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아인 기자]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실패로 무고한 투자자 손실이 생길 경우, 강력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

“투자자는 투자 자산에 대해 쉽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 규제 당국은 허위 마케팅을 규제해야 한다”

누가 한 말일까? FTX 사태의 주범 샘 뱅크먼-프리드(SBF)다. FTX는 지난 10월 19일 웹사이트에 ‘디지털 자산 산업 표준 초안’을 게재했다. 이 초안은 SBF가 직접 작성했다.

FTX 부도 한 달 전, SBF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정책 조언을 했다. 이 초안을 읽어보면 자신이 저지른 죄를 스스로 벌하는 방법들을 열거 한 것 같다. SBF는 낮에는 지킬 박사, 밤에는 하이드씨 였던 것일까?

[SBF가 FTX US 홈페이지에 제시한 규제 제안, SBF가 적었다고 명시되어 있다, FTX US 캡처]

# 고객 보호와 자산 투명성 보장 : SBF 자신은 고객 돈 빼돌려

SBF는 투자자가 투자하고자 하는 자산에 대해 쉽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며, 규제 당국은 허위 마케팅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매 투자의 경우에는 ‘신용’으로만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매 투자자는 플랫폼에 예치한 금액보다 더 큰 손실을 보면 안 된다”며 “플랫폼 실패로 무고한 투자자 손실이 사회화될 생길 경우, 플랫폼에 의해 확장된 신용은 강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SBF는 “가상자산 시장 역사상 진정 탈중앙화 플랫폼은 손실을 보지 않았다”고도 했다.

정작 SBF 자신은 FTX 고객 돈을 빼돌려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 해커 처리 기준 : SBF, FTX 파산 직후 3.7억 달러 무단 전송

SBF는 블록체인 해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제안했다. SBF는 해커와 프로토콜 사이에 훔친 돈을 되돌려 받는 ‘5-5 표준’이라고 명명한 협상안을 내놨다.

해커가 훔쳐 간 금액(100만 달러)이 회사에 남은 자산(80만 달러)보다 크면 훔쳐 간 금액에서 회사에 남은 자산을 뺀 만큼(100만-80만=20만 달러)은 돌려줘야 한다는 것.

SBF는 “어떻게든 고객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BF는 스스로 해킹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FTX 파산 전에 고객 자금을 알라메다로 무단 유출시켰고, 파산 신청한 11월 11일에는 가상자산 3억 7200만 달러를 무단 전송했다.

#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별 : SEC, “FTT 코인은 증권…SBF 증권법 위반”

SBF는 투자계약을 하는 데 사용되는 토큰은 증권이라고 했다. FTX US에선 증권성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하위 테스트와 판례법에 맞춰서 자산을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이 될 수 있다는 의혹이 발견할 경우, 적절한 등록 절차 마련 전까지 해당 토큰을 FTX US에 등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BF를 고발하면서 “FTX가 발행한 FTT 코인은 증권이며, 그가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 자신의 죄를 열거한 규제 제안

SBF는 이 밖에도 주식의 토큰화, 문제를 일으킨 주소를 차단하는 블록리스트(Blocklist) 도입도 제안했다.

[SBF가 2020년 10월 29일 올린 토큰 증권화 기사, 트위터 캡처]

그는 “블록리스트 시스템을 구현할 경우, 온체인상에서 빠르게 자산 동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BF는 “온체인 코드와 DeFi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검열되지 않는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SBF는 “미국 사용자에게 발행된 모든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규제 부서 감독하에 ‘규제된 스테이블코인’ 목록에 등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SBF가 쓴 규제 안에는 시장 위험 요소가 구체적으로 들어 있다. 대부분 SBF 본인이 저지른 위법 행동들이다. SBF의 후안무치와 위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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