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암호화폐 하락장에도 기관 등 큰손들은 장외거래(OTC)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이들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지난 1년 간 비트코인 시가총액 추이 (출처 = 코인마켓캡)

28일 비트코인 시가총액 70조 원이 붕괴됐다. 암호화폐 열풍이 일던 2017년 11월 비트코인 시총이 약 350조 원을 넘나들던 때와 비교했을 때 겨우 20% 유지하는 수준이다. 반면 기관 등 큰손들이 장내거래보다 OTC 거래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OTC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과 같은 투자자산을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 간 직접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체인파트너스 이혁재 OTC 팀장은 “현재 비트코인 거래량의 25%는 장외거래에서 이뤄진다”며 “지난 한 달간 약 400억 달러가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 말했다.
◆ 누가 왜 OTC 이용할까
하락장에도 장외거래 수요는 어디서 나올까. 국내에서 유일하게 OTC 사업을 펼치고 있는 체인파트너스는 한국 소재 기관, 벤처캐피털(VC), 암호화폐 채굴, 거래소 및 일부 개인 고객 등을 주 OTC 거래 대상으로 꼽았다. 대개 사업 운영 자금을 위한 ‘현금화’가 필요한 집단 또는 개인인 것이다.
24일 블록체인 기업 체인파트너스의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ICO 프로젝트 팀이 모은 암호화폐 투자자금, 채굴업체들이 채굴을 통해 적립한 암호화폐 등을 실물 경제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금화가 필요하다. 거래소 또한 거래가 발생했을 때, 해당 암호화폐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렇게 쌓이게 된 수입을 사내 운영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금화가 필요한 것이다.
ICO 열풍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체인파트너스 보고서는 “ICO 시장이 위축되면서 ICO 프로젝트를 현금화하려는 OTC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디지털 자산 가격이 지난해 연초 이후 계속 하락하면서 거래량이 줄었지만 OTC 시장은 여전히 크다”고 분석했다.
큰손들이 거래소가 아닌 장외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도 있다. 이들이 대거 자금을 들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혁재 CP OTC 팀장은 “기관들이 거래소에 10억~100억 규모를 가지고 거래를 할 경우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기관들은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손들이 거래소를 이용하기에 유동성 문제도 있다. 기관투자자 및 대량의 디지털자산을 거래소를 통해 매입하려는 경우, 유동성이 수요에 못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00억 원 가량의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싶지만 A거래소에서 해당 시점에 100억 원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이 거래가 되지 않는 다면 살 수 없는 것이다.
◆ OTC 유입 계속 늘어날 것…큰손들 마중물 될까
현재는 OTC 시장이 걸음마 단계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암호화폐 OTC 시장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녹록지 않은 시장에서도 OTC 시장이 성장해온 점을 체인파트너스 보고서는 주목했다. 보고서는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스타트업 써클(Circle)이 지난해 36개국에서 OTC 거래를 통해 24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체결했다”며 “현재 시장 평균 수수료인 2%로 계산하면 거래 수수료로만 지난해 5,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시장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둔 수익으로, 앞으로 장외거래 비중이 증가하면 거래 금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올해 하락장이 지속되고 법정화폐를 취급하는 거래소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OTC 시장은 상대적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란 전망도 보고서는 내놨다.
전문가들의 진출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체인파트너스 보고서는 “전통 금융시장에서 OTC 업무를 담당하던 전문가들이 진출하며 OTC 시장도 점차 전문화, 투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이혁재 CP OTC 팀장도 “최근 갤럭시디지털은 크립토 관련 투자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놓지 않는 사업이 ‘OTC’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큰손들이 대거 유입하기 위해서는 ‘수탁 서비스’ 등 인프라 구축이 갖춰져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는 보안 완성도가 떨어져 분실이나 해킹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관들은 큰 물량들을 대신 보관해줄 서비스가 있어야 더욱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CP OTC 팀장은 “암호화폐를 갖고 있다는 점을 확신해줄 보장 기능, 즉 한국예탁결제원과 같은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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