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삼성 블록체인지갑(Samsung Blockchain Wallet)을 탑재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10이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삼성 블록체인 지갑은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기반 토큰들을 보관하고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갑에서 연동된 디앱은 코인덕(Coinduck), 코스미(COSMEE), 엔진(Enjin)월렛, 크립토키티(CryptoKitties) 등 4개 서비스다.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송금, 결제, 디앱까지 연동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특히 블록체인 업계에서 갤럭시S10에 대한 주목도가 컸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썰렁하다. 신규 암호화폐 투자자가 유입되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존 지갑 가운데 거래소나 디앱과 연동돼 업그레이드된 지갑이 있다는 점 등이 그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 기존 투자자들 굳이 지갑 안 옮긴다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들 가운데 삼성 블록체인지갑으로 굳이 옮기지 않으려는 이유는 기존 지갑이 편리하고 익숙한데다 삼성 지갑이 지원하는 암호화폐 수가 적고 연동된 디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진우 스톰 한국 커뮤니티 매니저는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거래소와 연동된 지갑을 사용하거나 하드월렛에 따로 보관하는 등 각 자의 편리성에 따라 기존에 사용하던 월렛을 계속 이용하고 있다”며 “삼성 지갑에서 지원하는 암호화폐 수도 16개밖에 안 돼 굳이 옮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암호화폐 지갑 가운데 거래소나 다양한 디앱으로 연동되거나 결제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메타마스크(Metamask)는 이더리움 기반의 지갑으로 전체 디앱 가운데 30개와 호환된다. 아임토큰(ImToken)은 안드로이드, 아이폰 등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지원하는 대표적 모바일 암호화폐 지갑이다. 아임토큰은 이더리움 기반 ERC-20토큰 포함 비트코인, 이오스 등 다른 암호화폐도 지원하고 있다. 또 아임토큰을 통해 중복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디앱에 접근할 수 있다.

코인베이스(Coinbase) 경우 자체 지갑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서 이더리움도 지원하고 있다. 비자(Visa)는 최근 직불카드 형태의 ‘코인베이스 카드(Coinbase Card)’를 내놓았다. 코인베이스 카드는 암호통화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지갑에 보유한 암호통화 잔고와 직접 연동된다.

또 삼성 블록체인지갑에서 이더리움 기반 디앱이 연동되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놓았는데, 활성화가 덜 된 디앱들이 탑재돼 이용자가 굳이 삼성 지갑으로 이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갤럭시S10을 보유한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개인적으로 사용할 디앱이 없어 지갑 사용은 안 한다”고 말했다.

◆ 디앱도 잠잠하다

댑 리뷰(Dapp Review) 데이터에 따르면 26일 기준 크립토키티의 하루 이용자수(DAU)는 291명에 그친다. 한 달 기준 유저 활동 추이도 줄어들고 있어, 삼성 블록체인지갑을 통해 크립토키티를 이용하는 수는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체인파트너스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코인덕’ 또한 결제가 모바일 간편 결제를 따라가기에 아직 시간이 상당히 필요한 단계다. 코인덕 관계자는 “가맹점이 기존 1000곳에서 200곳 이상 늘었지만, 아직 거래량 규모는 크지 않은 상태”라며 “지갑사와 모바일 제작사 등과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에는 투기 논란 등 부정적 이미지로 신규 암호화폐 투자자 유입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기존 암호화폐를 보유하거나 관심 있던 사람들만이 잠재적 디앱 유저들이다. 하지만 삼성이 지원하는 디앱이 4개에 그치고, 이마저 편리성이나 효용성 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게임에 관심이 있어 크립토키티를 사용하려 해도, 크립토키티는 아직까지 모바일이 아닌 웹브라우저 버전으로 이용해야 하고, 퍼블릭 블록체인 특성상 게임 내 발생하는 거래마다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실제 크립토키티 사용자는 “이더리움 기반 크립토키티는 게임 속 모든 활동에 비용이 발생한다”며 “게임 디앱을 현 상황에서 블록체인 실질 사례로 보여주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맛보기로 잠깐하고 안 하게 된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코스모체인의 뷰티 정보 공유 디앱인 ‘코스미(COSMEE)’ 또한 아직까지 리뷰 활성화가 덜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참고할 만한 수준의 정보성 리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코스미는 디앱 내에 화장품 리뷰를 올리면 다른 사용자 평가에 따라 암호화폐 ‘코즘’이 보상으로 지급된다. 한 국내 코스미 이용자는 “광고성 또는 좋고 안 좋고 만을 다룬 단순 리뷰가 많아 사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참고할 만한 정보가 많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액티브 이용자(작성자)와 논액티브 이용자(정보를 얻으려는 이용자) 모두에게 충분한 효용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현재는 니치마켓…”킬러 디앱 나와야”

삼성 블록체인 월렛 앱에 따르면 앞으로 삼성은 이더리움 기반 ERC20 토큰 지원을 늘릴 예정이다. 지원하는 암호화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활용을 신사업 모델로 인식하고, 점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에는 삼성이 블록체인 하드웨어 스타트업 렛저(Ledger)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프랑스 매체 캐피탈은 삼성이 렛저에 약 290만달러(약 33억 5900만원)가치의 투자를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삼성 전략은 분명 선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지갑부터 만든다는 것은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확보부터 한다는 것”이라며 “이용자를 확보하면 추후 파생 서비스를 도입하기 수월해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류 스마트폰 가운데 최초로 암호화폐 지갑을 도입한 점에서 삼성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모르는 일반 사람들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실제 반응하기 위해서는 킬러 디앱이 나와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쉬운 킬러 디앱이 나오기 전까지는 니치마켓(수요가 비어있는 시장)에 머무를 것이란 해석이다. 대기업 블록체인 관계자는 “홍보 마케팅을 위해 삼성에 탑재되길 바라는 디앱 프로젝트가 아닌 실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디앱이 나와야 한다”며 “킬러 디앱이라고 부를만한 프로젝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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