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축으로 한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경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관세 전면전이 주요국 통화의 환율을 흔들어 국가간 마찰을 한층 더 고조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이미 가파르게 하락한 중국 위안화에 시장의 앵글이 집중됐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 [사진=로이터 뉴스핌]

 

9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에발트 노보트니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글로벌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취리히에서 가진 한 연설에서 “주요국의 무역 마찰이 환율에 영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가 무역전쟁뿐 아니라 환율전쟁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스리 쿠마 글로벌 스트래티지의 코말 스리 쿠마 대표는 블룸버그의 칼럼을 통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전면전으로 치달은 관세 맞대응이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로 이어지면서 무역 마찰보다 더욱 심각한 충격을 경제 펀더멘털과 금융시장에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뉴 뷰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브라운 최고경영자도 중국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의 칼럼에서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 궁극적으로 전세계 경제에 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0년 미국은 글로벌 제조업 1위 자리를 중국에 빼앗겼다. 이후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더욱 후퇴했고, 달러화 상승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3월 이후 중국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7% 급락했고, 2008년 위기 이전 수준과의 거리를 불과 3%로 좁힌 상황이다.

 

중국 금융당국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 것은 사실상 통화 평가절하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아르헨티나 페소와 터키 리라화에 이어 중국 위안화가 가파르게 밀리면서 MSCI 신흥국 통화 지수는 4월 이후 6% 떨어졌다.

 

상황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역시 4% 선에서 내림세를 나타냈다.

 

ECB가 금리인상 시점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고한 것이나 일본은행(BOJ)이 출구전략에 나서지 않는 것은 무역전쟁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데 투자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에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을 요구, 지극히 이례적인 행보를 취한 것은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교역 상대국 통화 가치의 하락으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면서 트럼프 행정부 역시 약달러 정책을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걷잡을 수 없는 환율전쟁이 가시화될 경우 자산시장 전반으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크게 상승하는 한편 주요 자산의 기대 수익률을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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