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들 달러 상승 포지션 축소..전략 수정 확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흥국 위기 사태와 무역전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달러화 강세 흐름이 뚜렷한 가운데 월가에 ‘곰’이 출현했다.

펀드 매니저들이 달러화 상승에 베팅한 포지션을 축소하는 한편 유로화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움직임이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이와 함께 헤지펀드 업계에서 달러화의 중장기적인 급락을 경고하는 의견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에 대해 지난 4월 중순 이후 5%를 웃도는 상승 기록을 세웠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월가 트레이더들의 달러화 상승 베팅 규모가 2017년 초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데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를 필두로 한 신흥국 자산 급락, 여기에 정책 리스크에 따른 ‘리스크-오프’ 심리가 달러화 상승을 부추겼다.

하지만 최근 월가에 기류 변화가 두드러진다. 달러화의 약세 전망이 꼬리를 무는 한편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 달러 상승 포지션 축소가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업체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어츠의 레이 달리오 대표는 달러화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2년 사이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최대 30%에 달하는 하락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본격 나선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대에 지원 사격을 위해 소위 ‘머니 프린팅’을 재개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 국채 수요가 재정적자 규모를 크게 확대하는 미국 정부에 돈줄을 제공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달리오 대표는 강조했다.

채권 투자의 구루로 통하는 더블라인 캐피탈의 제프리 건드라크 대표는 달러화의 단기적인 약세 전망을 내놓았다.

연말까지 달러화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정 규모의 하락 없이 달러화가 추가 상승을 하기는 어렵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블룸버그가 실시한 조사에서 월가 애널리스트는 95 내외에서 등락하는 달러 인덱스가 내년 7% 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운용사들은 포지션 변경에 적극 나섰다. 운용 자산 600억달러 규모의 블루베이 애셋 매니지먼트는 최근 수 주 동안 달러화 급등을 겨냥한 옵션 보유량을 축소했다.

픽텟 애셋 매니지먼트는 달러화 조정을 예상하는 한편 유로화 비중을 ‘비중 축소’에서 ‘중립’으로 수정했고, BNP 파리바는 신흥국 통화의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날 달러화는 약세 흐름을 보였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면서 달러 인덱스가 0.3% 가량 내렸고,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달러화는 각각 0.5% 선에서 하락했다.

이와 함께 터키의 금리인상과 G2(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에 대한 기대 역시 달러화 약세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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