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최종 기준금리 2.75~3.0% 예상
물가 정점 10월 전망에도 고물가 고착화 우려 커
8월 빅스텝 가능성 낮아…”물가 급등시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에 이어 9월에도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향후 통화정책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 가운데,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까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 2.25~2.50%로 인상하면서,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연 2.25%) 보다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 높아졌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2020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통상적으로 비(非) 기축통화 국가들은 기축 통화국인 미국보다 금리를 높게 유지한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국내 금융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유출될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원화 가치 하락을 가져와 수입 가격이 뛰면서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정부와 한은이 오는 10월 물가 정점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있음에도 고물가 고착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6.0% 올라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물가가 당분간 6%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물가가 7%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인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지난달 4.7%로 전월 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할 경우 고물가가 오래 지속되는 등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남은 세 차례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최소 두 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연말 금리가 2.75~3.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연말 금리가 3.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올해 연말 미 기준금리 상단(3.5%)과 비교하면 최대 0.75%포인트 차이가 난다. 향후 경기침체 우려 해소에 따라 시장 기대는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고물가가 우려스런 상황이긴 하지만 가계부채 이자 부담 증가와 이에 따른 소비 위축,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 한은이 추가 ‘빅스텝’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생각보다 양호하게 나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줄어든 반면, 물가 고점은 아직 확인이 안된 것으로 보여져 올해 연말까지 2.75%까지는 올린 후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이주열 총재가 지난번 금통위에서 당분간 0.25%포인트씩 올리겠다고 명확하게 밝힌 만큼 다음달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다만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되거나, 이와 달리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입장을 바꿀 정도로 큰 변화가 없다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낮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출고일자 2022.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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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현지시간) 또 다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의 금리가 역전됐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2.25%)보다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 높아지게 됐다. 한미 금리 역전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반면 기대인플레가 4.7%로 높은 상황에서 소비자물가까지 7%를 넘어가거나 한·미 금리 역전이 장기화 되면 ‘빅스텝’ 필요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간이라면 모르지만 한·미 금리 역전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고 실제 물가 역시 높은데, 현재와 같은 물가 상승률이 고착화 되면 경제가 더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하는 인상폭 보다는 빅스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침체 가능성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성장 간의 상충관계가 우려되고 있어 통화정책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올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7% 올라 시장 예측(0.3~0.4%)을 웃돌았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물가 급등 등으로 수출과 소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영경 금통위 위원은 “물가의 상승압력이 지속되는 동시에 성장의 하방압력이 확대되면서 성장-물가간 상충관계(트레이드 오프)가 심화된다면 정책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 경우 성장과 물가의 상충관계, 현재와 미래의 성장·물가 경로를 조심스럽게 점검하면서 적절한 통화정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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