생하던 비용을 절감해 최종적으로 가맹점과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다날과 테라는 기존 사업을 운영하며 확보한 이용자 또는 제휴사를 기반으로 이용처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초기에는 할인이나 보상 정책을 통해 이용자들을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테라는 조건 없는 상시 5~10% 할인을 내세웠다. 현재 네이버페이 등 간편 결제서비스가 구매시 결제 금액의 약 1% 충전해 주는 것과 비교해 꽤 높은 할인율이다.

다날은 앞으로 보상형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일 페이프로토콜 CMO는 “가맹점이나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파트너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보상형 모델을 만들기 위해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이들이 주력하는 시장은 글로벌이다. 테라는 금융 인프라가 열악하지만 휴대폰 보급율이 높은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를 시작으로 글로벌 쇼핑 플랫폼 큐텐(Qoo10), 동남아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캐러셀(Carousell) 등 ‘테라 얼라이언스’에 속하는 글로벌 제휴사로 뻗어나겠다는 것이다.

페이프로토콜은 동남아시아와 함께 일본도 주목하고 있다. 김 CMO는 “일본은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중심으로 결제 환경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동남아시아 지역은 인도네시아 등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온라인, 모바일 결제 중심으로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블록체인·암호화폐 업체들 잇따라 결제서비스 구축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나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자체 결제서비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지갑 업체의 경우 결제서비스를 지원하고자 온·오프라인으로 제휴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다날과 테라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하는 것과 다르게 지갑에서 지원하는 ‘다수의 암호화폐’를 활용한 결제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실제 암호화폐 지갑인 비트베리는 최근 인천공항 콜밴 전문업체 블랙링크와 제휴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모스코인 등 결제시스템을 도입했다. 비트베리는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휴대폰 번호만 알면 암호화폐 송금이 가능하다. 이러한 간편 이용 절차는 일반인들의 암호화폐 접근성을 높였다.

실제 비트베리는 이달 열린 국제제주전기차엑스포에서 일반 참관객 대상으로 디지털 토큰(ECAR)을 에어드롭하고 결제까지 구현해냈다. 최인욱 비트베리 마케팅이사는 “휴대폰 번호만으로 암호화폐 송금 및 결제를 할 수 있어 참관객들은 일반 앱을 사용하는 것처럼 편리하게 이용했다”며 “특히 참관객 사이에서 서로 송금을 해 ECAR 토큰을 모아 결제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후기를 전했다. 이를 발판 삼아 비트베리는 블록체인 전문카페 디센트레, 복합문화공간 컬쳐랩라운지 등에서 오프라인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경우 암호화폐 결제대행(PG) 솔루션 전문기업 ‘하이브랩’과 업무협약을 통해 결제서비스 지원에 나서고 있다. PG사가 보유한 가맹점을 활용해 오프라인 암호화폐 결제서비스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코인제스트는 지난달 하이브랩과 손잡고 하이브랩 결제시스템 ‘페이크립토’를 통해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PG 서비스는 이달 출시 예정이다. 코인제스트 측은 “비트코인처럼 많은 사람들이 보유하고 시장성이 있는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결제서비스가 지원될 가능성이 높고, 추가적으로 코즈플러스(COZP)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즈플러스는 코인제스트의 채굴형 토큰 코즈(COZ)와 배당에 쓰이던 토큰 코즈아이(COZi)를 결합한 형태다.

캐셔레스트를 운영하는 뉴링크 또한 채굴형 토큰 CAP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자체 결제시스템 ‘캡페이’를 구축했다고 최근 밝혔다. 하이브랩과의 협약을 통해 제휴 매장에서 캠페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캐셔레스트는 상반기 중 베타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채굴형 토큰을 발행하는 거래소 중심으로 암호화폐 결제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며 “이는 거래소 이용자를 모으기 위한 마케팅 기능과 자체 발행한 토큰 가격을 방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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