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신지은 기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예일대학교의 제임스 토빈은 1978년 외환, 채권, 파생상품, 재정거래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핫머니(국제투기자본)가 각국의 통화 위기를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방안을 내놨다. 이른바 ‘토빈세’다. 단기성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투기성 자본에만 제약을 가하자는 게 골자였다. 금융의 핵심이 ‘리스크’를 줄이는 것에 있다 보니 이런 중앙 정부의 통제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보안도 마찬가지다. 신용 거래가 고도화 되면서 거래 상대방을 직접 대면하기 힘들다는 약점 때문에, 일련의 금융 위기를 겪을 때마다 금융 보안은 금융 기관을 주축으로 한 ‘중앙화’와 함께 강화되어 왔다.

금융에 블록체인이 적용되면서 나온 개념이 dFMI(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다. 금융 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활용해 해결해 나가는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다.  그 핵심은 중간 매개자가 없는 ‘분산화된 P2P거래’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은행 등을 매개로 하지 않고 참가자끼리의 금융 거래가 가능해진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중앙은행을 기반으로 규제된 시스템을 이루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dFMI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DECONOMY(분산경제포럼)’ 에서 ‘탈중앙화된 금융 시장 인프라(dFMI)의 잠재력과 도전 과제(Potentials and Challenges of Decentralized 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를 주제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전통 자산과 암호화폐 자산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혼란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dFMI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전통과 새로운 기술이 공존하는 자산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 지. 기존의 것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나은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블록체인을 금융에 적용한다면 진일보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데도 한 목소리를 냈다.

클리어매틱스(Clearmatics)의 상품 전략가 사라 피난(Sara Feenan)은  “dFMI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구들을 이용해 투자자 보호를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파생상품 거래에서 아직 표준화된 계산 방법이 없는 상황인데 계산 표준화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를 구축하는데 있어서의 모호함이 남아있는 상태라는 의견을 보탰다.

스탠리 용(Stanley Yong) IBM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많은 표준화가 진행중이고 거래를 압축해 거래 속도를 늘리는 등의 기초 기술이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전까지는 중앙화 시스템을 가져가되, 점점 더 상호 운용쪽으로 넘어가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이어 “하이브리드 거래 시스템 등 블록체인 인프라가 법적으로도 호환 될 수 있는 시대가 오긴 하겠지만 언제 이뤄질 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라면서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인가보다 사회적, 법적 합의가 이루어질 것인가가 가장 큰 의문이자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