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과 비즈니스를 넘어 과학 연구까지 혁신하려 한다. 탈중앙화 과학(DeSci, Decentralized Science)은 연구 자금 조달, 데이터 공유, 지식재산권 관리 등 과학 연구의 다양한 과정을 혁신하려는 운동이다.
바이낸스 창펑 자오(CZ), 코인베이스 브라이언 암스트롱, 이더리움 비탈릭 부테린 등 암호화폐 업계 주요 리더들이 DeSci에 적극 참여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DeSci의 개념, 기존 과학 연구가 직면한 문제점,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프로젝트를 살펴본다.
# DeSci, 과학을 혁신하다
DeSci(탈중앙화 과학)는 Web3 기술을 활용해 과학연구의 △자금 조달 △연구 창작 △검토 △지식 저장 등 과학 연구의 다양한 측면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운동이다. 연구자들이 연구 결과를 공개적으로 공유하고, 이에 대한 기여를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 DeSci, 주목받는 이유
DeSci가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암호화폐 업계 리더들의 적극적인 관심 때문이다.바이낸스 창펑 자오(CZ)는 생명공학 연구와 암호화폐 기술의 결합 가능성을 탐구하며 DeSci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생명공학 연구의 자금 조달과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암호화폐 기술을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Been reading about biotech, thinking about how to use crypto to accelerate research funding there.
Keep building!
— CZ ? BNB (@cz_binance) November 27, 2023
최근 방콕에서 열린 소규모 DeSci 기업가 모임에서는 CZ와 비탈릭 부테린이 참석해 탈중앙화 과학의 가능성을 논의했다. 부테린은 “DeSci는 기존의 중앙집중형 과학 생태계를 탈중앙화함으로써 연구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개선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과학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플랫폼 ‘리서치허브’를 통해 연구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이들은 DeSci에 대한 자원과 관심을 끌어들이며, 이 운동을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실질적인 혁신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I’m passionate about accelerating science and tech to help solve some of the biggest challenges in the world. To further this, I’m planning to sell about 2% of my Coinbase holdings over the next year to fund scientific research and companies like @newlimit + @researchhub
— Brian Armstrong (@brian_armstrong) October 15, 2022
# 기존 과학 연구의 문제
현대 과학 연구는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다. 대표적으로 기초 연구가 실질적인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 현상이 있다. 2013년 힉스 입자를 제안한 피터 힉스도 “현재의 연구 환경에서는 생산성 부족을 이유로 자신이 고용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학계의 과도한 생산성 압박을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압박은 출판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과학 저널이 유료화(paywall) 시스템에 의존해 연구자들은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렵다.Sci-Hub와 같은 프로젝트가 정보의 개방적 접근을 주장하지만, 주요 학술 플랫폼의 구조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출판 아니면 퇴출”이라는 관행은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공개하거나 협력하기보다는 새로운 결과물을 빠르게 내는 데 집중하게 만들어 과학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분쟁 또한 문제다. 연구자와 대학 간의 IP 분쟁은 본연의 연구에 집중해야 할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며, 연구 진행을 늦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DeSci가 제시하는 해결책
DeSci는 기존 과학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 디파이를 통한 자금 조달
DeSci는 기존의 연구비 지원 모델을 블록체인 기반 크라우드펀딩과 연구 프로젝트의 토큰화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VitaDAO는 초기 단계의 수명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며, 대규모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도 연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 개방적 출판
포괄적이고 다양한 과학 커뮤니티를 조성한다. DeSci는 리뷰어와 협력자들에게 토큰을 보상으로 제공해 협업과 기여를 촉진하며, 기존 출판 모델보다 투명성과 참여도를 높인다.
- 협업 개선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은 전 세계 연구팀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AthenaDAO는 특히 △난소 노화 △폐경 △자궁내막증 등 여성 건강 연구에 초점을 맞추며, 기존에 자금 지원이 부족했던 분야를 지원한다.
- 지식재산권 관리
NFT(Non-Fungible Token)를 활용해 연구 지식재산(IP)을 디지털로 표현함으로써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상용화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할 수 있다. Molecule Protocol은 생명공학 프로젝트를 위한 IP-NFT 프레임워크를 제공해 초기 연구 단계에서의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
- 데이터 공유
분산형 저장소 솔루션을 통해 연구 데이터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다. GenomesDAO는 사용자 소유의 게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개인이 자신의 DNA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이를 연구 목적으로 선택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개인 데이터 보호 △의학 연구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 DeSci를 이끄는 핵심 프로젝트
탈중앙화 과학(DeSci) 운동의 최전선에는 기존 과학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여러 혁신적 프로젝트가 있다. 이들은 연구 자금 조달, 협업, 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 VitaDAO
- 집중 분야: 수명 연장 연구
- VitaDAO는 건강한 인간 수명을 연장하는 초기 단계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4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모았다. 화이자(Pfizer)와 전 코인베이스 CTO인 발라지 스리니바산(Balaji Srinivasan)이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DAO를 통해 전통적인 제약사의 독점을 깨고, 누구나 신흥 치료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 ResearchHub\
- 집중 분야: 과학 커뮤니티 참여 활성화
- Coinbase 창립자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이 설립한 리서치허브(ResearchHub)는 과학 토론의 중심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연구자들은 네이티브 토큰 **ResearchCoin(RSC)**을 통해 논문 업로드, 댓글 작성, 동료 평가(peer review)와 같은 기여에 대해 보상 받는다. 이 모델은 연구 커뮤니티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과학적 돌파구를 가속화하려 한다.
- Molecule Protocol
- 집중 분야: 생명공학 연구와 자금 연결
- 몰큘(Molecule)은 생물의학 연구 프로젝트와 잠재적 자금 제공자를 블록체인 기술로 연결한다. IP-NFT(지식재산권 기반 NFT) 개념을 도입해 연구 지식재산의 소유권을 디지털 자산으로 표현하고 거래를 용이하게 한다. 이는 초기 단계 자금 부족 문제를 극복하고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넘는 데 도움을 준다.
- AthenaDAO
- 집중 분야: 여성 건강 연구
- AthenaDAO는 △난소 노화 △폐경 △자궁내막증 등 여성 건강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다. 기존의 자금 지원이 부족했던 여성 건강 연구를 탈중앙화 커뮤니티를 통해 지원하며, 여성 특유의 건강 문제에 대한 이해를 개선하려 한다.
- GenomesDAO
- 집중 분야: 개인 소유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 GenomesDAO는 사용자 소유의 게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개인은 자신의 DNA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선택적으로 연구자와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유전자 연구를 가속화하면서도 개인 정보와 데이터 소유권을 보호한다.
- Bio.xyz
- 집중 분야: DeSci 프로젝트 지원
- Bio.xyz는 생명공학 중심의 DAO를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로, DeSci 프로젝트의 출범과 자금 조달을 돕는다. 이 플랫폼은 토큰 경매를 위한 런치패드를 제공하며, DAO 참여자와 외부 투자자 모두 혁신적인 과학 이니셔티브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 도전 과제
탈중앙화 과학(DeSci) 운동은 블록체인과 생명공학의 융합으로 새로운 연구 자금 조달 모델을 제시하며 진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Molecule과 VitaDAO와 같은 선도적인 프로젝트들도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있다. 대표적으로 디사이 프로젝트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기존 연구 자금 지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 밖에 프로젝트 품질, 중앙화 문제 등이 대두되고 있다.
- 프로젝트 품질 문제
DeSci 모델은 커뮤니티 중심의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프로젝트 검토 과정에서 평가위원회의 구성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검토 위원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커뮤니티 투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대중적인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진정한 연구 가치를 간과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 DAO의 중앙화 문제
DAO 모델이 본래 의도한 탈중앙화 구조와 달리, 일부 프로젝트에서 중앙화된 거버넌스의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 VitaDAO의 경우 VDP-132 제안이 채택되는 과정에서 상위 두 명의 토큰 보유자가 전체 250만 VITA 투표 중 110만 VITA의 의결권을 행사하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문제는 VitaDAO에 국한되지 않고 AthenaDAO와 같은 다른 DAO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돼 DAO 거버넌스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
블록체인이 데이터 보안을 강화할 수 있지만, 민감한 과학 데이터를 분산 네트워크에서 관리하는 데 따른 어려움도 크다. 특히 GDPR(유럽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과 같은 데이터 보호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열린 과학(Open Science)의 이점을 유지하는 것은 큰 도전 과제다.
# 미래 전망
이러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DeSci의 미래는 밝다. ViaBTC 캐피탈은 “DeSci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지역적, 경제적 장벽을 허물고 전 세계 연구자들의 협업을 가속화할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여기에 최근 암호화폐 리더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DeSci가 과학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탈중앙화 과학의 미래는 연구자와 사회 전체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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