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화폐의 진화

화폐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몇 단계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마지막 비트코인의 탄생과도 연결됩니다.

◆돈의 탄생 (기원전 3000년~1600년전)

돈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4500년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이릅니다. 메소포타미아라고 하면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 있는 현재 이라크남부입니다. 이 지역에서 발굴된 고대 설형문자를 보면 은색을 사용하여 대금 결제를 하는 모습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직접 물물 교환으로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교환해왔던 인류가 처음으로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돈을 쓰기 시작한 때입니다.

하지만 그 돈이라고 하는 것은 현대인이 생각하는 돈의 형태와 크게 다릅니다. ‘조개 껍질’이나 ‘쌀 보리, 직물, 소금’ 등 저장할 수 있는 물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소금이 돈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당시엔 그것이 돈이었습니다. 결국 돈을 돈으로 만들어주는 건 해당 문화가 갖고 있는 주관적인 가치인 셈이지요. 그 때에는 금속의 무게가 가치를 정하는 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저울을 들고 다녔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전의 형태를 띄기 시작한 때가 기원전 7세기 입니다. 리디아 왕국(터키 서부)에서 만들어진 ‘일렉트라 동전’입니다. 일렉트라 무 동전은 금은 합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무게가 다른 동전에 몇 가지 더 붙여서 만들어졌습니다. 동전의 표면에는 리디아 왕의 상징인 사자의 도안과 동전의 무게가 새겨져 있습니다. 금속의 무게를 알게 됐으니 저울도 필요없고 훨씬 편리해진 것입니다. 이런 동전은 그리스 로마로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지폐는 언제 탄생했을까요?

지폐의 탄생(서기1023년)

돈이 사람들이 상상하는 지폐의 모습을 갖게 된 시기는 10세기 북송에서 만들어진 ‘교자’인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참고 지폐의 역사] 원래 지폐를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를 만드는기술과 문자와 도안을 찍는 인쇄기술이 필요합니다. 결국 기술혁신인 셈이지요. 따라서 기술이 발달한 중국에서 지폐가 발달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지폐는 왜 만들어졌을까요? 당시 최초의 지폐가 만들어졌던 지역이 현재 중국 사천이었습니다. 지역은 구리가 없어 철로 만든 동전이 유통되고 있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철은 무겁고 부식되기 쉬운 단점이 있어 유통에 불리했습니다. 그래서 편리성 등을 이유로 종이 지폐가 탄생한겁니다. 교자라는 돈은 처음에 상인들에 의해 사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발행으로 확대되기 시작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지폐에 위폐 제작 금지라는 경고 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 은행의 탄생

(사진=셔터스톡)

서양은 어떨까요? 중국 아닌 해외에서 지폐가 탄생한 일은 그로부터 훨씬 뒤 입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중국에서는 지폐가 유통된 이후 위폐와 가치 하락 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수 세기 동안 지폐 사용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유럽에 지폐가 뒤늦게 전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유럽에서는 1661년 스웨덴 은행이 최초로 지폐를 발행합니다. 영국은 전쟁 비용 조달을 위해1694년 잉글랜드 은행을 설립하고 지폐를 발행합니다. 나아가 현대 금융시스템을 갖추는데 추후 영국 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 금본위제도의 탄생(1816년)

이렇게 각 나라들이 돈을 발행하고 사용하게 되면서 통화 가치에 대한 기준이 달라집니다. 교역을 할 때에는 어려움이 크겠지요. 따라서 각국은 모두 인정하는 공통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이 진짜 ‘돈’처럼 여겼던 금에 기준을 맞추게 됩니다.

이에 영국은 1816년  잉글랜드 중앙은행이 발행한 돈과 같은 양의 ‘금’을 보유하고 금과 지폐를 태환(교환)한다는 금본위 제도를 설립합니다. 당시 금 1 온스 (31.1035g)의 화폐 가치는 3파운드 17실링 10펜스 반으로 정했으며 그리고 이렇게 주조된 1파운드 금화를 ‘소버린 금화’라고 명합니다. 이렇게 영국 파운드는 세계 각국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면서 발전을 이룹니다 .

그러나 문제가 생깁니다. 금본위 제도는 발행통화와 동일한 가치에 해당하는 금이 필요했습니다. 종이는 찍어낼 수 있지만 금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지요.

특히, 1929 년 대공황으로 인해 경제에 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속속 화폐를 금으로 교환합니다. 각국에서는 실제로 보유한 금의 양보다 많은 지폐를 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환 가능한 금을 유지할 수 없었죠. 이에 곤란해진 나라들은 금본위제를 잇달아 이탈했고 1937년 프랑스의 이탈을 계기로 금본위제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각국은 금 보유량에 관계없이 통화를 발행하는 ‘관리통화제도’를 채택해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