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지난해 대표성 논란 등 잡음이 많았던 한국 블록체인 협회들이 잇따라 조직을 재정비하고 올해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올해부터 블록체인과 벤처캐피털(VC) 투자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협회는 이경준 데일리인텔리전스 대표와 김서준 해시드 대표를 신임 비상임 이사로 선출했다. 각각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 ‘아이콘’ 재단의 의장과 소프트뱅크벤처스 벤처파트너로도 활약 중인 이들은 향후 임기 3년 동안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 발전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지난 14일 협회는 또 암호화폐거래소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안준수 BTC코리아 경영위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정부 규제샌드박스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측은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에 회원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살펴보고 있다”며 “올해는 지자체에 자문을 지원하는 등 여러 협력 부분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대기업·금융사 주축으로 구성된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도 지난 15일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심의했다. 이 자리에서 협회는 ▲블록체인 전문인력 양성 ▲블록체인 생태계 협력지원 사업 ▲블록체인 산업혁신 컨퍼런스 및 세미나 등 지난해 주요 사업을 포함해 올해 ‘블록체인 교육 및 인증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 아쉬움 많았던 지난해 협회 행보들
지난해 협회 주도로 열린 각종 포럼과 정부 세미나 등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공론화된 점은 인정할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주요 협회들이 지난해 사업목표로 내세웠던 암호화폐 시장 안정화와 블록체인산업 활성화 등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협회 활동을 통해 지난해 블록체인을 둘러싼 토론, 공청회 등이 열렸고, 실제 블록체인 기업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면서도 “당시 협회가 따로 흩어져 구성돼 있고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 전체 상황을 대변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협회 힘을 빌려 이 업계가 성과를 거두거나 개별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부분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활성화시키는 역할도 부족했다. 홍준영 한국핀테크연합회 의장은 “벤처 스타트업 CEO 출신들이 주도해야 유니콘 산업을 육성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는데, 특히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는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가 대거 참여하고 있고 스타트업들은 거의 배제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시장 지배력이 있는 대형 기업들로 구성돼 있고, 협회 회비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중소사 입장에서는 가입 자체가 부담이다.
협회가 나서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 등 현안 해결도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7월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규제 심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당시 심사 검증 과정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사 없이 체크리스트와 보안담당자 대면 인터뷰를 통해 심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협회는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실명계좌 발급 등 거래소 현안 해결을 풀어가려 했지만 결국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 업계 기대감 여전히 낮다…”정부 부정적 시각 깨줘야”
올해도 협회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사업 방향이나 조직 구성 자체가 크게 바뀐 게 없어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ICO 등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입장도 변한 게 없어 정부는 여전히 협회에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협회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부와 산업 간의 간극을 좁혀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블록체인 산업을 대변하는 협회 역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홍준 위블락 대표는 “협회가 정부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명확히 대응을 해줬으면 한다”며 “업계에서는 투기성 자금만 모으려는 일부 업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서비스를 잘 만들고 있는 업체, 핵심 코어 기술을 잘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는 사실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이 얼마나 많은 기술을 가지고 원천 기술을 만들고 있고, 또 그 위에 어떤 댑(Dapp)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는지 등 현재 개발 상황을 정부에 설명해 주는 역할을 협회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기존 블록체인 스타트업, 관련 투자자 입장을 계속해서 대변해 정부가 생각보다 이 산업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블록체인에 관심 있는 지자체를 적극적으로 먼저 찾아가 블록체인 특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