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계좌 발급 기준 여전히 모호…”당국 신고제 도입 필요”


[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의 실명확인 계좌 획득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소형거래소들은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명계좌 획득과 관련해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 어떤 점을 준비하고 보완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 집금계좌 조사로 실명계좌 발급 압박…”은행 기준 여전히 모호” 불만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전수조사를 통해 금융회사들의 집금계좌(벌집계좌) 운영 실태를 파악한 결과 79개 가상자산 사업자가 보유중인 집금계좌 중 위장계좌를 14개 적발했다.

집금계좌는 돈을 거두고 모아두는 목적의 계좌로 법인 명의로도 만들 수 있다.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소가 악용할 경우 위장, 타인계좌를 통해 고객 예치금을 빼돌리고 사업을 폐업해버리면 추적이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가상자산업계는 금융당국의 이번 전수조사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을 시행하기 전 가상자산 거래소들에게 실명계좌 발급을 독촉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금법에 따르면 신고마감일인 9월24일까지 은행에서 실명확인된 계좌를 개설해야 원화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인빗 등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들의 실명계좌 발급받은 곳이 아직 없다.

중소형 거래소들은 은행들이 아직 제대로 된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서 실명확인 계좌 가이드라인을 공개했지만, 100여개에 달하는 전체 평가항목 중 일부 10개 항목만 공개됐고, 요건을 모두 충족해도 은행에서 계좌 발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지속돼 실효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개된 평가기준에서도 중요한 항목은 대부분 빠져있는데다 연합회에서도 가이드라인과 은행별 내부기준이 동일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면서 “거래소들에게 제공했다기보단 은행연합회가 각 은행들에게 참고용으로 제시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업권법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가상자산업권법 이전에 실명확인 계좌 발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참석자였던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는 “은행의 실명확인 계좌 발급 심사 절차에서 투명성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거래소들이 은행에 심사를 받은 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어떤 것들이 부족하니 준비하라고 사유를 알려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했던 은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회사 독립적 판단’ 영역…거래소 “당국 신고제로 바꾸자”

금융당국은 실명확인 계좌 발급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은행이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질의 서면답변에서 실명확인 계좌와 관련된 내용에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금융회사 등은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시 자금세탁 위험을 판단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차원에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시 금융회사가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자금세탁 위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실명확인 계좌발급 없이도 영업을 허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금법에는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주어지는데, 실명확인 계좌 발급이 중복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가상업계 관계자는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것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신해 은행이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을 이행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특금법 개정법의 핵심은 가상자산 거래소도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중복규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실명계좌 발급을 받지 않고도 가상자산 사업자가 영업을 할 수 있록 하려면 특금법 개정안을 또 다시 바꿔야 해,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 대표는 “실명확인계좌를 받지 못하더라도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가상자산 간 교환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신고제도로 변경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kimth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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