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신지은 앵커] 중동에 가상화폐 바람이 불고 있다. 국가 주도로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는가 하면 블록체인 스타트업 생태계도 그 어느 곳보다 활발히 만들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연맹에 가입하고 있는 아랍 국가들과 아프가니스탄, 이란, 터키, 이스라엘 등의 비아랍국가로 이뤄진 지역 중동은 어마어마한 석유 매장량이 낳은 오일 머니로 막대한 부를 누려왔다. 그들이 블록체인을 블랙 골드(석유)의 뒤를 이을 인터넷 골드로 보고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의 노력은 지금 어느 수준에 와있는가.

‘원자재’ 유일한 해답 아냐, 대안은 ‘이슬람 금융’

남미의 국가 베네수엘라가 유례없는 경제 위기에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보면 중동 지역 국가들이 블록체인에 눈을 돌리는 이유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석유의 20%인 3020억 배럴의 매장량을 자랑하면서도 석유에서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그 가치 자체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민주주의 탄압과 인권유린 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수차례 경제제재를 가해왔다. 베네수엘라가 석유를 하루 50만 배럴 밖에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미국의 불매, 교통로 봉쇄 등으로 인해 손발이 묶인 것이다. 원자재 시장이 물류, 통신, 국제정세에 의존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시대에 석유는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중동의 석유 부국들은 이미 깨달은 것이다.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이슬람 금융이다. 톰슨 로이터가 참여해 발간한 2018 이슬람 금융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이슬람 금융 산업은 2023년 최소 3조8,000억달러의 시장 가치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세의 원동력은 ‘디지털 혁신’이다. 보고서는 또 디지털 혁명이 이슬람 은행 분야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사용량 급증과 함께 등장한 핀테크,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 등이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의 근간이 되는 원칙인 샤리아는 개인 간 거래에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한다. 예금과 대출에 있어 모두 이자가 없으며, 비윤리적인 사업에 대한 투자 역시 허가되지 않는다. 중동에서의 가상 화폐 적용에 어려움이 많은 이유다. 법적으로 가상화폐를 금지하는 나라도 아직까지는 적지 않다.

UAE 정부, ‘2020년까지 블록체인 선두’ 시동 걸어

가장 적극적으로 블록체인에 힘을 실어주는 나라는 UAE다.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무기로 블록체인은 UAE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UAE 정부는 2020년까지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한 산업을 확장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 연방을 구성하는 7개국 중의 한 나라)가 그 중심이다. 이미 두바이 정부는 IBM과 협업해 2021년까지 완전히 디지털화된 세계 최초의 ‘정부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두바이 페이 블록체인 결제 및 조정시스템’이 대표적 예다. 타 정부기관, 은행 및 금융기관과의 결제 소요 시간이 45일에서 초 단위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웨삼 루타 스마트 두바이 정부 설립 최고경영자는 “블록체인은 2019년까지 수십억개의 시장으로 진화할 것”이라면서 “두바이 블록체인 플랫폼 출시로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 블록체인 서비스를 구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 거래소는 리플 네트워크를 활용해 내년 1분기 부터 아시아 은행들에 송금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9위, 중동 최고의 항만인 두바이항에서는 선적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벌써 시작됐다.

다른 나라들도 앞다퉈 블록체인에 관심을 쏟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분산원장기술로 자국 경제를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잡았고, 터키의 보르사 이스탄불 증권거래소는 블록체인 기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중이다. 쿠웨이트 금융당국인 KFH는 이미 리플넷에 합류했다.

STO 법제화, 규제 틀 안에서는 자금조달도 ‘합법’

암호화폐를 비롯한 자금 조달 문제에서도 개방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UAE의 금융당국인 DFSA은 이미 일찌감치 STO에 대한 법적 규제의 틀까지 마련해뒀다. 한 전문가는 인터뷰를 통해 ‘이미 UAE 당국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필연적으로 사회 곳곳에 자리잡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라면서 ‘하지만 그들이 야생으로 자리잡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차원에서 규제 마련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두바이는 전통적으로 ‘금융’과 ‘부동산’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곳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토큰화 된 자산’이 그 어느 곳보다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서구형 전통 금융의 영역이 부재하다는 사실도 STO가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다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오일머니’..블록체인이 이뤄줄까

기원전 3000년 경, 땅이 기름져 농사짓기 좋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지금의 중동 지역이다.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두 강 사이에서 시작해 지금의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에 이르기까지 넓게 펼쳐진 이 지역은 ‘메소포타미아’라고도 불렸다. 수천년이 흐른 지금도 중동은, 타고난 지정학적 위치로 1,500억톤, 1조 6,000억배럴의 원유를 땅 속에 품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의 국가와 기업들은 그러나, 종교와 정치 세계가 충돌하는 국제 정세 속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선 것이 블록체인을 필두로 한 디지털 경제다.

UAE의 국부 펀드 규모는 6,830억달러로 세계 3위의 자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막대한 시설 투자로 두바이는 이미 다소 부족한 석유 매장량의 약점을 딛고 국제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했다.그들이 주시하고 있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블랙 골드’가 될 수 있을까. 많은 기업들이 속속 중동의 블록체인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정부의 막대한 관심과 전폭적인 지지 속에 블록체인 바람은 이미 새로운 ‘중동의 꿈’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현장 분위기는 다음주 블록TV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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