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경찰이 20일 전격적으로 한글과컴퓨터 본사와 김상철 회장의 집을 압수 수색했다. 지난해 제기된 비자금 의혹, 올해 국감에서 증거 자료가 나온 아로와나 코인 가격 조작 시도가 강제 수사로 이어진 것이다.

블록미디어는 엑스 파일 시리즈를 통해 한컴 아로와나 코인 상장의 전말, 가격 펌핑에 가담한 마켓 메이커(Market Maker) 세력에 대한 추적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엑스 파일에서는 향후 수사에서 밝혀내야 할 핵심 쟁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특히 아로와나 코인 가격 조작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김 회장이 코인 프로젝트를 추진한 동기와도 관련이 있다.

우선 브로커 박진홍이 ‘친절하게’ 알려주는 MM의 실체를 보자.

# MM 세력에게 코인 작전은 현금 인출기

박진홍은 한컴 아로와나 관계자에게 MM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어떻게 하냐면, 재단 지갑을 10개 달라고 해. 거기서 돌려. 자기네 파트너 지갑은 공개 안 해. 즉, 투자자 지갑은 공개 안 해. 그런데 보여 달라고 하면 거기 토큰이 있기는 있어. 안 판 것처럼 보여. 사실은 투자자 지갑도 한 10개 있어. 자기네 끼리 통정 거래를 해.

그래서 보여줘야 할 때가 되면 스스로 퉁치기로 해서 서로 토큰을 보내요. 그러면 항상 안 판 것처럼 보여. 그런데 실제로는 열라 파는 거지.

(한컴 아로와나 관계자 : 팔면 누군가가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갖고는 있는데, 이더 스캔 상에는 예를 들어, 첫 달에 3%라고 했잖아. 옮겨져 있는 거니까. 그 안에서는 마음대로인 거야. 매월 팔기로 한 것은 마음대로지.

그런데 투자자가 자기 맘대로 ’20 개월 갈게요’ 이 말을 왜 못하느냐. 10개월 동안 열라 팔아. 11개월 차에 코인 값이 거의 바닥에 가 있으면 긁어. 그러면 다시 10개월을 더 해먹는 거야. 두 번 해먹는 거야.

MM은 절대 장기 계약하면 안돼. 나도 트레이딩 시스템 갖고 있어요. MM하는 애들은 오래하면 오래할 수록 좋아. 걔네들 입장에서는 은행이 생긴 거야, 현금이 생긴 거야. 걔네들은 그렇게 표현하더라고.”

재단이 MM 세력에게 도움을 주고, 돈을 대는 ‘투자자’가 필요한 이유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작전의 궁극적인 피해자는 누구인가. 박진홍의 말을 더 들어보자.

# 첫 달 다 해먹어요…프로젝트는 망가지지

“예를 들어 당장 오늘 무슨 이슈가 터져서, 막 올라야 돼. 그럼 재단 돈으로 (코인 가격을) 막 올려. 그리고 털어야 할 때는 자기네들 걸 먼저 털어.

‘우리는 왜 이렇게 적어요’ 이의 제기를 하잖아. 그러면 ‘아, 이게 이렇고 저렇고, 방해가 있고’ 둘러대는 애들이에요.

그리고는 재단이 돈이 모자라서 어렵다고 한다고. 그러면 재단이 돈을 또 넣잖아요. 그러면 수수료로 다 빨려 나간다고. 재단이 돈을 넣다가 넣다가 수수료가 없어지잖아. 그러면 유동성을 죽여버려. 그럼 재단 탓이 되잖아. 그렇게 프로젝트가 망가지는 거에요.

나도 이놈을 절대 안 믿어요. 첫 달 다 해먹어요. 백이면 백, 첫 달에 다 해먹어요. 첫 달에 3% 밖에 안된다고 하지? 1%만 푼다고 하지? 그걸로 몇 백 억 털어먹는 거야. 무지하게 올려 가지고, 자전 거래 막 하면서. 엄청 털어먹어요.

(누군가 손해잖아. 받아 먹는 사람은)

손해지. 손해지.”

박진홍 자신도 MM 세력이 재단과 프로젝트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MM 세력들은 누군가 손해를 봐도, 프로젝트가 어떻게 되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위험한 MM을 시도할까? 박진홍의 ‘분석’은 이렇다.

# “회장님은 주가를 올려야 하니까”

“투자자 지갑은 거래가 되긴 돼. 자전만 돼. 자기네끼리 통정거래를 하면서 차익거래를 해먹어버려. 두 가지 MM이 있어요

하나는 거래량을 내는 것.
또 하나는 차익거래.

우리 지갑은 차익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야. 우리 지갑은 유동성, 가격만. 그러니까 1년에 48억 나오지. 코인원도 한 달 MM을 돌리면 10억 이상 나와요.

회장님은 상장 신청까지 하고 나면 내가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 절대 안 그렇거든. 한 번 당해보라고 해.

회장이 앞으로 뒤로 머리를 굴리지. 나도 이제 실리를 챙기겠다고 선언한 거야. 이제부터 원래 내가 하던 대로 갈 거야. 여기서 이미 얘기했는데 뭘 감출 게 뭐 있어.

내 조건을 얘기했잖아. ‘계약해 주세요. 나도 돈 벌어야 해요’ 이거지.

패를 다 깠으니까. 회장님 때문에 깐 거지. 일은 일대로 하고, 이건(MM) 이거 대로 더 챙겨야지.

(회장님은 절대 처음에 약속한 것을 다 주지 않아요.)

그러면 대안들을 없애 버리면 되지. 나도 만만치 않은 놈이니까.

중요한 것은 회장은 이걸로 다른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걸로 주가를 올려야 하고, 플랫폼이 나와야 하는데. 이게 밀리면 약속한 사람들 한테 다 잘못되니까.”

박진홍은 코인 상장도 중요하지만, 코인 가격과 연결된 주가 상승에 더 큰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코인 상장 이후에도 자신이 필요하고, MM이 필요하다는 것.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어필하면서 얻을 것을 얻어내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경찰의 첫번째 수사 포인트는 아로와나 코인 가격과 함께 한글과컴퓨터 그룹의 주가 움직임까지 연결해서 보는데 있다.

# 진짜 MM은 누구인가?

박진홍은 아로와나 코인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MM 세력인 레온을 끌어들였다. 박진홍은 레온이 주도해서 만든 해외 법인을 한컴이 인수해 그 법인을 기반으로 아로와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유도했다.

박진홍은 아로와나 코인 최초 투자자인 골드유 그룹에게 MM 계약을 종용할 때, 두 개의 MM 견적서를 보여줬다. 박진홍이 한컴 직원과 나눈 대화 파일에서는 해당 견적서가 “하나는 레온에게서, 다른 하나는 헥슬란트 노진우 대표에게서 나왔다”고 돼 있다.

박진홍은 지난 6일 국감에서 “MM 계약서는 최종적으로 날인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MM은 실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실은 뭘까. MM이 있었나, 없었나. 누가 진짜 MM인가.

박진홍은 코인이 상장되고, 골드유와 한컴이 분쟁 국면에 접어들면서 프로젝트에서 배제됐다. 그렇다면 이후 아로와나 코인에는 MM이 없었던 것일까?

당시 헥슬란트와 접촉했던 한컴 관계자는 “MM 건으로 헥슬란트 노진우 대표를 여러 차례 만났다”고 말했다.

블록미디어는 MM 건으로 노진우 대표를 직접 만난 한컴 관계자의 증언과 당시 상황을 담은 음성 파일을 입수했다. 노진우 대표는 “정리된 자료를 드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노진우의 육성을 들어보자.

“다른 게 아니라, 내부 체크를 해보느라. 알고서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현실적으로 지금 누가 와도 이게 해결하기 힘들어요. 마무리 최종 구조라구요.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외부인들이 끼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내부에서는 정리가 되어 있구요.

별개로 내부에 있는 물량 따로 어떻게 할 지 방법이랑 해가지고 자료를 드릴거고. 이걸 어떤 형태로 할지만 저희가 현황을 잡아가지고 드리도록 하면 될 거 같아요.”

박진홍과 한컴 내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노진우는 MM과 관련해 두 차례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1차 접촉은 레온이 박진홍에게 MM 견적서를 제출한 날과 같은 날이다.

2차 접촉은 박진홍이 프로젝트에서 배제된 후 한컴 직원과 직접 통화하면서 음성 파일에 나온 것처럼 직접 “자료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블록미디어는 헥슬란트 노진우 대표에게 MM 견적서에 대해 문의했다.

헥슬란트는 “한컴 측에 소위 ‘MM‘에 관하여 ‘견적서’를 제공한 사실도 없고, 이와 관련하여 ‘계약’을 한 적도 없다. 커스터디 업무 외에는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 헥슬란트는 MM을 하는 회사가 아니고, 시세 조작을 하는 회사도 아니다”고 답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한컴 아로와나 코인 MM 팀이 있었다면, 그것이 누구인지를 밝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 아로와나 세력의 대담성…국감 직후에도 펌핑 있었다

한컴 아로와나 코인의 가격 펌핑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블록미디어는 아로와나 코인이 상장된 이후 현재까지 거래량 급증과 함께 가격이 크게 움직인 시기를 특정할 수 있었다.(아래 그림)

자료=빗썸

박진홍의 설명처럼 MM 세력은 첫 달 가장 큰 시세를 만들었다. 50원을 5만원으로 만든 것. 이후에도 간헐적인 펌핑과 거래 폭발이 나타난다. 모두 네 차례 정도다. 특히 지난해 12월 재단 지갑에서 상당량의 코인이 빗썸으로 이동한 정황이 블록체인 상에 기록돼 있다.

놀라운 것은 지난 6일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국감에서 아로와나 코인 의혹을 물증과 함께 제기한 직후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와중에도 가격 펌핑이 있었다.

자료=빗썸

지난 12일 아로와나 코인은 일일 거래량으로는 상장 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가격이 뛰어 올랐다.

이같은 대담한 행동에 대해 빗썸 내부에서 조차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금융위원장의 검사 약속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가격을 끌어 올렸다.

경찰은 누가 이런 대담한 행동을 진두지휘했는지, 그 배경이 무엇인지를 밝혀내야 한다.

# 김상철 회장의 자신감

김 회장은 골드유와 분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우리나라 법은 성문법이야. 성문법. 말로 하는게 아니라고.

당신(박진홍)이 이메일이나 헥슬란트 보내고 빗썸 보낸거, 그건 다 개인으로 보낸 거야. 우리 하고는 전혀 상관없어요.

왜? 우리는 당신하고 그런 얘기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면 끝난다고. 당신이 뭘 검증할건데. 누구 지시를 받은 거냐, 회장 지시를 받았다고? 그럼 회장 지시를 받았으면 뭐가 (증거가) 있어야지, 그렇잖아요.”

한컴 아로와나 코인의 실행 주체는 한글과컴퓨터 본체 및 김상철 회장 자신과 분리돼 있다. 코인 발행 주체는 싱가포르에 있다. 한컴위드, 아로와나허브 등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위법 행위가 있다면 재단이 한 것이고, 재단 이사장이 책임이다. 브로커 역할을 한 박진홍이 혼자 한 일이다”라는 논리다.

김 회장이 경찰의 압수 수색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관련 계약서에 본인이 직접 도장을 찍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비자금 조성을 위한 코인 가격의 상승, 한컴 계열사 주가의 상승 유도 등이 개연성은 있으나 물증으로 증명되기 어렵다는 것.

김상철 회장이 말한 대로 이번 수사에서 ‘성문법’이 먹혀 들 것인지 지켜보자.

# 박진홍, 경쟁 MM팀 정보도 수집했다

블록미디어는 엑스 파일 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 암호화폐 시장의 어두운 면을 끈질기게 추적해왔다. 블록미디어가 입수한 100 여 개에 달하는 음성 녹음 파일, 문서, 비망록, 계약서, 검경 수사 기록 등에는 더 깊은 어두움이 남겨져 있다.

박진홍은 한컴 아로와나 코인 MM을 준비하면서 다른 거래소들을 무대로 활동하는 또 다른 MM 팀들에 대한 정보도 수집했다. 엑스 파일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거래소에 상장된 어떤 코인이 어떤 세력에 의해 가격 조작이 됐는지가 나온다.

블록미디어는 해당 거래소, 코인, MM 팀에 대한 추적을 이어갈 계획이다. 블록미디어는 경찰의 수사 경과를 지켜보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인터뷰, 증언, 증거를 최대한 수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엑스 파일 시리즈를 시작한 후 거래소 상장 과정의 문제점, 노골적인 상장 수수료 요구, 시세 조작 등에 대한 제보 메일이 들어오고 있다. 블록미디어는 해당 제보들에 대해서도 합리적 의심이 가는 케이스에 대해서는 추적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블록미디어는 독자들의 알권리를 우선하고, 디지털 자산시장의 혁신을 지지하기 위해 엑스 파일 시리즈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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