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기자]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암호화폐를 공동구매하는 ‘공구방 총판’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명백한 계약서 없이 마치 ‘계모임’처럼 진행되는 암호화폐 공동구매 프로세스는 누가 봐도 모럴해저드가 일어나기 충분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자금 모집을 진행했던 총판이 사망하면서 중간 단계에서 자금을 유통했던 브로커와 개인투자자 모두 돈을 돌려받을 길이나 방법이 불투명해졌다.

현재 투자자와 브로커 즉, 공구방 운영자 간 갈등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암호화폐 공구방 에이블록 운영자 김승환씨는 “총판 최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돌려받을 길이 없어졌다”며 “최씨는 이미 횡령 의혹이 있었던 만큼 고인 유가족의 자금을 추적해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지를 통해 입장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자신이 거래한 쪽은 최씨가 아니라 공구방 운영자였다며 브로커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에이블록으로부터 코인 물량을 받은 공구방 운영자C씨와 K씨는 일부라도 환불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더리움 가격이 거래 당시 가격대비 10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치는 데다 환불 규모도 10%로 턱없이 부족해 투자자의 원성은 줄지 않고 있다. 투자자 L씨는 “에이블록을 통해 공구를 진행한 자금 규모만 4700이더”라며 “변동성을 고려하더라도 최소 수 억원이 넘는데 이 조차 투자 당시 시장 가격이 아니라 이더 갯수로 주겠다니 화가 난다”며 “여기에 환불 규모가 10%라는걸 보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어 수단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블록미디어는 중간 판매책인 에이블록에 투자금을 전달했다가 코인을 돌려받지 못한 공구방 운영자와 인터뷰를 진행, 현재 심경과 향후 대응책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암호화폐 공구방 운영자와의 일문일답이다.

질문: 암호화폐 공구방은 언제 처음 시작하셨나요?

C씨: 제가 암호화폐 공구방을 시작한 것은 올해 초입니다. 공구방장들이 하는 일은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블록체인 프로젝트 ICO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무렵 괜찮다는 프로젝트는 모집 금액이 커지면서 개인 자격으로는 좋은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온 게 공동구매입니다. 개인들이 자금을 모아 참여하면 단위 금액이 커져 기관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개인 컴퓨터가 모여서 채굴하는 마이닝 풀과 비슷한 겁이다.

질문: 암호화폐 공구방 총판을 담당하고 있는 에이블록과는 어떻게 알게 된 건가요?

K 씨: 에이블록이 5월쯤 본인들이 빗썸코인(당시 지난 4월 빗썸코인 공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현재는 폐기되었다고 한다. ) 더 싸게 줄 수 있다면서 접근했습니다. 안하다가 6월쯤 팬텀으로 첫 거래를 했습니다. 주변에 물어보니 다들 에이블록과 거래하고 있길 래 어느 정도 검증된 곳이구나 하고 진행했는데 다 까발려보니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주먹구구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만날 때마다 본인들이 무슨 빗썸 대표 라인이네, 후오비에 아는 사람이 있네. 유명 벤처캐피탈(VC) 이사와 친하다고 이야기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알고 보니 그냥 김승환 대표 타이틀 하나 믿고 해 먹은 거였어요.

질문: 투자자들은 브로커니까 수수료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어떤 입장인가요?

K씨: “수수료요.  초반에 진행했던 파이 코인은 68억 모아서 줬던 0.2퍼센트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1400만원. 나머지는 5%에서 10%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코인을 돌려받든가 해야 수익이지 받질 못했어요. 지금까지.”

질문: 그래서 지금 에이블록에 고소는 진행하셨나요?

K : 네,  변호사 선임했고 에이블록을 상대로  고소장 접수했습니다.

질문: 에이블록에 보내신 내역이나 계약서가 있으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텐데요.

K: 제가 갖고 있는 증빙 자료는 이더리움 전송내역과 대화내역 스캔한 것들입니다.  사실 저는 최대표의 존재 자체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 대표가 사망하면서 총판 위에 누가 있는지 더욱 알 수가 없게 됬고요. 공구방 운영하는 분들도 다 저와 비슷할 겁니다.

 질문: 현재 공구방장도 책임 져야 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K: 투자자에게는 죄송합니다. 그래서 지금 사비 털어서 그걸 사람들에게 환불 일부라도 해주려고 하는데 사람들은 또 법적 회피를 위해 선심 쓰는 척하는 거라고 하는 말들도 너무 상처가 됩니다. 지금 온갖 곳에서 저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루머들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가정부를 부린다느니 출장 뷔페를 시켜먹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차치하더라도, 저희는 코인이 나와야 수수료로 벌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코인도 안 나오고 환불도 안 나오는데 어찌 수익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무슨 수십억, 수백억대 자산을 불려놓고 환불도 안 해준다니요.

질문: 어떤 점이 억울하신가요

K: 모든 건 에이블록에 넘어간 내역들이 명명백백하게 다 있고, 대화내역까지 다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많은 돈을 제가 다 갚아야 한다는 것도 억울하고 위에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제가 다 총대 맨 것처럼 모든 욕을 제가 다 들어야 하고, 책임도 다 제가 저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지금의 제 처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최 대표가 부러울 지경입니다.

한편, 고소와 관련 에이블록 김승환 대표는  “현재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답변을 드리기 힘들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드니 변호사님 하고 이야기 해달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