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김진배 기자]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줄줄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자체 보유 암호화폐 규모가 공개됐다. 블록미디어는 각 거래소가 가진 암호화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다.

▲ 4대 거래소 암호화폐 보유 규모순 (18년 12월 기준) / 사진=블록미디어 제작

가장 많은 암호화폐를 보유한 거래소는 빗썸이었다. 지난 감사보고서에서 빗썸을 운영하는 BTC코리아닷컴은 다른 거래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총 26억5773만개의 암호화폐 보유분을 공개했다.  잇따른 상장으로 전년 대비 알트코인 보유분이 대거 늘어났다.

빗썸 다음으로 암호화폐를 많이 보유한 거래소는 코빗이다. 코빗은 지난해말 기준 약 1636만개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빗은 2013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암호화폐 거래소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대형 암호화폐들을 기축통화로 인식해 거래소 자산으로 쌓아두고 있다.

업비트는 비트코인·이더리움·테더 위주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타 알트코인 포함 총 422만개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제휴사인 비트렉스와의 계약으로 인한 보유 물량이 섞여 있어서 비트코인·이더리움·테더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코인원은 지난해 하반기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장에 진입하면서 보유하던 암호화폐 상당수를 매각해 보유량이 크게 줄었다. 코인원은 총 24만여개의 암호화폐를 보유해 4대 거래소 가운데 가장 적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 거래소 보유 암호화폐,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거래소들이 보유한 암호화폐는 대개 거래 수수료로 쌓인다. 이렇게 거래소가 보유하게 된 암호화폐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콜드월렛’에 보관된다.

업비트 제외 3개 거래소들은 매도 거래 수수료는 원화로 받지만 매수 거래 수수료는 해당 ‘암호화폐’로 받는다. 이러한 수수료 정책에 대해 코인원 관계자는 ‘이용자 편리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자가 원화를 투입해 암호화폐를 매수할 경우 암호화폐 수수료가 빠지기 때문에 얼마만큼의 암호화폐 수량을 가져갈 수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이용자가 매도할 경우 원화로 수수료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현금화할 수 있는 규모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업비트의 경우는 원화 마켓에서 매수·매도 모든 거래 수수료를 ‘원화’로 받고 있다. 다만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테더(USDT) 마켓에서는 해당 마켓 암호화폐를 거래 수수료로 받는다. 이 때문에 업비트는 비트코인·이더리움·테더, 이 세 암호화폐 위주로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업비트가 보유한 알트코인은 ‘출금 수수료’에서 나왔다. 암호화폐를 외부로 출금할 경우 출금 대행 처리 명목의 송금 수수료(가스, gas)가 해당 암호화폐로 지불되는 것이다.

하지만 두나무는 비트코인·이더리움·테더를 제외하고 업비트가 보유한 알트코인을 ‘기타’ 목록으로 처리해 기타 알트코인의 총 가치를 약 96억원으로만 공개했다. 업비트가 어떤 알트코인을 보유하고 각각 얼마만큼의 수량을 보유하고 있는 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두나무 측은 “기타(알트코인)에 리플(XRP) 등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각각의 알트코인 보유분이 크지 않아 따로 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지급 준비금 명목 및 운영 자금으로 

이렇게 보유하게 된 암호화폐는 원활한 거래 지원을 위한 예비 보유 물량 및 거래소 자산을 위해 쓰인다.

실제 거래소가 보유한 암호화폐를 현금화하거나 다른 암호화폐로 교환해 보유하기도 한다. 코빗 관계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은 암호화폐에서 기축통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산으로 보유하기도 한다”면서 “거래소 자금이 필요할 경우에는 보유 암호화폐를 팔아 운용자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 물량은 OTC 거래를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원활한 거래 지원’이 꼽힌다. 고객의 암호화폐 출금 요청이 있을 경우 지체 없이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원활한 거래를 지원할 수 있도록 고객 보유분의 암호화폐와 수량을 맞추고 있다”면서 “일종의 밸런스 조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암호화폐 거래소이기 때문에 거래소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종의 지급준비금 명목으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빗썸·코인원, 대형 코인 손절했다

지난 한 해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4대 거래소들은 보유 암호화폐에 대한 나름의 운영 전략을 펼친 사실이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우선 빗썸과 코인원은 시가총액이 큰 대형 암호화폐 위주로 ‘손절’했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운영자금을 확보하고자 보유한 대형 암호화폐를 매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빗썸은 2700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팔아치워 지난해말 기준 514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더리움 또한 2만개 이상을 매각했으며, 2017년 4000만개 넘게 보유했던 리플도 지난해 2300만개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코인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인원은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140개를 모두 매각했다. 또 암호화폐 시황 정보 기업 코인마켓캡(CoinmarketCap) 기준 시가총액 5위에 위치한 이오스(EOS)도 2만 5000개 이상을 팔아치웠다. 아이오타(IOTA) 또한 전년 보유량인 3만 7000개에서 2000여개로 대폭 줄었다. 90% 이상을 처분한 것이다.

반면 코빗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대형 암호화폐를 기축통화로 간주해 팔지 않고 거래소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코빗이 갖고 있던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은 모두 늘었다. 지난해말 기준 코빗의 비트코인 보유분은 729개로 전년도 342개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더리움 또한 전년 보유분 대비 3000여개 증가했으며 리플은 280만개가 더 쌓였다.

업비트도 대형 암호화폐 보유분이 전년 대비 대폭 늘었지만 이는 코빗과 배경이 다르다. 두나무 관계자는 “업비트는 2017년 10월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2017년 실적은 사실상 1년치가 아닌 2개월의 실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업비트가 거래 및 출금 수수료로 거둬들인 암호화폐 보유분이 2017년 2개월 운영하며 모은 보유분을 훨씬 뛰어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업비트가 출금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보유한 알트코인(약 96억 원 상당)도 이번 감사보고서에 새로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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