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으로 힘든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지만
#암호화폐 침체 원인들은 하나도 해결 못해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머지(merge)가 암호화폐를 구할 수 있을까?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이더리움의 업데이트가 암호화폐 침체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박하는 기사의 제목이다.

대표적 암호화폐중 하나인 이더리움 시스템이 “작업증명(proof of work)” 방식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으로 전환한 것은 암호화폐 역사에 분수령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지분증명 방식 첫 거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뒤 이더리움 개발자들이 이더리움 재단 주최 축하 화상 통화에 모였다.

이더리움 설립자 비탈릭 부테린은 “이번 일은 이더리움이 성숙한 시스템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머지는 초기 이더리움과 항상 우리가 바라던 이더리움 사이의 차이를 좁혔다”고 말했다.

많은 암호화폐 지지자들도 머지가 지난해 각종 사기와 해킹,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수조달러의 가치가 사라진 암호화폐 움직임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신규 거래를 처리하고 증명하는 블록체인의 인증 메커니즘은 엄청나게 복잡하다. 머지 이전까지 이더리움 만큼 큰 규모의 플랫폼을 전환하는 걸 꿈도 꾸기 어려웠다. 이번의 이더리움 머지도 테스트와 연구에 몇 년이 걸렸고 여러번 연기됐다. 이더리움은 수천억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이체와 대체불가능토큰(NFT) 수집, 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토콜을 관장한다. 이번 머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모두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었다.

둘째, 새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크게 환영받는다. 기존 이더리움은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는 암호해독 능력의 고출력 컴퓨터를 기반으로 운영됐다. 머지를 통해 “지분증명(staking)”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암호화폐 보유자들이 암호화폐를 맡겨두는데 동의하는 대신 이자를 지급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이더리움의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효율적이 되면서도 환경피해는 크지 않도록 개선됐다. 암호화폐 연구자들에 따르면 새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 사용이 99.95%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큰 장점이다.

셋째, 많은 암호화폐 지지자들이 머지로 이더리움 기반 발행 화폐인 이더리움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더리움 플랫폼 운영에 매년 수십억 이더가 사용돼 왔는데 이 비용이 절감돼 새 이더를 발행할 필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이더 발행규모가 줄어들면 기존 이더의 가치가 오르는 것이다. 또 과거 채굴작업에 막대한 전기료를 지불해야 했던 사람들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암호화폐 업계 리더들은 머지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편다. 이더리움이 환경 부담이 너무 크다는 큰 비난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암호화폐에서 이탈한 사람들의 일부라도 복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당국도 이더리움에 대한 규제를 심하게 하지 않을 것이고 NFT 등을 다루는 회사들에 대한 비판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머지가 암호화폐의 문제를 하룻밤만에 해결할 것인지 의심스럽다. 나아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우선 이더리움의 에너지 사용이 암호화폐가 주류가 되는데 장애였는지가 분명치 않다. 환경 피해 문제가 암호화폐에 대한 주요 비판 쟁점이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회의적이 된 과정은 에너지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 도지코인이나 루나로 큰 돈을 날린 사례들이 뇌리에 박혀있을 수 있다. 해킹과 사기 사건에 놀랐을 수도 있고 암호화폐의 복잡성이나 실용성 부족이 이유일 수도 있다.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 새 화폐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할 수도 있다.

현재 암호화폐가 처한 가장 큰 위험은 최소한 미국의 경우, 감독 당국이 암호화폐를 금지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당국은 스테이블 코인, 폰지 사지, 특정국가에 의한 랜섬웨어 공격, 불투명한 암호화폐 대부 방식에 따라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 등을 우려한다.

머지는 이런 문제들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이더리움이 전보다 에너지 사용이 99.95%가 줄었다고 해서 일반 여론이 조금이라도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예컨대 개리 겐슬러 미 증권감독위원회(SEC) 위원장은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환경 우려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머지는 또 암호화폐간 분쟁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일부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머지가 비트코인을 비하하고 이더리움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투자자들이 보유한 이더리움 비축량에 의해 보증되는 방식인 만큼 새 이더리움은 암호화폐의 중앙집중화를 높여 코인베이스나 크라켓, 리도 등 대형회사들에게 더 큰 권한을 주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더리움을 규제하기가 더 쉬워진다.

나아가 머지가 이미 손해를 본 투자자들을 흑자로 되돌리지도, 루나와 셀시우스 네트워크의 실퍠 사례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자산을 복구하지도 못한다.

머지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을 해낸 점에서 큰 성과임이 틀림없지만 암호화폐는 더 큰 변화가 있어야 다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초장에 김부터 빼서 미안하지만 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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