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아로와나·이즈미디어 등 혐의 사례 속속 드러나 충격
감독당국 수수방관, 전면적인 검사 불가피

[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가상자산 투자가 활성화하면서 코인 발행·상장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코인과 주식을 연계한 시세조종이 판치고 있다. 코인 발행·상장을 도와주겠다는 명분으로 상장사와 코스닥 등록 회사들에 접근해 상장한 코인의 시세 차익과 이에 따른 주가 상승 차익까지 챙기는 방식이다. 이를 추종한 개인 투자자들은 세력이 빠지고 나면 껍데기 코인과 주식만 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코인 개발·상장을 도와주는 컨설팅을 조건으로 하는 세력들이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3월 거래정지된 코스닥 기업 이즈미디어가 대표 사례다. 아이러니하게도 은행들이 코인 수탁업(Custody,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관리해 주는 서비스)에 속속 참여해 코인 시장의 신뢰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한다.

코인 시장에 1금융권 은행까지 참여해 신뢰가 높아지자 세력들은 코인 개발 대가로 코인을 받고, 상장 코인의 마켓메이킹(Market Making, MM)을 해준다면서 대놓고 시세조종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즈미디어의 사례를 보면, 기존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시세조종과 거의 같은 패턴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즈미디어의 경우 특정 세력이 지난해 3월 일정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한 후 사업 목적에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플랫폼 구축’이라는 코인 사업을 추가하고 유력 인사들을 동원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전형적인 방식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의 누나인 랜디 저커버그가 ‘고문·사외이사’도 등장했다.

랜디는 지난해 6월 10일과 11일 이틀간 우리나라를 방문해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자신이 만든 어셈블스트림(투자회사)을 통해 NFT를 활용한 K-POP 활성화 방안에 관심을 보였다. 글로벌 유력 인사가 국내에 들어와 NFT 플랫폼 구축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즈미디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2020년 말 2천108원(최저가)이었던 이즈미디어 주가는 그해 6월에 최고가인 2만2천983원까지 치솟았다.

이즈미디어 세력 중 일부는 지난해 4월 한컴이 발행한 아로와나 코인(일명 한컴토큰)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컴 아로와나 코인은 빗썸에 상장했는데, 거래 30여 분 만에 10만%가량 가격이 폭등해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다. 50원짜리 코인이 5만원까지 올랐다가 300원으로 추락한 것이다. 가상자산사업자 헥슬란트라는 곳이 개발·컨설팅에 참여했다.

헥슬란트는 가상자산 지갑관리업무(커스터디)도 맡았다. 지갑 관리자는 코인 발행과 유통을 컨설팅해주고, 코인이 들어 있는 지갑까지 관리해준다. 거래 코인의 명세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지갑 관리자가 시세조종에 참여했다면 땅 짚고 헤엄치듯 코인 가격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 아이뉴스24는 아로와나 가상자산 커스터디업자의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마켓메이커 역할을 맡은 두 세력 간에 이견이 생겨 일부 내용이 노출되면서, 설로만 떠돌던 내용들을 확인하게 됐다.

이런 가상자산사업자가 참여한 코인·주식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가상자산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는 1금융 은행들도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현실도 확인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헥슬란트가 만든 가상자산 커스터디업체 ‘카르도’에 농협은행은 1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최근 가상자산업자의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질의에 “우리는 의혹의 대상이 아니다. 간접적으로 들은 얘기(헥슬란트의 시세조종 혐의)는 있지만, 아직 사실로 판명한 것은 없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유가증권 시세조종 적발의 최전선 금융당국도 손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김주현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정무위 국감에서 관련된 민병덕 의원의 마켓 메이킹 코인 가격 조작과 관련한 질의에 “필요하다면 수사기관과 얘기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관련된 본지의 질의에 “개별 사항에 관해 얘기하긴 어렵다. 나중에 이런 문제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얘기할 기회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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