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박재형 특파원] 러시아가 중국과 인도와의 원유 거래에서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서방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그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로이터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석유 기업들이 원유 대금 결제에서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위안화(CNY)와 루피(INR)를 루블(RUB)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암호화폐가 중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테더(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도 결제에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테더는 중앙화된 발행 주체를 가진 만큼 규제 당국의 요구에 따라 거래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
한 소식통은 러시아 석유업체의 중국 대상 암호화폐 거래 규모가 월 수천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법 개정을 통해 국제 결제에서 암호화폐 사용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당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서방의 금융 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암호화폐 결제를 강조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중국·인도 등 주요 교역국과의 금융 거래에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현지 은행들이 서방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 관련 거래를 더욱 신중하게 처리하면서, 암호화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암호화폐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