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자금력과 영향력 가진 기득권층에
강력한 무기 됨으로써 민주화 과정에 악영향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사람이 쓴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탁월한 글쏨씨를 보이는 인공지능 챗GPT(ChatGPT)가 로비 활동에 사용돼 민주주의 과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이터 과학자 네이선 샌더스와 보안 전문가 브루스 슈나이더는 NYT 기고문에서 챗GPT가 지역 신문 편집자에 편지를 쓰고 기사에 댓글을 달며 하루 수백 건의 블로그 글과 소셜 미디어글을 작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러시아인터넷연구소가 미 대선에 개입한 것과 같은 일을 벌이면서도 러시아의 선거 개입과 달리 돈도, 수백 명의 인력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로봇이 글을 작성하는데 따른 문제는 오래된 일이다. 5년 전부터 적어도 수백만 건의 자동 생성 댓글이 망중립성을 관장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하버드 대학생이 의료보호 정책과 관련해 여론을 제시하는 1001건의 글을 로봇 프로그램으로 작성하는 실험을 했다. 당시까진 너무 많은 댓글이 문제일 뿐 댓글 내용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챗GPT처럼 고도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핵심 의원과 여론 주도자에게 적절한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취약점을 공략하는 직접적인 소통과 홍보, 교섭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일은 사람이 할 경우 로비활동으로 규정된다. 유능한 로비스트는 적절한 메시지를 알맞은 대상에게 전달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한다. 아직 챗GPT는 최적의 커뮤니케이션 대상을 선정하는 능력이 제한되지만 곧 극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치 네트워크를 꿰뚫게 되면 기업 세금이나 군사 예산 등 특정 사안과 관련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챗GPT는 일단 적절한 대상이 선정되면 편지, 댓글 등 모든 형태의 문장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인간 로비스트가 대상자를 선정해줄 수도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에 의한 해킹도 우려된다. 입법과정이 특히 표적이 될 수 있다. 정책결정과정에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큰 데 비해 인공지능이 개입한 사실을 밝혀내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된다.

개방사회는 민주 절차가 공개돼 있으며 대부분의 의원들이 유권자들의 반응에 민감하다. 인공지능이 영향력이 크지만 지명도는 낮은 의원을 찾아내 부자들의 정치헌금이나 이익단체의 관심을 가장해 의원의 공적 입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익단체의 기부금 규모를 좌지우지하거나 단체 회원들이 특정 온라인 광고에 노출되도록 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비는 지금의 로비단체들의 능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막강해질 수 있다. 수십 년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로비 전문가를 고용할 능력이 되는 사람은 얼마 없다. AI는 그런 전문가가 하는 일을 훨씬 효율적으로 싼 값에 해낼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이에 더해 수많은 정책들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모든 의회 및 주 의회 입법에 개입한다고 상상해보라. 로비회사들은 대개 1개 주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보통이다. 각 주마다 입법 관행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이런 것들을 모두 비교해가면서 최적의 로비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로비를 규제하는 법률이 변해야 한다. 인공지능 로비가 로비력이 약한 계층의 로비를 대신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과정에 긍정적 효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비를 보다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세력은 의회를 드나들면서 돈을 뿌릴 수 있는 강력한 기득권층이다. 로비는 적기에 적절한 메시지를 필요한 사람에게 전하는 것 이상이다. 조만간 인공지능이 정치자금 기부 대상을 선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로비스트들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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