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한글과컴퓨터 김상철 회장은 후계자 시나리오를 짜야 하는 문제가 있다. 장녀 김연수 한컴 대표와 차남 김성준 프릭스 이사, 이렇게 남매가 있기 때문이다.

한컴 아로와나 코인을 누가, 어떻게 이끌 것인가, 어떤 거래소에 상장할 것인가, 논의 과정에서 김연수 대표는 아버지 김상철 회장과 생각이 달랐다.

김 회장이 영입한 박진홍을 김연수 대표는 신뢰하지 않았다. 김연수 대표는 별도의 코인 전문가를 끌어들였다. 박진홍과 경쟁 관계를 만든 것이다. 박진홍은 처음부터 빗썸 상장을 주장한 반면, 김연수 대표가 데려온 코인 전문가는 업비트 상장을 추진했다.

두 개 팀이 경쟁 관계로 가면서 박진홍은 김연수 대표 쪽 팀을 어떻게든 배제해야만 했다. 이것이 아로와나 코인 분쟁의 시작이 될 줄은 당시에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김 회장 자신까지도.

# 김연수-성종훈 라인

2021년 1월 한컴은 한컴토큰(HCT)이라는 이름으로 빗썸에 상장 신청을 추진 중이었다. 박진홍이 주도했다. 김상철 회장은 갑자기 베스티지움(Vestigium)과 협업을 지시한다.

베스티지움은 가상자산 투자 회사로 이 회사의 성종훈 대표는 김연수 당시 한컴 부사장과 친분이 있었다. 김연수-성종훈 라인이 박진홍과 별도로 등장한 것.

블록미디어는 성종훈 대표에게 당시 상황을 물었다.

“김연수 대표가 찾아왔다. ‘아버지(김상철 회장)가 말씀을 잘 듣지 않으신다’면서 박진홍이 코인 프로젝트를 주도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베스티지움)가 아로와나 코인을 검토한 것은 박진홍을 말리기 위한 것이었다. 벤처캐피탈 투자도 받고, 프로젝트를 정상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연수 대표도 성종훈 대표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인정했다. 김 대표의 말은 이렇다.

“성종훈 대표는 매우 초반에 프로젝트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보는데 도움을 주려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팀과 의견이 크게 달라 (성 대표도 결국) 아예 관여한 적이 없다고 봐야 한다.”

박진홍 팀과 결정적으로 의견이 달랐던 지점은 무엇이었을까?

# 김상철 회장의 선택

한컴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베스티지움이 아로와나 코인에 투자하겠다면서 금액을 제시했다. 그리고 업비트 상장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컴은 당시 빗썸과 업비트를 동시에 접촉 중이었다. 결론적으로 빗썸 상장이 결정됐고, 아로와나 최초 투자자도 베스티지움이 아닌 골드유 그룹이 낙점됐다.

이유는 하나다. 빗썸 상장과 골드유 투자 조건이 더 좋았다. 김 회장이 그렇게 선택했다는 것이다. 박진홍이 원했던 구도 대로 빗썸 상장으로 최종 결정이 났고, 김연수-성종훈 라인은 프로젝트에서 배제됐다.

당시 박진홍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오늘 끝났다. 우리가 위너야. 성종훈이 빠진다고 하더라. 김연수 부사장도 빠지고, 책임 안진다고.

성종훈이 아까 나랑 통화할 때, 그걸 녹음했어. 성종훈이 실수를 했지. 자기가 이번 주말에 빗썸 대표를 만나는데, ‘한컴 코인 스캠이라고 얘기할 거다. 업비트에는 절대 상장 못한다’ 이러는 거야.

내가 이 녹음을 까면 김연수가 날아가는 거야. ‘이 XX 양아치였네’ 이렇게 되는거지.

성종훈이 나한테 협박을 하더라고. 성종훈이 (코인 상장) 방해하면 내가 녹취한 걸 보내면 된다. 업비트에 메일로.

난 어차피 사짜(사기꾼)야. ‘아, 이게 거래소들 간의 카르텔인가요?’ 이렇게 써서 메일 보내는 거지.

걔(성종훈)는 이거 어떻게 못해. 흥분해 가지고 나한테 전화를 했더라구.

김연수 부사장은 날 욕하겠지. 이건 회장님 결정이다, 성종훈이한테도 그렇게 얘기했어. 안 믿겠지.”

김 회장의 이 선택은 결국 분쟁으로 발전한다. 베스티지움 대신 선택한 골드유는 지금 한컴 김 회장과 전면적인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 거래소 간의 카르텔?

성종훈 대표의 주장은 약간 다르다. 처음부터 아로와나에 투자할 생각은 없었고, 김연수 대표의 도움에 응한 것 뿐이라는 얘기다.

성종훈 대표는 업비트 상장을 추진하면서 한컴 측에는 업비트(두나무)의 고위 임원과의 친분을 강조했다. 블록미디어는 두나무에 성 대표와 해당 임원과의 관계를 문의했다.

두나무는 “성종훈 씨가 회계사로서 업비트의 자산 실사 업무로 몇 차례 일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코인 상장을 논의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연수 대표가 추천한 코인 전문가 성종훈 대표는 김 회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업비트 상장도 무위로 끝났다. “내가 OOO 거래소 누구누구와 친하다. 내가 코인 상장을 시켜주겠다”는 카드를 써보지도 못했다.

김연수 대표는 왜 아버지와 생각이 달랐을까? 왜 아버지에게 박진홍의 정체를 좀 더 적극적으로 얘기해서 아로와나 코인 방향을 바꾸지 않았을까.

그 전에 김 회장의 최종 선택을 받은 박진홍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 김 회장 선택의 결과물…MM과 분쟁으로 이어져

박진홍은 경쟁 팀이 없어지자, 노골적으로 코인 배분과 MM(Market Making : 코인 가격 조작) 계약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내일 나는 헥슬란트 노진우랑, 레온 둘을 부를꺼야. ‘형이 이거 할건데, 할래 말래’하고, 투자자 만나게, 그렇게 되는 거야.

내 토큰 있잖아. 회장님이 뭐래는 줄 알아? ‘내가 언제 무상으로 코인 10% 준다고 했냐?’ 이렇게 바꾸셨더라고. 내가 말하니까, ‘5%는 무상, 5% 유상’이라고 얘기하시더라고.

나는 (헥슬란트 통해 찍어 둔) 토큰 넘기기 전에 계약할꺼야. 상장 전에 계약한다. 박진홍 대표 것 상장 전에 계약해야 한다. 안그러면 나중에 난리 난다.

나중에 주면, ‘이거 재단이 해먹는 거구나’하고 느낄 수 밖에 없다. 미리 줘야 한다. 계약으로.

월요일 날 의논해야 돼. 화요일 날 (빗썸) 상장 일정 정해져. 화요일까지 도장 안찍어 주면 나는 그냥 뿌러뜨릴려구.”

김 회장이 박진홍을 선택함으로써 골드유와 분쟁의 씨앗이 되는 코인 배분, MM 문제 등이 불거지게 된다.

김연수 대표는 박진홍의 위험성을 알았던 것 같다. 성종훈을 통해 평판 조회를 하고, 박진홍을 제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김연수 대표는 아로와나 프로젝트와 거리를 둔다.

성종훈 대표는 “김연수 대표가 아무리 회장님께 말씀을 드려도, 그 분이 누구 말을 들으실 분이 아니다. 김연수 대표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컴 그룹의 공식적인 후계자로서, 장녀로서 ‘아버지’ 김 회장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그대로 둔 이유가 뭘까.

# 김 회장과 차남 김성준 이사

김 회장의 차남 김성준 이사는 아로와나 사태가 벌어지자, 김 회장이 소집한 회의에 참석했다. 김성준 이사는 아버지 김 회장의 지시를 받아 법무법인과 협의를 진행하는 임무를 맡았다.

김성준 이사가 있는 프릭스는 원래 마스크를 제조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김 이사가 대책회의에 참여했다는 것은 프릭스 또는 김 이사가 아로와나 코인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블록미디어는 한컴 측에 프릭스라는 회사와 김성준 이사가 아로와나 프로젝트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김 이사가 왜 대책회의에 참여했는지 질의했다. 기사 작성 시점까지 답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김성준 이사가 아로와나 코인 키 관리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다.

2021년 4월 아로와나 토큰의 키 관리자가 변경된다. 변경된 키 관리자 중 한 명이 김성준 이사다. 김상철 회장은 아로와나 프로젝트와 직접적인 연결선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최종 키 관리자인 것이 알려지면 아로와나 코인 소유자가 분명해지므로 이를 최측근에게 맡겼다.

키 관리자 변경을 요청하는 한컴 내부의 메일. 김성준 이사를 키 관리자로 명시하고 있다.

한컴 김상철 회장은 자신의 차남 김성준에게 키를 맡겼다. 키를 쥔 사람이 코인 주인이다.

블록미디어는 한컴 김상철 회장에게 공식적인 질문을 전달했다.

1. 아로와나 프로젝트는 차남 김성준의 후계 구도와 관련이 있는가?

2. 아로와나 프로젝트에 대해 장녀 김연수 대표가 다른 생각을 한 것은 본인의 후계 구도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서인가?

3. 한컴 그룹의 공식적인 후계자는 아직도 장녀 김연수 대표인가?

블록미디어는 한컴 측의 답변을 받는 대로, 합리적인 설명 여부를 판단한 후 추후 기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엑스 파일 다음 편은 ‘아버지’ 김 회장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아버지는 딸에게도, 아들에게도 뭔가를 남겨줘야 한다. 후계 구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김 회장은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까? 아로와나 코인은 간헐적인 가격 펌핑 현상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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