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은행과 가상자산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가 활발해지도록 은행에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기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얼마나 논의에 참여할지 관심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들과 은행연합회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은행연합회, 코스콤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만든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거나 참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 금융당국 가상자산 대응 위해 TF 꾸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에 대한 TF를 금융 5개 작업반으로 나눠 운영한다. ▲ 일일상환반 ▲신고수리반 ▲ 현장컨설팅반 ▲자본시장반 ▲제도개선반으로 나눠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5개 TF 모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TF에 참여할 예정”라며 “금융당국에서 조율을 해주는 것을 바탕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은행들과 은행연합회는 TF 참여를 통해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된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가상자산과 얽혀있는 외국환 관련 규제를 비롯해 오는 9월까지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한 거래소에 대한 대응 방안 등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TF라기보다는 내부 협의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번 협의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와 관련된 후속조치로 이뤄지는 것이며, 은행들의 협의 참여 여부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은행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한 후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고의성이나 과실이 없으면 은행이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 기준에 대한 논의가 쟁점이다.

이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은행의 가상자산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제휴가 종전보다 더욱 활발해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했다가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은행에도 책임 소지를 물을 수 있어 우려가 있어 일부 은행들만 실명계좌를 발급하는데 그쳤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연결된 계좌가 자칫 대포 통장의 대체 수단 등으로 활용될 수 있어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리스크도 있다.

◆ 실명계좌 발급 제휴 없는 은행들 TF 얼마나 참여할까…”면책 기준만 마련된다고 능사 아냐”

일각에서는 TF에 현재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통해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는 신한은행이나 농협은행의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로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상자산과 관련해서 논의에 참여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 등을 모니터링해서 기존의 금융당국 TF에서 면책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검토를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TF 참여를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TF는 금융당국이 주도하고 있는데다 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은 모두 가상자산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하지 않고 있어 향후 논의에 참여할지는 봐야 한다.

가상자산거래소와의 거래시 면책 기준만 마련해준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달에서야 가상자산 관리·감독 기관으로 정식 지정되면서 이제서야 규제에 시동을 걸고 있어 은행으로서는 구체적인 세부 감독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가상자산거래소와 손을 잡기가 어렵다.

또 가상자산은 특성상 국내 규제 뿐만 아니라 해외 규제와도 얽히기 십상이어서 심도깊은 검토없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어렵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가상자산 송금시 발신자와 수신자의 신원 확인을 의무화하는 규제인 ‘트래블 룰’만 봐도 해외에서 거래된 가상자산이 국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외국환 거래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한편 가상자산거래소들의 마음은 급하다. 가상자산거래소는 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25일까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고 은행과 협약해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운영을 할 수 없다. 거래소의 실명 계좌 연결 여부의 결정권이 은행에게 있으니 은행의 선택에 따라 상당수 거래소의 운명도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