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전통 시장의 자본과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로 유입되면서 비트코인 등 일부 암호화폐를 전통 자산처럼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그러나 암호화폐들의 움직임은 (전통 자산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통시장과는 멀리 떨어져 독자적인 물리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었다.

비트코인은 2018년 처음 몇 주 동안 50% 넘게 가격이 폭락했으며 4분기 들어서 증시 약세 흐름 속에 다시 급락세를 연출했다. 전통적 금융 시스템의 대안을 표방했던 비트코인은 증시 하락 상황에서 안전한 피난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WSJ은 비트코인과 다른 자산들간 상관관계는 강력하지는 않지만 측정할 수는 있다고 진단한다. 리서치기관 엑스칼리버 프로(Excalibur Pro Inc)에 따르면 지난 5일간 비트코인은 금과 약 0.84의 상관관계를 갖고 거래됐다. 상관관계의 범위는 -1 ~ +1이며 -1인 경우 완전 역상관관계, 그리고 +1은 완전한 상관관계를 가리킨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이 비트코인을 새로운 형태의 금으로 부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과 비트코인간 상관관계 형성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다.

비트코인은 또 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시카고옵션거래위원회(CBOE) VIX 지수와 0.77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비트코인이 시장의 ‘공포 게이지’와 보조를 맞춰 거래된다는 점은 납득이 간다. 지난 10년간 세계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의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글로벌 자금이 위험도 높은 자산으로 움직였으며 암호화폐 보다 위험한 자산은 없다는 게 WSJ의 판단이다.

기관 자금이 암호화폐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가지 사례는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판매한 장외거래펀드 비트코인투자신탁의 운용 자산 변화다. 이 신탁의 운용 자산은 설립 첫해인 2013년 5100만달러에서 작년 말 약 35억달러로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최근에는 다시 9억달러 정도로 감소했다.

암호화폐산업으로의 벤처자본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인데스크 데이터에 따르면 2013년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투자된 벤처자금은 총 9600만달러였으나 2016년에는 약 5억달러로 증가했다. 또 2017년 말에는 그 규모가 20억달러를 넘어섰다.

암호화폐 시장으로의 전통 자본 유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실제로 기관투자자들의 돈을 암호화폐로 끌어들이기 위해 당국의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선물 거래, 그리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WSJ은 이 같은 노력 일부가 성공을 거둘 경우 더 많은 자금이 암호화폐로 유입될 것이며 그것은 전통시장이 비트코인을 더 타이트하게 조이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