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국제유가가 여전히 100달러를 오르내리며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가운데, 하반기 가격 향방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가 뜨거운 유가 상승세를 식혀줄지 아니면 러시아산 석유 공급 중단 등 공급 차질이 불 붙은 유가에 추가로 기름을 부을지 좀처럼 감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복잡한 펀더멘털 속에서 유가가 아직은 위를 향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원유 배럴 [사진=로이터 뉴스핌]

◆ 공급 차질이 더 걱정

3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공개한 월간 서베이에서 이코노미스트들과 애널리스트들은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배럴당 평균 106.82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서베이 결과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직전월인 5월 서베이에서 응답자들이 예상한 연말 평균 브렌트유 전망치 101.89달러보다 5달러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브렌트유가 기록 중인 평균 가격은 배럴당 105달러이며, 이날은 115달러에 마감된 상태다.

동일 서베이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전망치는 102.82달러로 역시 5월 조사 결과인 97.82달러보다 올랐다. 이날 WTI 가격은 전장보다 4.02달러(3.7%) 하락한 배럴당 105.76달러에 마감됐다.

서베이 응답자들은 경기 둔화가 수요 감소로 이어져 유가를 다소 진정시킬 수도 있겠지만 타이트한 공급 우려가 수요 감소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민주당이 석유 회사의 초과 이익에 세금을 물리려 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가 통제를 위해 최대 45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 방출 등을 지시했지만 공급 차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판단이다.

이들은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으며, 작년 대비 일일 평균 230만배럴에서 500만배럴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응답자들은 내년에도 일일 평균 200만~230만배럴 정도의 증가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애널리스트들 상당수는 OPEC+의 생산량이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투자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이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와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원유 시추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가 200달러 전망 등장

월가 유명 투자은행(IB)들의 유가 전망치 상향이 잇따르는 가운데, 최근에는 200달러 전망까지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초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하반기 중 140달러를 넘어선 뒤 내년까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고, 모간스탠리는 3분기 중 150달러 돌파를 예상했다.

또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지속될 경우 유가가 175달러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스웨덴 은행 SEB 애널리스트 얀 스킬드롭은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일환으로 논의 중인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가 오히려 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킬드롭은 수요는 강력하고 공급은 부족한 현 상황에서 이미 러시아가 석유 시장 내 막대한 파워를 쥐고 있는데, G7이 가격 상한제를 추진할 경우 러시아가 공급을 아예 중단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G7은 러시아 석유 수출이 줄지 않길 바라고 있는데, 만약 러시아산 석유 공급이 끊어지면 현재 배럴당 117달러인 유가는 200달러 위로 치솟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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