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선임기자] 페트로 달러 체제의 균열이 현실화 되고 있다. 미국 달러패권의 한축인 미달러의 원유독점결제에 균열이 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 달러가 원유결제에 독점적으로 사용돼 온 것은 맹방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약 때문이다.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정지(1971년)로 흔들리던 달러는 키신저 미국무장관이 사우디와 1973년 협약을 맺으면서 기축통화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미 달러로만 OPEC이 원유수출 대금을 받기로 함에 따라 달러는 없어서는 안될 ‘돈’이 됐다. 원유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러를 페트로(petroleum. 석유) 달러라고 부르고 현 달러시스템을 페트로 달러시스템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페트로 달러시스템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사우디는 완전히 변했다. 금 전문지 골드텔레그래프가 지난 한주간 사우디가 한 일들을 정리했다.

첫째, 사우디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중국과 급속도록 가까와지고 있다. 빠르면 다음달부터 중국 북동부 지역에 석유 정제 설비를 짓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837억 위안(122억달러) 규모다. 위안화로 표시됐다. 또 미국에 눈에 가시인 이란과 시리아와의 관계도 개선하고 있다.

둘째,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가 다음달부터 원유생산량을 감산하곘다고 발표했다. 감산은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특히 미국에 큰 부담을 준다. 인플레이션을 막으려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금리인상에 따른 은행위기가 터져 미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감산은 유가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강화한다. 은행위기와 경기침체로 금리정책을 전환해야 하는 미국은 더욱 어려움에 처한다. 감산은 없다고 했다가 미국이 어려울 때 기습발표했다.

셋째, 석유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할 뿐 아니라 다른 금융거래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16일 중국 수출입은행은 SNS 위챗을 통해 “사우디 국영은행과 첫 위안화 대출 협력을 성공리에 마쳤다. 양국 무역 관련 자금 수요를 충족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랍권 금융기관에 처음 실시한 위안화 대출”이라며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국가들의 금융·무역의 원활한 흐름을 촉진해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 모든 일들은 달러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움직임과 관련돼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해 12월 엄청난 환대를 받으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뒤 일어난 일들이다.

시주석은 당시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에서 “(장기적으로) 상하이 석유·천연가스 거래소(SHPGX)를 충분히 이용해 원유 및 천연가스 무역에서 위안화를 쓰자”고 제안했다. 달러패권에 도전한 것이다.

사우디는 지난달 중국 주도 안보블록(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에 합류하기도 했다.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4개국의 정치, 안보, 무역동맹이다.

원유증산을 부탁하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냉대를 받았다. 사우디는 바이든이 떠난 뒤 바로 증산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말을 바꿔 탄 것인가.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석유장관 빈 살만 왕세자와 미국이 틀어진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를 비판해 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10월2일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 자리한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당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기간 중 사우디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며 공격하고 이후에도 압박을 가했다.

빈 살만 왕세자와 바이든의 악연에 더해 변한 이해관계와 역학관계가 영향을 줬다. 그간 페트로 달러 체제에 반기를 든 이란과 이라크,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은 예외 없이 미국의 경제 제재, 군사 행동 대상이 됐고 지도자가 죽음을 맞기도 했다.

빈 살만이 이를 잘 알고도 탈 달러에 시동을 거는 것은 사우디의 국익과 국제적인 힘의 균형 등이 미국과 거리를 둬도 된다고 판단토록 만든 셈이다.

중국은 사우디의 최대 원유수입국이다. 또 세일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한 미국은 사우디의 경쟁국이 됐다. 미국이 먼저 변했던 셈이다. 미국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과 달러위상의 약화가 빈 살만의 판단에 힘을 보탰을 수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BRICS 5개국은 미국중심체제에 대해 도전해 왔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브릭스(BRICS)와 메르코수르(MERCOSUR. 남미공동시장) 회원국들로 공동 통화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중국과 브라질은 양국 화폐로 무역을 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해 “황금알을 낳은 달러시스템에서 러시아를 배척하는 것은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릭스국가들은 오는 8월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탈달러를 위한 통화창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러시아의 고위 관리가 인도방문에서 밝혔다. 인도와 러시아도 양국통화로 협력하는 방안을 만들기로 했고 인도정부는 달러가 부족하거나 외환위기를 겪는 국가와 인도 루피화로 무역거래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했다.

러시아는 중국 위안화를 중국과의 무역결제에 사용하고 지불준비금으로 위안화를 확대하고 있다.

우연도 아니고 돌발적이거나 일시적인 사건들이 아니다.

미국이 이런 움직임에 전략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는 지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달러패권을 위해 행동에 나서기 보다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금융위기를 수습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다.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을 가지고 있고 수학과 네트워크에 참여한 이들의 노력에 의해 지켜지는 비트코인에 주목할 때다.

속보는 블록미디어 텔레그램으로(클릭)
전문 기자가 요약 정리한 핫뉴스, 블록미디어 카카오 뷰(클릭)

같이 보면 좋은 기사

‘은행 위기’ 아닌 ‘달러 위기’–더 큰 위험이 다가온다(feat. 비트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