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가영 기자] 비트코인 ETF 승인이 또 철회됐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24일 기준으로 비트코인 시세에 큰 변화는 없었다.

▲ SEC의 비트코인 ETF 신청 철회 결정 이후에도 비트코인 시세변동은 크지 않다 (출처 = 업비트)

비트코인 ETF와 백트(Bakkt)출시는 침체기에 빠진 암호화폐 시장을 구원할 호재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잠재적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끌기 위해 ‘호재’라고 지나치게 포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백트와 비트코인 ETF, 출시될 가능성은?

업계에서 백트 출시와 비트코인 ETF 승인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암호화폐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TF(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 Fund)은 펀드상품이다. 주식의 장점과 펀드의 장점을 가져와 만들었다. 펀드의 ‘분산 투자’, 주식의 ‘쉽고 빠른 환매’가 골자다. 그래서 ETF는 초보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벤처캐피탈인 GBIC의 이신혜 대표는 “ETF가 승인된다는 것은 적법한 금융상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기관과 개인 모두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러한 파급력을 고려하면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ETF 승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3일,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가 반에크-솔리드X(VanEck and SolidX)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을 철회됐다. 이전에도 SEC는 총 9개의 ETF 신청을 모두 승인 거부한 바 있다.

백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백트는 기존 CBOE와 CME에서 이루어지던 비트코인 선물거래와 달리, 실제 비트코인이 오고 가는 ‘실물인수도’ 방식의 선물 거래를 채택한 거래소다. 비트코인 거래량을 높이고, 가격변동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호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12월로 예정됐던 백트 거래소의 승인이 1월 말로 연기됐다. 게다가 미국 백악관 셧다운(업무정지)으로 백트 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출시일이 추가 지연될 수 있다. 그러나 백트에서 블록체인 엔지니어링 책임자, 재무 책임자, 보안 책임자 등 3자리의 임원직을 채용 중이라고 밝혀 ‘백트가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라는 낙관적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 호재다 VS 아니다

비트코인 ETF와 백트 출시가 호재가 되려면, 출시 이후 투자자와 거래량이 늘어야한다. 시장을 살릴 ‘구원투수’가 될 것인지에 대한 시각은 둘로 나뉜다.

설문조사를 통해 본 잠재적 투자자들의 심리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지난 23일, 미국 투자자들 가운데 58%가 ETF를 통한 비트코인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뉴스BTC는 암호화폐 헤지펀드 비트와이즈 애셋 매니지먼트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조사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150명의 재정 자문가들이 참여했다.

백트는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소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금융회사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보스턴컨설팅 등 미국 거대 기업이 합작해 만들었다. 거래소에 대한 신뢰도와 기관투자자 진입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반짝 상승’효과는 불러올 수 있더라도, 시장에 지속적인 호재로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2017년 12월 18일, CBOE에서 처음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처음 시작했을 때 시장에 준 영향을 살펴보면 백트와 비트코인 ETF의 영향력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다.

▲ 2017년 12월 비트코인 선물상품 출시 당시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시세 추이 (출처 = 코인마켓캡)

암호화폐 정보제공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의 그래프를 보면 2017년 12월 18일 비트코인 선물거래 시작 이후 비트코인 시세가 오른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잠깐에 불과했다. 이후 비트코인의 시세는 2018년 내내 하락했다. 또한, CBOE의 비트코인 선물상품은 상장 직후 하루 평균 5000건 이상의 거래가 있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700건대로 줄었다. 지속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 시장이 되살아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전문가들은 시장 전체에 활력을 넣을 호재는 비트코인 ETF와 백트가 아니라, 정부의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에 대한 움직임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상용화라고 말한다.

비트코인 선물 출시 이후에도 시세가 하락한 원인에 대해 넥스트머니 이용재 저자는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초까지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량은 전 세계 거래량의 30% 이상을 차지했는데,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자 한국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체 비트코인 거래량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입장이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이처럼 거대하다는 뜻이다.

벤처캐피탈 스카이메도우 한인수 대표 또한 “결국은 암호화폐 용도가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비트코인 ETF가 한 번 승인되면 추가적으로 2차, 3차 ETF가 승인되면서 거래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라면서도 “주식에서도 지속적으로 투자액이 늘기 위해서는 실적이 중요한 만큼, 디앱이 발전해 암호화폐의 수요가 높아져야만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가격 상승은 한 두개의 호재가 아니라,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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