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위드 등 작성 문건…수익 배분안도 제시

[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경찰이 지난 20일 한컴그룹 김상철 회장과 자회사 한컴위드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이들과 가상자산사업자 및 코인 브로커들이 만든 시세조종 계획서(추정)의 존재가 확인됐다. 헌컴위드와 한컴금거래소 명의다. 이는 김 회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뉴스24는 김상철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 첫 보도 후 추가 제보자로부터 한컴위드가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발행한 아로와나(ARW) 토큰의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 MM) 계획서를 입수했다. 계획서의 공식 명칭은 ‘아로와나 토큰 유동성 공급 계획(2021년 3월 28일 작성)’이다. 해당 MM 계획에는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역할과 투입 자금 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명칭 탓에 신규 상장한 코인이 원활하게 거래되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코인과 현금을 이용해 가격을 단기간에 끌어올려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목적이 크다. 실제로 아로와나 토큰은 빗썸에 상장하고 거래 30여 분 만에 1천배(10만%)가량 가격이 폭등했다. 50원짜리 코인이 5만원까지 올랐다가 300원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3월 28일 작성된 ‘아로와나 코인 유동성 공급 계획’ 문건 [사진=제보자]

계획서에 따르면, 아로와나 코인 초기 유동성 공급 방안은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 베스티지움이 제안했다. 그러나 베스티지움이 계획했던 방안은 폐기되고, 다른 투자자 골드유를 유치해 새로운 계획이 만들어졌다. 골드유가 20억원을 투입해 5천만 개를 확보하고 이후 수익은 한컴 측 아로와나재단(아로와나테크)과 공유하기로 했다. 재단도 최대 1억 개의 코인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하기로 한다.

이 계획을 보면 각각의 코인 물량 시기를 맞추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투자자 측이 먼저 코인 5천만 개를 상장 때부터 약 6개월간 쓰기로 했다. 빗썸 상장 이벤트 수량 150만 개를 포함해 마케팅 용도로 최대 1천만 개를 투자자 수량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2단계 시작 전에 1차 이익 분배 계획도 있다. 계획서에는 재단과 투자자가 절반씩 나눠 갖는 것으로 돼 있다.

2단계에선 아로와나재단 물량 2천500만 개와 박진홍 엑스탁 전 대표 물량 2천500만 개를 1순위 계획 종료 후 투입하기로 했다. 박 전 대표는 아로와나 코인의 상장을 이끈 인물이다. MM 팀 선정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박 전 대표는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시세조종 증인으로 출석했었다.

2단계에선 박진홍의 단독 엑시트(exit, 이익시현)을 방지한다는 문구도 있다. 먹튀를 걱정한 것으로 추정한다. 마지막 단계에선 재단 물량 5천만 개(코인 가격에 따라 재단 물량 유동성 최대 10% 공급)를 2단계 종료 후 투입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유동성 공급 계획이 실제로 실행됐는지는 관련 진술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자 골드유는 투자 대가로 받기로 한 코인 물량을 받지 못했다며 아로와나허브를 상대로 채권 가압류를 신청해, 이들의 관계도 금이 갔다. 아로와나허브는 아로와나 토큰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법원은 골드유가 제기한 채권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여 헥슬란트가 보관하고 있는 아로와나재단 소유 코인 4억3천만 개를 가압류했다.

아로와나재단 측은 이와 관련해 허위 사실이라며 맞서고 있다. 정종갑 아로와나재단 대표는 최근 블록미디어와 전화 인터뷰에서 MM 계약 논란은 “상장 브로커인 박진홍의 독자 행동”이라며 “재단은 MM 계약을 맺지 않았으며 관련 계약서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도 지난 6일 국감에서 “이 계획은 실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인터뷰에서 “박진홍은 박진홍의 일을 했을 것이고, 재단은 재단의 일을 했다”고도 했다. 무엇인가 ‘박진홍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발언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와 한컴 직원 사이의 음성 녹취 파일에는 “헥슬란트는 아로와나 토큰 커스터디업체이면서도 박진홍에게 MM 견적서를 제출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진홍 전 엑스탁 대표가 아로와나재단 명의로 헥슬란트 임원 노진우와 류춘 등에 보낸 메일. [사진=블록미디어 재인용]

아로와나 토큰이 상장된 이틀 뒤인 지난해 4월 22일 박 전 대표는 직접 헥슬란트에 메일을 보내 ‘재단 지갑 운영위원이 교체된 사실을 알리며, 재단 물량 1억 개 지갑 세팅은 피드백을 주면 협의해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재단과 헥슬란트 측은 관련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박 전 대표는 메일을 재단 명의로 보냈고, 받는 사람은 헥슬란트 노진우 대표와 임원 류춘 등으로 돼 있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수사 당국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만큼, 이들의 혐의는 수사 결과로 밝혀질 일이다. 나아가 헥슬란트와 합작으로 카르도라는 암호화폐 전문 커스터디업체를 만든 1금융 NH농협은행도 파트너사의 시세조종 혐의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어 이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지 관심이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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