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계열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클레이튼’ 먹통사건 전말

[블록미디어 프로메타 연구소 최창환 소장]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카카오톡. 카톡이 하면 안 되는 사업이 없다. 플랫폼 기업의 위력이다. 이런 카카오가 딱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이 있다. 블록체인 비즈니스다.

카카오 계열사 중에 그라운드X가 있다.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이 클레이튼이다. 클레이튼은 순수 독자 기술로 만든 것은 아니다. 기존에 나와 있던 블록체인을 가져다가 여기저기 손을 봤다. 클레이튼이 지난 13일 오전 9시부터 40시간 가까이 먹통이 됐다. 블록체인이 새로운 블록을 만들지 못하고 작동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블록체인이 맞나?

클레이튼이 고장 난 이유는 메모리를 공유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클레이튼 개발사 측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블록체인을 컴퓨터 용어로는 분산원장기술이라고 한다. 장부를 여러 곳에 나눠서 보관한다는 뜻이다. 장부를 보관하고,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면 이를 업데이트하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를 노드(node)라고 한다.

블록체인은 다수의 노드가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노드가 모조리 죽지 않는 한, 단 1개라도 살아 있으면 장부는 안전하다. 그래서 분산이다. 그래서 탈중앙이다.

클레이튼 가동 중단을 알리는 공지. 출처=클레이튼 홈페이지

그렇다면 클레이튼이 40시간 멈춘 것과 노드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클레이튼은 30개의 노드를 가지고 있다. 이를 ‘거버넌스 카운슬(Governance Council)’이라고 한다. 국내외 30개 기업이 클레이튼 네트워크에 배타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전 세계에 수 많은 노드가 있다.

클레이튼은 일종의 클럽을 만들어 이 클럽에 가입한 기업에만 노드 역할을 맡긴다. 거버넌스 카운슬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회사들이다. 이론적으로는 이 30개의 노드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클레이튼 블록체인이 잘 작동하는지 살피고, 필요한 의사 결정도 하게 돼 있다.

클레이튼 먹통 사고 당시 30개 노드는 뭘 하고 있었을까. 개발 총괄인 그라운드X나 거버넌스 카운슬에서는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 확실한 것은 30개 노드가 일시에 망가졌다는 것이다. 단 1개만 살아 있었어도 블록체인은 멈추지 않아야 정상이다. 무려 40시간 동안 30개의 쟁쟁한 기업들이 속수무책이었다.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 명단. 출처=클레이튼 홈페이지

발만 동동 구른 투자자들

KT의 인터넷이 갑자기 끊어졌다. 그 여파로 수많은 기업, 자영업자, 주식 투자자들이 인터넷 블랙아웃으로 피해를 봤다.

클레이튼 먹통도 비슷한 피해를 줬다. 클레이튼 블록체인으로 만든 코인들이 있다. 클레이튼이 가동을 멈추자 해당 코인들도 작동을 멈췄다.

코인이 상장돼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해당 코인들의 입출금을 막았다. 시스템이 안정화될 때까지 암호화폐 지갑 간 이동을 막은 것이다. 다행히 주말에 사고가 터졌기 때문에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디지털 자산시장 전체가 어떤 이슈로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면 해당 코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었다.

클레이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금융(DeFi 디파이)도 대혼란에 빠졌다. 디파이는 코인을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클레이튼 블록체인상에서 작동하는 디파이도 작동을 멈췄다. 디파이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제대로 이자가 지급되는지, 예치한 코인이 잘 보관되어 있는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불안과 손실 가능성이 40시간 동안 이어진 것이다.

NFT는 안전한가?

클레이튼 먹통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도 13시간 동안 셧다운된 적이 있다. 당시 사고 원인은 노드 간 통신 문제로 알려져 있다. 그 사고 이후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 기반의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을 확장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NFT가 새로운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자신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예측은 정확하게 맞았고, 클레이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많은 NFT가 발행됐다. NFT는 블록체인 위에, 즉 전자적 장부에 “이것은 홍길동이 그린 그림입니다”라고 인증 도장을 찍는 것과 같다. 만약 클레이튼 네트워크에 이상이 생겨서 이런 도장이 유실된다면?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디지털 아트 NFT가 공중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 클레이튼 사고는 네트워크를 재부팅하면서 NFT 데이터가 유실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한 번 신뢰를 잃은 장부에 인증 도장을 찍을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곤혹스러운 카카오

투자자와 NFT 소장자도 놀랐지만 카카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카카오의 많은 계열사들이 그라운드X가 개발한 클레이튼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NFT, 메타버스 등 신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4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그라운드X의 기술력과 공동체 내 강력한 콘텐츠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NFT 관련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 측도 “게임·메타버스·스포츠 등에 특화한 NFT 거래소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프렌즈게임즈의 보라 코인을 클레이튼 기반으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이번 클레이튼 셧다운 사고의 원인이 근본적인 기술 결함 때문이라면 카카오 계열사들의 NFT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뢰할 수 없는 기술 위에 NFT 사업을 벌일 수는 없지 않나. 클레이튼 운영에 참여하는 30개 거버넌스 카운슬 업체들도 마찬가지 걱정을 하고 있다.

거버넌스 카운슬 업체들도 불똥

거버넌스 카운슬 업체와 다른 외부 업체들도 클레이튼 기반 NFT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당장 위메이드의 위믹스는 클레이튼 NFT와 호환 서비스를 준비 중이었다. 위메이드는 “게임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Play to Earn)”는 개념을 도입한 ‘미르4’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히트를 했다.

클레이튼 노드로 참여 중인 위메이드는 미르4의 NFT를 클레이튼 블록체인과 상호 호환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불안한 클레이튼과 계속 사업을 해야 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을 발간하는 한경미디어그룹도 곤란한 상황이다. 한경은 계열사 블루밍비트를 통해 클레이튼 기반 NFT 프로젝트인 스탯(STAT)과 공동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클레이튼 네트워크에서 NFT를 발행하고 이를 수익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 그대로 진행될 것인지 불분명해졌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은행에 있다.

중앙은행까지 불똥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폐나 동전이 아닌, 중앙은행이 디지털 기술로 발행한 돈이 CBDC다. 이 실험의 기술 용역을 그라운드X가 맡고 있다.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 개발 경험 등을 무기로 한국은행이 입찰한 기술 용역 계약을 따냈다. 당시 그라운드X와 경쟁한 회사는 네이버의 암호화폐 개발 회사 라인플러스, SK주식회사 C&C 등이다. 블록체인 기술로는 자신 있다는 회사들이 다 떨어지고 클레이튼을 만든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가 한은과 계약을 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그라운드X를 기술 용역회사로 지정, 디지털 통화 모의 실험을 진행 중이다. 출처=연합뉴스

앞서 지적한 대로 그라운드X가 만든 클레이튼 블록체인은 순수 독자 기술로 만든 것이 아니다. 지난달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도 이 점을 지적하는 의원이 있었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그라운드X는 자체 원천기술이 없다. 이더리움 기술을 사용 중이다. 앞서 국감에서 지적된 롤업 기술 등도 검증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CBDC 개발을 위해 기술적인 전문성을 고려해 업체를 선정했다. 외부전문가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심사를 진행했다. (원천기술이 없다는 것은) 기우이다”라고 답했었다.

클레이튼이 40시간 먹통이 되고, 그라운드X가 이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만큼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일단 그라운드X와의 계약은 그대로 간다는 입장이다. 클레이튼과 별개로 CBDC 기술 개발과 모의 실험이 따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한국은행도 기술력에 흠집이 간 그라운드X에 계속해서 CBDC 개발을 맡겨야 하는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신뢰를 신뢰하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의 철학은 신뢰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 기업이 전권을 쥐고 시스템을 만들고, 시스템을 운영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술력과 운영 능력을 믿어달라고 한다. 전 국민이 쓰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시킨 우리를 믿어달라고 한다. 그게 카카오다.

카카오의 이런 자신감은 블록체인 비즈니스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그라운드X를 내세웠지만 사업을 진행하는 스타일이 판박이다.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에 들어온 30개 기업들은 들러리였다. 모든 것을 그라운드X가 주도했고, 카카오톡 위에 성과물을 올려서 단번에 시장을 장악하려 했다. 클레이튼 40시간 먹통의 책임도 고스란히 그라운드X의 몫이 됐다.

블록체인은 특정 주체에 모든 것을 밀어주지 않는다. 누군가 그 주체를 공격하면 시스템을 셧다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에게도 힘을 몰아주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전폭적인 신뢰를 주지 않는다. 블록체인 노드는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견제하면서, 한 곳이 고장 나더라도 다른 곳이 얼른 그 공백을 메운다.

카카오는,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거대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독점적 이익에 취한 카카오가 앞으로 제대로 된 블록체인 사업을 할 수 있을까?

* 이 기사는 한국일보 기승전 비트코인 칼럼에 20일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