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글로벌 금융 및 IT 대형 기업들이 ‘스테이블 코인’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대형 은행 ‘JP모건 체이스’의 스테이블 코인 ‘JPM 코인’ 발행 발표를 시작으로, 최근 페이스북도 SNS 메신저 내 결제·송금에 활용될 암호화폐로 ‘스테이블 코인’이 될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또한 이달 글로벌 금융결제 네트워크인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IBM Blockchain World Wire)’에 가입한 부산은행을 비롯해 티몬 창업자가 이끄는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 테라 등이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결제·송금 플랫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 결제·송금에 ‘스테이블 코인’이어야 하는 이유

대형 기업들이 스테이블 코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결제와 송금 기능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우선 송금 절차를 단순화해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해외 송금 측면에서 현재는 국제은행통신협회 스위프트(SWIFT)의 중개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하지만 해외 송금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은행 대 은행(B2B) 방식의 직거래가 가능해진다. 중개자가 없어지면서 기존 며칠씩 소요되던 해외 송금이 단 몇 분 만에 가능해진 것이다. 이때 기존 화폐가 아닌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가 활용되는데, 특히 달러나 원화 등 법정화폐와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이 쓰인다. 가격 변동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최근 대형은행으로는 최초로 JP모건 체이스가 1코인 당 1달러의 가치를 지닌 JPM 코인을 발행해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JP모건은 홈페이지에 “JPM 코인은 쿠오럼(이더리움 기반 기업용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통해 발행될 예정”이라며 “JPM코인을 이용할 경우 기존보다 기관 간 이체 시간이 훨씬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달 국내 부산은행도 글로벌 금융결제 네트워크인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IBM Blockchain World Wire)’에 처음으로 가입했다.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를 통해 기존 중계은행을 거치지 않고 통합 네트워크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 형태의 디지털 자산을 직접 전송할 수 있다. IBM블록체인 월드와이어는 한국의 원화도 네트워크에 추가했으며, 부산은행 등 한국 은행권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급 결제 분야에서도 블록체인과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면 기존 복잡한 정산 과정을 단순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지급 결제 분야에서는 전자결제대행업체(PG)나 카드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계해주는 밴(VAN)사라는 중개자가 있다.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면, 가맹점에서는 VAN사에 매입을 요청한다. 요청을 받은 카드사는 승인 통보를 하고, 이후에 대금을 지급한다. VAN사가 중간에서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대금 지급은 며칠이 소요된다.

해외 송금과 마찬가지로 결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VAN사와 같은 중개자를 없애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다. 이 또한 화폐 수단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은 ‘스테이블 코인’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다.

실제 국내 블록체인 핀테크 업체인 테라가 스테이블 코인 ‘테라’를 활용해 국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활용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또 현대가(家) 3세 정대선 현대BS&C 회장이 이끄는 블록체인 기업 ‘에이치닥테크놀로지’가 연내 원화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인 ‘H포인트(가칭)’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오세경 후오비코리아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고정된 암호화폐”라며 “이를 활용하면 ‘사용자-가맹점-카드사-PG사’처럼 복잡한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최소화할 수 있어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결제 서비스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 또한 “실제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혜택을,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는 저렴한 수수료를, 스테이블 코인 운영업체들은 수수료 수익과 다른 비즈니스 모델 확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결제·송금 주도권 경쟁…아직은 실험 단계”

대형 기업들의 움직임을 두고, 업계는 금융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주요한 체계가 될 시점을 대비해 선점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금융사가 아닌 페이스북처럼 전 세계 이용자를 보유한 기업들도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박광성 전 논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굳이 금융업이 아니더라도 기존 유저를 보유한 기업들이 블록체인 산업에서 결제 및 송금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하나의 큰 블록체인 흐름이자 블록체인과 금융업의 교집합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또 “국제 송금 부분에서 블록체인 기반 송금이 주요한 체계로 자리 잡게 될 경우, 기존 이 부분을 담당하고 있던 은행들은 주도권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국제 송금 및 결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금융 주권에 있어서 개별 대형 금융기관이 특정 코인을 발행하고, 이용자가 많아 기축통화화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JP모건을 시작으로 대형 금융 기관들이 어떤 전략을 채택해 나아갈지 ‘실험 단계’라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기존 대규모 회원을 보유한 주요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들도 스테이블 코인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국내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발행한다고 했을 때, 이는 ‘인터넷 화폐’로 해석할 수 있다”며 “사용자들은 모바일 SNS 기반 전 세계 어디에서나 국경과 통화 장벽 없이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해 글로벌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존 포인트사나 카드사들도 스테이블 코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업계 의견도 있다. 국내 한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도 포인트 활용과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포인트 통합 체계를 구축하는데 스테이블 코인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실제 국내 일부 업체와 미팅을 가졌고, 이들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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