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탈중앙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HYPE)가 한 트레이더의 대규모 공매도 조작 시도로 인해 플랫폼 안정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중심에는 ‘젤리젤리(JELLYJELLY)’라는 초저유동성 토큰이 있었다.
아캄(Arkham)에 따르면 사건은 한 트레이더가 하이퍼리퀴드 내 3개의 서로 다른 계정에 총 716만7000달러(약 104억6000만 원)를 예치하며 시작됐다. 그는 △계정 두 곳에서 각각 215만 달러(약 31억4000만 원), 190만 달러(약 27억7000만 원) 규모의 JELLYJELLY 롱 포지션을 취하고 △다른 계정 하나에서 410만 달러(약 59억9000만 원) 규모의 숏 포지션을 설정했다. 이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전거래’ 형태로,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작해 하이퍼리퀴드 시스템을 교란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이후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숏 포지션을 노리고 ‘숏스퀴즈’가 진행됐다. 온체인상에 하이퍼리퀴드 청산 Vault(HLP)의 청산 기준 가격이 $0.17(약 248원)이라는 정보가 퍼지자, 트레이더와 고래, 커뮤니티 투자자들이 일제히 JELLYJELLY 매수에 나섰다.
이로 인해 가격은 단기간에 400% 이상 급등했고, 공격자의 대규모 숏 포지션은 빠르게 청산 위기에 몰렸다. 문제는 이 포지션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 하이퍼리퀴드의 일반 청산 시스템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HLP가 해당 포지션을 떠안게 됐고, 일부 분석에 따르면 HLP가 떠안은 손실은 한때 650만 달러(약 94억9000만 원)를 넘겼다.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 건 바이낸스와 OKX가 거의 동시에 JELLY 선물 상장을 발표한 시점이었다. 공격자와 커뮤니티가 기대한 대로 중앙화 거래소(CEX) 상장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겼고, 하이퍼리퀴드의 숏 포지션 청산 압박은 극에 달했다.
이 틈을 타 공격자는 자신이 보유한 롱 포지션 계정을 통해 일부 수익을 실현하며 자금을 출금했다. 그러나 12시50분(UTC) 기준 해당 계정들이 출금 제한 조치되면서 미실현 수익을 전부 회수하지 못했고, 하이퍼리퀴드는 이후 JELLYJELLY 선물 시장을 종료하며 해당 가격을 0.0095달러(약 14원)로 고정했다. 이 조치로 인해 공격자의 롱 포지션 미실현 이익은 전부 증발했고, 현재까지 회수한 자금은 총 626만 달러(약 91억3000만 원) 수준으로, 총 예치금 대비 실현 손실은 100만 달러(약 14억6000만 원)에 달할 수 있다.
논란의 본질은 ‘탈중앙’ 아닌 ‘중앙화’ 개입
이번 사태에서 커뮤니티가 주목한 것은 하이퍼리퀴드의 ‘중앙화적 대응’이다. 하이퍼리퀴드는 사건 발생 이후 선물 상품 상장을 폐지하고, 특정 계정을 대상으로 출금을 막는 등 직접적인 개입에 나섰다. 하이퍼리퀴드는 “의심스러운 시장 활동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뒤 밸리데이터 투표를 통해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하이퍼리퀴드가 ‘탈중앙화’를 강조해온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가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JELLYJELLY를 상장폐지하면서도 하이퍼리퀴드는 일부 이용자에게는 피해 배상을 약속하고, 공격자 주소는 제외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JELLYJELLY 사태, 하이퍼리퀴드의 구조적 한계 드러나
JELLYJELLY 사태 이후 하이퍼리퀴드에서는 약 1억4000만 USDC가 순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ETH 고래 청산 사태 당시 순유출액 3억 달러보다는 낮지만, 플랫폼 신뢰도에 큰 타격을 남겼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의 쟁점은 HLP의 포지션이 블록체인상에서 공개된다는 점이다. 이는 공격자에게 ‘시스템 취약점’을 이용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투명성이 오히려 프라이버시 문제를 낳고 있으며, 다크풀 구조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이퍼리퀴드 안에서 거래하되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프라이빗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프로젝트들도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하이퍼리퀴드 생태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이퍼리퀴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손실을 입은 일반 사용자에 대해 재단 차원의 배상을 약속했으며, 구체적인 방식은 추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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