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엔 매입 시장 개입, 역대 최대 규모인 듯
27일 엔화 약세 다시 가속…1달러=144엔대 중반
당국, 추가 개입 시사…실탄 15% 사용에 “불투명”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 일본은행이 지난 22일 실시한 외환시장 엔화 매수 개입 규모가 3조엔(약 30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 등이 보도했다. 당국은 적절했다고 밝혔으나 엔화 약세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닛케이는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외환시장 개입은 2거래일 뒤 결제되기 때문에 22일 개입은 27일 반영된다.

일본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27일자 당좌예금 잔고 전망은, 환율 개입을 반영한 ‘재정 등 요인’에 따라 3조6000억엔 감소였다. 외환시장 개입이 없을 경우 0~7000억엔 감소가 예상됐으므로, 차액인 2억9000억엔~3조6000억엔이 엔화 매수 개입 금액으로 추산된다.

아직 일본 재무성이 공식적으로 정확한 규모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추산대로라면 역대 최대 개입 규모가 될 공산이 크다. 기존 엔화 매수 개입 최고 규모는 1998년 4월10일 2조6210억엔이었다.

당국이 엔화 매입 개입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에는 한계가 있다. 달러로 엔화를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을 깎아먹는 셈.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2920억달러(약 180조엔)이다. 이 가운데 외국 중앙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등 당장 개입에 사용할 수 있는 예금은 1361억 달러(약 19조엔)이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개입 규모로 추산되는 3조엔은 당국이 개입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의 7분의 1에 해당한다. 계산해보면 이번 개입에만 당장 쓸 수 있는 외화예금의 15% 정도가 투입됐다.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오사카(大阪)시에서 경제간담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장 개입으로) 한번에 5엔 정도 엔화 강세가 됐다. 지금도 (1달러 당) 143엔 정도로 추이하고 있다. 효과가 없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입은 매우 적절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시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개입의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

실제로 27일 정오가 넘은 오후 12시11분께 1달러 당 엔화는 144.47~144.49엔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2일 개입을 진행하기 이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다시 확대될 전망이 부상하자 엔화 약세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개입은 투기에 따른 과도한 변동에 대해 일정 효과가 인정된다.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대응을 취하겠다”고 추가 개입을 시사했다.

그러나 비슷한 규모의 개입을 계속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당국의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이 미국 국채 등 증권이기 때문이다. 사용 가능한 예금의 15%를 이번에 사용했기 때문에 금새 다시 나설 수는 없다.

미국 국채 등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나, 대량으로 팔면 오히려 미국 금리를 올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엔화 약세를 부추긴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우에노 쓰요시(上野剛志) 상임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로 장기간에 걸친 환율 개입은 계속될 수 없다. 정부는 얼마나 적은 기초 자금으로 효과있는 개입을 해 나갈지 방향 설정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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