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 8회 연속 동결을 결정하면서 9월 인하를 시사했다. 그럼에도 수도권 집값 폭등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급등 우려 등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국내 사정이 더해지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고민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연준의 금리 인하 후에도 한은은 정책대출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포함 등 거시건전성정책 추진 상황을 비롯해 집값과 가계부채 진정세 등을 확인한 후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이르면 10월이나 11월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美 연준 7차례 ‘동결’…연내 금리 인하 1회 전망
1일 금융권에 따르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5.25~5.5%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부터 8회 연속 동결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준금리(3.5%)와의 격차는 2.0%포인트로 유지됐다.
지난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는 표현은 사라지고, “최근 몇 달간 FOMC의 2% 물가 목표를 향한 일부 추가 진전됐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임박했다는 시각이 높아졌다.
파월 의장은 간담회를 통해 “이르면 다음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면서 “경제가 기준금리를 낮추기에 적절한 지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게 FOMC의 대체적인 인식”이라고 9월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월 FOMC에 대해 “연준이 9월 금리 인하를 위한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CME그룹 페드워치에서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여전히 100%를 보였다. 이 중 0.5%포인트 인하 확률은 12.5%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사에 뉴욕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24% 오른 4만842.99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8% 상승한 5522.30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2.64% 오른 1만7599.40에 장을 마쳤다.
◆美 9월 인하 시사에도 ‘집값’이 발목
결과만 보면 미국이 결국 9월 인하에 나선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한은도 이에 맞춰 금리를 낮추면 간단하다. 우리나라 물가는 석달 연속 2%대를 기록하며 금리 인하 환경이 마련됐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는 “물가 관점에서는 금리 인하의 필요조건이 상당히 충족됐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문제는 1300원 후반대의 고환율과 수도권 집값 자극 우려 등 국내 사정이 금리 인하를 제약한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올라 지난주(0.05%)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특히 서울은 18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 결과 가계대출도 치솟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25일 기준 557조4116억원으로 한달 채 안돼 5조2600억원 급증했다. 주담대 잔액은 5월 5조3157억원, 6월 5조8467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결국 한은은 연준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움직이기보다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효과를 지켜본 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위원 다수는 정책 대출을 포함한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추진 상황’을 감안해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은 8월 ‘동결’…이르면 10월 ‘인하’에 무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확인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한은은 일단 8월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8월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과 2금융권 주담대에 스트레스금리 50%를 적용하는 2단계는 9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7월 금통위 당시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던지 혹은 금리 인하의 시점에 대해서 잘못된 시그널로 기대를 너무 크게 해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데 금통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은 미국의 인하 시그널 강도에 따라 10월 혹은 11월, 연내 1차례 금리를 낮출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보다 높은 가운데 한은은 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할 만큼 경기가 부진하다고 보지 않고, 집값 상승과 환율 불안 등 인하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준이 금리를 낮추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금리를 내리면 환율이 불안해진다”면서 “연준이 9월 금리에 나선 후 한은은 내수 부진을 이유로 10월이나 11월에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봤다.
연내 금리 인하를 단정짓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물가가 예상보다 높고,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낮춰야 한다는 점도 있다”면서 “현재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으로는 대출을 줄이기 어려운 만큼 연내 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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