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가영 기자] 국내 기업들이 2017년 말부터 암호화폐 거래소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하려 했지만 암호화폐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M&A 추진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거래소는 인수자를 찾아나서고 있다.

한 M&A 중개 업체 관계자는 “2017년 3분기부터 작년 1분기까지 대기업을 포함한 여러 상장기업이 암호화폐 거래소 M&A에 대해 문의했다”며 “그러나 당시 거래소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해 성사되지 않았고, 작년 중순부터는 거래소와의 M&A 관련 문의가 단 한 건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가격 급락과 함께 거래량이 줄어들자 거래소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빠르게 식었다는 설명이다.

◆ 높은 거래소 콧대에 인수합병 ‘불발’

암호화폐 시장의 ‘전성기’라고 불릴 만큼 거래량이 많았던 2017년, 여러 국내 기업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M&A를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매수측과 거래소가 자체 평가한 기업 가치 평가액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거래소 측에서는 10% 미만의 지분에 대해서도 최하 수십억에서 백억 이상을 요구했다. 거래소가 자체 평가한 기업 가치는 거품이 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시장 상황이 좋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도 거래소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인 곳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팔한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2017년 당시 4곳에서 M&A 제안을 받았지만, 거래소 기업 가치가 2000억까지 올랐기 때문에 적은 가격에 지분을 팔 필요가 없었다”라며 “그러나 작년부터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M&A 제의가 뚝 끊겼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도 “거래량이 많았을 당시에는 시장이 계속 좋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M&A 제안이 많이 들어왔지만, 당시에는 회사 운영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거절했다”고 밝혔다.

반면 실제로 M&A가 이루어진 사례도 있다. 게임회사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이다. 2017년 9월 넥슨은 NXC를 통해 코빗 주식 12만5000주를 912억5000만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당시 M&A는 스타트업 피인수 사례로는 최고 기록이었다.

빗썸도 작년 10월 BK 컨소시엄이 인수했다.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최대주주인 비티씨코리아홀딩스를 싱가포르 ‘BK 글로벌 컨소시엄’이 기분 50%+1주를 매입했고, 총 인수대금은 약 40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 암호화폐 거래소, 지금은 오히려 매수인 찾아 나서

스타트업 기업에게 있어 M&A는 ‘구원투수’와도 같다. 여러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인수를 하면서 투자금 유치 뿐만 아니라 경영자문, 해외시장 진출, 대기업의 기존 서비스와 연동해 시너지를 내는 등의 효과를 본다.

한국은 스타트업 M&A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데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할 경우, 스타트업이 떠안아야 할 정부 규제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 때문이다. 인수자와 매도자의 가격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팔려는 사람은 비싸게, 사려는 사람은 싸게 거래하길 원한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는 기업 가치 평가액이 최대 10배 차이가 났기 때문에 협상 시도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다2017년 당시 M&A 제안을 거절했다는 거래소 관계자는 “지금은 당시의 결정을 후회한다”라고 털어놨다. 지금은 거래소가 먼저 매수자를 찾아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선 이후부터 인수할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한국M&A거래소 유용선 상무는 “시장 상황이 좋았을 때는 적극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하려 했던 기업들이, 만약 당시 투자를 했다면 돈을 날렸을 것이라며 지금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며 “요즘은 거래소 측에서 가격을 많이 낮춰 인수인을 찾고 있지만,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이 없으므로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소 M&A 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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