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둘러싸고 주요 선진국 정부의 대응이 구체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란 지적이 나온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해서 봐야 할 문제”라거나  “가상화폐가 아니라 가상증표 정도로 봐야 한다”는 인식 수준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주요국 정부가 블록체인 육성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규제 일변도 정책 스탠스가 바뀌지 않는다면 자칫 미래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산업 육성의 타이밍을 놓치고 정책 실기를 탓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각 국의 지원 현황과 한국의 대응, 개선방안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글로벌 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가치가 빠르게 증가해 2025년에는 1760억달러, 2030년에는 3조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역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는 국내 블록체인 시장 규모가 2016년 이후 매해 60%씩 증가해 2022년 3562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에 비해 블록체인 정책과 기술 수준은 해외 경쟁국에 현격히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2.4년의 기술격차(미국 100% 대비 76.4% 수준)를 보였으며, 유럽, 일본, 중국보다도 뒤처져 있다. 블록체인 전문인력도 600여명에 불과해 기술을 검증하는 단계에 머물 뿐 비즈니스 확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 디지털강국 한국이 어쩌다.. 블록체인 기술수준 美 日 中 보다 못해 

한국이 어쩌다 블록체인 혁명 속도에서 뒤처지게 되었을까. 업계는 정부 당국의 왜곡된 시각과 규제 일변도 정책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7년 비트코인 투기 광풍 이후 정부가 블록체인의 미래 가능성보다 암호화폐 부작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부처인 금융당국이 블록체인, 암호화폐와 관련해 내놓은 정책의 대부분은 규제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1년간 정부가 내놓은 암호화폐 관련 정책은 국내 ICO(가상화폐 공개) 전면 금지,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경고, 투자용 은행계좌 개설 정지 등 규제 일색이다. 이런 정책들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분리 육성 방침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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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리.. 개념부터 잘못됐다 

업계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당국의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암호화폐로 투자금을 모아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분리한다는 것은 결국 인센티브 없이 기술만 개발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움직이게 하는 연료와 같은 것인데 따로 떼어 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언급했다.

암호화폐 버블에 대한 잘못된 시각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ICO를 완료한 프로젝트 대표는 “현재 금융당국의 기준으로 투자위험을 평가한다면 인터넷 초창기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은 결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투기 논란도 긴 호흡으로 보면 시장이 안정화되는 단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 해외는 암호자산 제도권 진입 통해 블록체인 육성

반면 해외에서는 암호화폐를 제도화 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써클(Circle)은 정식 은행 자격 취득에 나섰고, 미국의 최대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는 비자카드와 함께 제도권 금융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국과 호주 금융당국은 ICO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개 배포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지난 3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한 데 이어 오는 7월 각 국 정부의 규제안이 발표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공공서비스 영역에서도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 유럽 등 45개 국가가 신원 확인, 보건의료, 토지소유권 관리, 사회보장, 선거 등 여러 영역에서 블록체인의 유용성을 인식하고 202개의 구체적인 실행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켜보자는 각 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 업계 “안타깝다.. 타이밍 놓치지 말아야”

블록체인 산업이 비약적으로 확대 발전하는 가운데 한국도 더 이상 관련 정책의 속도와 방향성을 상실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형주 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은 “금융당국이 암호화폐를 도박판 투기처럼 편중된 시각으로 보는 것은 안타깝다”며 “각 국이 성장과 혁신 사이에서 여전히 균형을 찾고 있는 만큼 우리도 아직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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