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FTX가 파산을 선언하기 5개월 전인 작년 6월, 샘 뱅크먼-프리드(SBF)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인 마틴 그루엔버그(Martin Gruenberg)도 비밀리에 만났다고 워싱턴 옵저버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방보험공사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을 비롯한 다수의 은행이 파산하거나 위기에 빠지면서 특히 주목받은 기관이다.

워싱턴 옵저버는 미국의 왓치독 프로텍트(Watchdog Protect the Public’s Trust)가 입수한 기밀 이메일을 이날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SBF는 2022년 5월 28일 FTX의 규제 전략 책임자인 웻젠(Wetjen)을 통해 FDIC 의장 그루엔버그를 6월 만남에 초대했다. 당시 이메일에는 FTX가 왜 뛰어난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 밖에 없는 지를 설명하고 미팅을 원하는 긴 내용이 담겼다. 그루엔버그는 그날 밤 바로 만남을 수락했다.

웻젠은 2021년 FTX.US에 합류했고 직전에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으로 일한 인물이다.

와치독 프로텍트의 이사인 마이클 챔버레인은 “이는 파산한 FTX의 샘 뱅크먼과 그의 동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암호화폐 규제 기관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메일에선 만남의 목적에 대해 “FTX는 연방 정부에 우리를 규제해달라고 간청하는 이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표현하고 “FTX가 미국 당국에 의해 규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되어 있다. 또한 이메일에는 FTX의 위험 모델을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FTX의 위험 관리가 극히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웻젠이 보낸 이메일의 후반부에는 FDIC 회장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도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CFTC가 우리를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 지를 자세히 설명하는 CFTC 신청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CFTC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것을 승인하는 것 뿐입니다. CFTC가 승인하면 미국의 다른 거래소도 이에 따라 CFTC 라이선스를 갖게 될 것입니다.”

결국 마틴 그루엔버그는 초청에 응했다. 그러나 FDIC 대변인은 이 소식을 확인하면서 “FDIC 의장은 금융회사 및 기관 리더들을 정기적으로 예방하고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메일을 입수한 감시단 측은 “정부 기관이 신속히 회의 요청에 응답한 것은 FTX 거래소가 당시 규제 당국 사이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 FTX, 전직 규제 기관 고위층 줄줄이 영입

그동안 FTX와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의 애매한 관계는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FTX는 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 고위층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다수의 전직 연방 규제 담당자를 고용했다.

FTX 법률 고문 라이언 밀러(Ryne Miller)는 전 CFTC 위원장이자 현 SEC 회장인 게리 겐슬러의 법률 고문을 역임했다. FTX의 전 규제 전략 책임자이자 현재 FTX 자회사 렛저X(LedgerX)의 이사인 마크 웻젠은 오바마 대통령이 CFTC 위원장 대행 겸 위원으로 지명했다. FTX.US 파생상품 위원회 고위 관리 질 서머스(Jill Sommers) 역시 전 CFTC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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