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지속되는 미국의 관세 전쟁 뉴스에 글로벌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비트코인도 1억2000만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오전 8시35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 오전 9시 대비 2.93%(364만8000원) 내린 1억2022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황데이터 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는 24시간 전 대비 2.84% 하락한 8만1130달러를 기록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은 약 8252만달러(약 1200억원)가 청산됐다. 이중 롱(매수) 포지션이 약 66%를 차지했다. 해당 기간 전체 디지털자산 청산 금액은 약 2억1960만달러(약 3195억원)에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유럽연합이 미국산 위스키에 50%의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으로, 유럽연합 국가들의 모든 주류 제품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다음 달 2일 이후 시행될 예정인 상호 관세도 강행할 방침을 밝혀 관세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단기 보유자들의 매도세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단기 보유자로 분류되는 보유 기간 155일 이하의 투자자들이 지난달 이후 10만 BTC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80억달러(약 11조원) 규모로, 투자자들이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매도세는 비트코인이 장기적 추세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200일 이동평균선인 8만630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20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면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진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S&P 500 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인 5738포인트를 넘지 못한 채 5537포인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지점을 회복하지 못하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 지지자인 조 칼라사레 변호사는 SNS에서 “S&P 500이 200일 이동평균선을 회복하지 못하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비트코인도 같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자산 산업에 대한 시장의 태도도 비트코인의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성욱 NH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디지털자산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로는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시장이 디지털자산 산업을 정식 산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위험 선호 심리가 약해질 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지지도는 단기적인 가격 반등을 유도하는 정치적 요인에 불과하며, 산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트럼프 관련 조치가 나올 때마다 시장이 잠시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려면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와 통과 예정인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기반으로 디지털자산 기업들이 스스로 유망한 성장 산업임을 증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성욱 연구원은 “디지털자산 산업이 단순한 투기 시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 산업임을 입증해야 한다”며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과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자산시장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Fear&Greed) 지수는 이날 45점(공포)으로 전날(34점) 대비 큰폭의 상승을 보였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 수록 매수 경향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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