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블록미디어 James Jung 특파원] 트럼프의 런닝 매이트 JD 밴스는 ‘힐빌리의 노래’라는 자서전으로 유명합니다. 넷플릭스 영화도 있죠.
미국 중부 낙후된 도시, 러스트 밸트 출신으로 동부 명문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한 밴스는 촌티 나는 청년이었습니다. 밴스는 예일대를 졸업할 때 파격적인 결정을 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실력자 피터 틸의 강연을 듣고 나서요.
미국 동부 최고 법대 출신이라면 보통 뉴욕으로 가서 돈 많이 주는 로펌에 들어갑니다. 밴스는 정반대로 서쪽으로 갔습니다. 실리콘밸리로요. 거기서 바이오 벤처회사와 벤처캐피탈 등에서 경력을 쌓습니다. 밴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뭘까요?
# 아홉 개의 인연
트럼프는 올해 78세. 밴스는 39세 입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다시 출마를 할 수 없습니다. 두 번 대통령을 했으니까요.
밴스가 부통령으로 임기를 끝내면 43세. 만약 차차기 대선에서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으로 뽑힌다면 44세 절정기에 세계 최고 권력자에 등극하는 겁니다.
밴스가 이러한 위치에 오기까지 대략 아홉 명과의 얽히고 설킨 인연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열거해 보겠습니다. 영어 이름을 그대로 쓰겠습니다.
1 J.D. Vance : 본인
2 Donald J. Trump : 공화당 대통령 후보
3 Peter Thiel : 인연의 축
4 David Sacks : 페이팔 마피아
5 Chamath Palihapitiya : 친 암호화폐 투자자
6 Elon Musk : 페이팔 마피아
7 Frederic Moll : 밴스의 첫 직장 상사
8 Ajay Royan : 밴스의 첫 직장 경쟁자
9 Steve Case : VC 투자자
10 Rebekah Mercer : VC 투자자
밴스가 11월 대선에서 부통령으로 워싱턴 DC에 입성할 것인지 현재로써는 알 수 없습니다. 트럼프가 밴스를 낙점했다는 것만으로도 대성공이기는 하지만요.
# 페이팔 마피아
밴스의 성공을 만든 핵심 인연은 피터 틸과 페이팔 마피아입니다. 밴스는 예일대에서 피터 틸의 강연을 듣고, 그에게 편지를 씁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싶다구요. 어라, 이 녀석 봐라, 틸 입장에서는 신기했을 겁니다. 자기 말을 경청한 법대생이 실제로 나타났으니까요.
피터 틸은 밴스를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밴스가 틸의 인맥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는 순간입니다.
틸이 가지고 있는 초강력 인맥을 실리콘밸리에서는 페이팔 마피아라고 부릅니다. 일론 머스크, 데이비드 삭스, 피터 틸, 이 세 사람을 통칭합니다.
이들은 2000년초 닷컴 버블기에 페이팔 아이디어로 큰 돈을 법니다. 머스크는 이 때 번 돈으로 테슬라를 샀고, 삭스와 틸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됩니다.
틸은 묘한 재수가 있습니다. 그는 머리 좋고, 사업 잘할 것 같은 인재를 알아보는 비범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후원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비탈릭 부테린, 샘 올트먼이 있습니다. 밴스도 그 중 하나였던 거죠.
# 피터 틸의 후광 속으로
틸은 밴스가 실리콘밸리에 정착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합니다. 그의 첫 직장, 첫 벤처캐피탈 회사는 틸이 넣어 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인맥 입사를 한 겁니다.
실리콘밸리의 인연 중 세부 사항을 같이 보시죠.
Frederic Moll : Vance는 Moll의 회사를 통해 Silicon Valley에 첫 발을 들였음. 틸이 입사를 추천함.
Ajay Royan : Vance는 Royan과의 불화로 벤처캐피탈 Mithril Capital을 떠남. 밴스가 뛰어난 VC 심사역이었는지는 불분명. Royan과 불화 이후 독자적 행보를 하게 됨.
Steve Case : Vance는 Case의 벤처 회사인 Revolution에서 일했음. 이 역시 틸이 있었기에 가능했음.
Rebekah Mercer : Mercer는 보수적인 VC 투자자로, Vance와 함께 Parler라는 벤처기업에 투자를 검토했음. 그러나 실제 투자는 진행하지 않음.
이들 네 명과의 인연과 네 곳 VC에서 밴스의 활동을 보면, “피터 틸과의 관계 때문에 밴스를 채용했다”는 증언이 나올 정도입니다. 밴스는 피터 틸의 후광 속에서 실리콘밸리 경력을 쌓은 것입니다.
VC 투자자로서 밴스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느냐?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의 진짜 실력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 VC 투자자에서 정치인으로
평범하게(?) 서부 실리콘밸리에서 VC 투자자로 일하던 밴스는 고향 오하이오로 돌아갑니다. ‘힐빌리의 노래’를 출간하고, 유명인이 된 다음입니다. 힐빌리는 “계천에서 용 났다” 스토리입니다.
밴스의 어머니는 마약 중독자였구요. 집안에서 변변한 대학을 나온 것은 밴스가 유일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후 해병대에 들어갑니다. 해병대 월급을 모아 예일대 로스쿨 입학금에 보탭니다. 자신의 이러한 성장 과정을 엮은 책이 베스트샐러가 된 겁니다.
밴스는 고향에서 뭘하려는 걸까요? 놀랍게도 그는 상원의원에 출마합니다. 실리콘밸리 친구들의 도움으로 정치 자금을 모아서요.
당시 밴스는 “절대 트럼프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화당 내 반 트럼프 진영에 속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꿉니다.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가 되는데요. 이것도 피터 틸의 영향입니다.
피터 틸은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때 실리콘밸리에서 거의 유일하게 트럼프를 지지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관계가 소원해지기는 했지만요.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피터 틸은 다시 한 번 트럼프를 지원합니다. 자신의 애제자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강력 천거하면서요.
# 트럼프의 런닝 매이트가 되다
피터 틸의 주도로 데이비드 삭스, 일론 머스크 등이 일제히 트럼프에 전화를 겁니다. 부통령 후보로 밴스를 지명하라는 것이죠.
친 암호화폐 VC 투자자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도 밴스를 추천한 인물 중 하나입니다. 차마스는 밴스와 직접 인연은 없지만, 실리콘밸리 실력자들이 트럼프를 위해 연 선거자금 모금 만찬에서 밴스를 극찬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때 모금 행사에 모인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트럼프의 강력한 지원군이 되고 있습니다.
피터 틸을 포함해서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은 왜 밴스를 부통령으로 추천한 것일까요? 지금부터는 저의 뇌피셜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VC, 벤처 사업가들은 하나같이 똑똑하고, 돈이 많습니다. 트럼프는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다 천재라고 했습니다.
천재들이 천재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 천재니까요. 밴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잘 볼 수 없는 유형의 천재입니다. 미국 중부 시골의 보수적이면서 찢어지게 가난한 백인 가정 출신이니까요. 부유한 서부 천재들이 보기에는 “이런 얘가 다 있었네”라고 생각했을 법 합니다.
이들은 밴스를 실리콘밸리의 이해 관계를 대변하는 아바타로 정한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직접 중앙 정계로 나아가 기업 이해를 대변하면 보는 눈들이 곱지 않을 테니까요. 성공 스토리가 독특한 밴스에게 그 역할을 맡긴 것 같습니다. 밴스가 천재들의 아바타를 잘 해낼 수 있을 까요?
트럼프와 밴스를 지지하고 있는 VC 투자자들과 사업가들이 실리콘밸리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당의 해리스 부통령 편을 들고 있는 이름 있는 투자자들도 상당합니다. 친 암호화폐 투자자인 마크 큐반이 대표적이죠.
실리콘밸리는 배신과 배반의 계곡입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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