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무역 마찰과 정치권 혼란 속에 신흥국 통화가 기록적인 하락을 지속하자 통화정책 효과를 둘러싼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지폐 [사진=로이터 뉴스핌]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29일 6주 사이 세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등 신흥국 정책자들이 통화 가치 급락에 제동을 걸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지만 외환시장 트레이더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50bp(1bp=0.01%포인트)에 달하는 인도네시아의 금리인상은 예상 밖의 결정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23명의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17명이 25bp의 인상을 예상했고, 6명은 동결을 점쳤다.

 

지난달 17일 금리인상을 단행한 정책자들은 31일 비상 회의를 소집하고 추가 금리인상을 실시했고, 이날 또 한 차례 공격적인 긴축을 결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각각 4.50%와 6.0%로 높아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신흥국 전반에 걸쳐 확산됐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페소화 방어를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40%로 인상했다.

 

하지만 불과 1주일 사이 1275bp에 달하는 전례 없는 금리인상과 500억달러 규모의 국제통화기금(IMF) 차관에도 페소화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이날 페소화는 또 한 차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따.

 

터키 역시 리라화가 폭락하는 가운데 지난 4월 이후 500bp의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지만 통화 가치 방어에 실패했다.

 

리라화는 주요 통화 가운데 달러화 대비 손실 5위에 랭크됐고, 사상 최저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지만 페소화는 1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은 통화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현재 3.5%에서 4.5%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달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2014년 이후 첫 금리인상을 단행, 링기트화의 하락을 진정시켰지만 새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팔자’를 재점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브라질 헤알화가 연초 이후 10% 이상 급락한 가운데 정책자들이 금리인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상승과 트럭 업계의 전국적인 파업 사태까지 악재가 겹친 가운데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6.5%에서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철회했다.

 

인도 역시 루피화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중앙은행의 전면적인 대응에도 신흥국 통화가 도미노 하락을 연출하는 것은 미국 금리와 달러화의 동반 상승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무역전쟁 리스크가 고조된 데 따른 위험자산 기피와 최근 중국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다란 악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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