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장 가치 영구적…나만의 추억 간직 가능한 장점
# 가상지갑·암호화폐 등 시작 까다롭고 비용도 들어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크리스마스를 맞아 대체불가능토큰(NFT) 상품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알렉스 캐튼(24)은 함께 살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민하다가 여자친구의 고향 마을 미시사우가를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전경에는 고향 마을 모습을, 배경에는 현재 두 사람이 살고 있는 토론토의 멋진 스카이라인을 넣은 사진을 만들기로 했다. 여자친구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담은 것이라고 생각해 흐뭇했다.

그는 사진 원본을 200달러(약 23만7000원)을 주고 디지털 자산인 NFT 형태로 샀다. 컴퓨터 전문가로서 NFT에 대해 잘 아는 캐튼은 여자친구가 가상이 아닌 ‘손에 잡히는’ 선물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 사진을 인쇄해 포장해 선물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문하기엔 이미 늦은 시점이다. 그러나 NFT 선물은 여전히 ‘멋진 선물’이 될 수 있다. 공급부족 문제로 물건 구입이 어렵고 가격이 오르는 데다,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쇼핑하기도 꺼려지는 시기니 말이다.

NFT는 영상이나 소리의 소유권이 보장되는 디지털 자산이다. 지난해 처음 개발된 NFT지만 비플이라는 작가의 작품이 경매에서 6900만달러(약 819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멜라니아 트럼프 전 대통령 부인이 자신의 눈을 그린 NFT를 선보였고 미식축구 MVP인 톰 브래디는 자신의 대학교 지원서와 낡은 운동화를 NFT로 만들었다.

NFT는 야구카드 수집 취미를 투자와 결합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세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NFT가 더 접근하기 쉽다. 블록체인에 저장돼 있는 유일한 디지털 자산을 살 수도 있고 아니면 귀여운 선원모자를 쓰고 있는 원숭이를 그린 만화를 살 수도 있다.

일단 산 뒤엔 영원히 아끼면서 소장하거나 팔아치울 수도 있다.

NFT를 선물하더라도 기존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공동점이 있다. 시간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것이다. 다만 최소한 소장가치는 영구적으로 남는다. NFT가 감상도 할 수 있고 복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진작에 모든 크리스마스 선물을 NFT로 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NFT는 가상 지갑에 저장할 수 있다. 다만 저장한 채로 방치하면 NFT에 담긴 사연들은 즐길 수 없게 된다. 주문이 밀려 있는 제품을 구하지 못해 제때 선물을 하지 못할 경우 제품 사진을 보내는 일이 흔하다. NFT의 실물을 만드는 것은 가상 세계를 실세계로 전환하는 정반대의 행동이다.

캐튼이 했던 것처럼 프린트해 포장하는 식이다. 미술교사인 크리스텐 랭어는 조카들에 대한 선물로 가상지갑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새 가상지갑을 만들면 지갑을 열기 위해 필요한 단어들 리스트를 받게 된다. 랭어는 이 단어들을 멋진 글씨체로 써서 조카들에게 줬다. 3D 프린팅 회사인 아이템팜사는 최근 NFT를 실물 버전 인쇄해 달라는 주문이 많다고 밝혔다. NFT에 대한 소유권을 과시하는 위한 용도라고 한다.

NFT를 사고 파는 사람들에게 NFT는 단순한 흥미거리가 아니다. 열정을 자극하는 취미와 유사하고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헌신을 표상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리아나 벤튼은 자신의 꿈꿔온 휴가 희망지 리스트를 NFT로 만들어 가지고 있다. 남편이 적극 권해서 마지 못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부부가 마리아나의 NFT를 보며 끝없이 대화한다.

두 자녀를 둔 이 부부는 온 가족이 가상지갑을 가지고 온갖 것들을 수집하고 있다. 부부는 야구카드를, 모든 식구가 포케몬 카드를 가지고 있고 10살 난 딸은 학교 과제로 NFT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했다. 마리아나는 자신이 딸과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서 NFT를 만들었다고 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NFT를 선물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받는 사람이 가상 지갑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주는 사람은 NFT를 살 수 있는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초기 진입비용도 최소 몇 백 달러에 달한다. 문화도 다르고 사용하는 말도 생소하며 트위터계정도 있어야 하고 분쟁도 일부 생길 수 있다.

마리아나의 남편 알렉스는 어머니에게 NFT 선물을 했다. 어머니가 원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알렉스의 트위터를 팔로우해 더 긴밀하게 지내길 원했고 그래서 가상지갑을 만들어 NFT를 선물한 것이다.

어머니로선 멋진 스카프를 선물로 받는 것과는 달리 완전히 새로 배워야 하는 세상에 발을 들이거나 아니면 할아버지가 남긴 채권이 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장롱 속에 처박아두는 것처럼 잊어버려도 된다.

크리스텐 랭어의 남편 조시는 크리스텐에게 시서스 시스터즈의 노래 “춤출 기분이 아니예요(I Don’t Feel Like Dancin’)을 NFT로 만들어 선물했다. 크리스텐이 대학 시절 항상 듣던 노래다. 크리스텐은 “얼마에 팔 수 있을 진 모르지만 내게는 정말 특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광이자 변호사 시험 준비중인 이안 셴홀름은 암호화폐와 NFT에 푹 빠진 사람이다. 매일 몇 시간씩 검색해 지식을 모으고 여자친구 에밀리 코넬리우스와 대화에도 자주 화제로 올린다. 그렇지만 에밀리는 NFT로된 선물을 받는 것을 거부했다. “그보다는 뭔가 의미 있는 것을 받고 싶다. 그게 진짜 선물”이라는 게 에밀리 생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속보는 블록미디어 텔레그램으로(클릭)

같이 보면 좋은 기사

파키스탄 국민, 외환보유고보다 많은 200억달러치 암호화폐 보유–파키스탄 상공회의소

2022년 암호화폐 긴 강세장이 오는 7가지 이유–라크 데이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