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화담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할 듯
#외환당국, 고강도 실개입…1380원대로 내려서
#전문가들 “1400원 돌파 가능성 높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이어 직접 시장에 달러를 매도하는 실개입에 나서는 등 1400원 돌파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당국이 1400원선 저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유는 역대 1400원을 넘은 적이 몇 번 없는 데다, 이 수준이 뚫리게 되면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면서 원화 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하고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총력 방어전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위안화 약세, 유로존 에너지 위기 등의 영향으로 조만간 1400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1400원을 돌파한다고 해도 이를 글로벌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때와 동일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주 달러를 거래하는 국내 외국환은행들에 주요한 달러 매수·매도 현황과 각 은행의 외환 관련 포지션을 매시간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외국환은행들의 불필요한 달러 매입을 막는 등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올 들어 미 긴축 경계감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목전까지 치솟았다. 지난 16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장 시작과 동시에 1399.0원까지 치솟으며 1400원 돌파를 눈 앞에 두자 장 마감 20분여를 앞두고 외환당국의 실개입 추정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5분 만에 6원 가량 하락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5.7원 내린 13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10억 달러 가까운 달러 매도 개입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전날인 15일에도 원·달러 환율이 1397.9원까지 치솟으며 1400원 선을 위협하자 공식 구두개입과 동시에 7억 달러 규모의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당국은 이날 “최근 대외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내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공식 구두개입을 내놨다. 올 들어 5번째다. 구두개입에도 약발이 듣지 않자,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7억 달러 규모의 달러 매도 물량도 쏟아졌다. 당일 서울외환시장 거래대금의 8%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후 40분도 안 돼 환율이 1391원까지 밀렸다. 다만, 장 마감을 앞두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또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일각에서는 외환당국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나 사용했던 ‘도시락 폭탄’ 전략을 쓴 것으로 내다봤다. 거래량이 뜸한 점심시간에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지난주 당국이 실개입을 단행하면서 역외 투기성 롱배팅을 본격적으로 옥죄기 시작했다”며 “지난 2016년 9월 1090원 하향이탈을 방어할 당시에도 유사한 종가관리 움직임이 확인되면서 환율 하방 쏠림현상이 빠르게 진정된 선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또 이번 주 초 주요 수출입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외환거래 동향 등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선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주 초 주요 수출입 기업들과 만나 외환거래 동향과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향후 외환수급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달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관련, 달러 매도를 통한 시장 안정에 힘써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당국이 최근 들어 이 처럼 강도 높은 개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빅 피겨’인 1400원 수준이 뚫리게 되면 외환시장에 공포감에 휩싸이면서 원화 가치가 급속도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400원이 무너질 경우 역대 세번째라는 ‘주홍글씨’도 새겨질 수도 있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급등이나 급락 등 시장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일정 방향으로 쏠리면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해 달러를 사거나 팔아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한다. 외환당국이 이처럼 강도 높은 개입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1997년 12월 16일 ‘자율변동 환율제’를 채택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대 두차례에 불과하다. 글로벌 외환위기가 진행중이던 1997년 12월 23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962.0원까지 치솟았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2일에는 1570.3원까지 올랐다.

이번주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심사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주 미국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완화하기 위한 외환시장 안정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비서관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후 재무장관 회의도 있었다”며 “공통 관심사인 만큼 이에(통화스와프) 대한 자연스런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 연준이 이번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회의 결과에 따라 14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은 0.75%포인트 인상이다. 18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이번 회의에서 0.75%포인트 올릴 확률이 82.0%로 가장 높았다. 1.0%포인트 인상 확률은 18.0%로 나타났다.

시장은 9월 인상폭 보다 연내와 내년 연준의 최종 금리가 얼마일지 여부에 더 주목하고 있다. 6월 말 점도표 기준 올해 말 중위금리는 3.25~3.5%, 내년 말은 3.5~3.75%다. 시장에서는 이 수치가 연말 기준으로 4.0%, 내년말 기준으로 5%대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내년 최종금리 수준이 5%대로 나올 경우 환율이 급등하는 등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지난주 16일 당국이 10억 달러 가까운 달러 매도개입을 진행하면서 은행들에게 대규모 외환거래 보고를 요청하자 환율이 6원 가까이 급락했다”며 “당국의 실개입에도 불구하고 이번주 FOMC 앞두고 있어, 환율이 1400원 돌파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 주중 1400원에 근접했다가 일부 되돌렸으나 추세 반전과는 거리가
있다”며 “미 연준 불확실성 완화, 중국 부동산 하강 진정, 유로존 펀더멘털 우려 완화 등이 수반돼야 원화의 추세도 바뀔 것으로 보이는 데 단기간 내 강세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화가 극심한 약세이지만 이를 글로벌 금융위기 혹은 국제통화기금(IMF) 당시와 동일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 당시는 우리나라 고유의 외채 문제로 인한 원화의 나홀로 약세였으며, 현재는 외채 포지션 안정돼 있어 이를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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