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황영훈 기자] 쿠코인 해킹에 이어 비트맥스에 대한 자금 세탁 및 가격 조작 혐의까지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 선물 거래 1위를 기록하던 비트맥스를 기소했다는 소식은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고, 해당 거래소에서 다른 거래소로 코인들이 대거 이동하는 등 파장이 계속됐다.

그러나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는 이미 시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바이낸스를 비롯한 다른 거래소들의 평균 미청산 계약이 16% 이상 늘어났다는 분석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암호화폐 파생상품 산업의 성장은 모든 거래소에게 달려있다. 정책 리스크에 즉각 대응하며 자체적인 보안 시스템을 갖춘 엄선된 거래소만이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거래소 보안 사고 잇따라

블록체인 해킹 기록 기관인 슬로우미스트(SlowMist)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블록체인 업계에서 130건 이상의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플러스토큰(Plustoken)의 20억 달러(약 2조 2천억원) 상당의 암호화폐 유출 사건, 바이낸스의 7,074개 비트코인 도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왜 암호화폐 보안 이슈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한 것일까?

암호화폐 해킹과 관련된 대부분의 피해는 ‘핫 월렛’에서 발생했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해킹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바이비트 등 일부 거래소들은 ‘콜드 월렛’ 시스템을 갖췄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자산은 완전히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온라인 승인에서 필요한 ‘개인키’ 유출은 불가능하다.

벤 저우 바이비트 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보안성은 리스크 방지와 보안 메커니즘 뿐만 아니라 거래소의 정책 리스크(운영이 중단되지 않으며), 신용 및 업무 리스크(정보가 유출되지 않으며), 시장 리스크(가격이 조작되지 않으며), 운영 리스크(관리 부족으로 파산되지 않으며) 및 기술 리스크(해킹으로 자산이 도난되지 않음)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보안 투자 15% 수준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불합리한 시세 변동 및 가격 조작 등 시장 리스크에도 투명하게 대비해야 한다. 대부분의 파생상품 거래소들은 가격 조작으로 인한 부당한 강제청산으로부터 보호하는 이중 가격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바이비트는 분산형 금융(DeFi) 프로토콜에 오라클을 제공하도록 최적화된 블록체인인 체인링크(LINK)의 가격피드를 통합하고 있다. 거래소 내부 지수와는 별개로 추가 가격 데이터와 인덱스에 접근해 고객들이 공정한 가격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보안에 대한 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보안의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다. 보안에 대한 투자가 완벽한 거래 환경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소가 중시하는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산업과 금융 산업의 전체 자산 대비 평균 보안 투자 비율은 각각 10%와 5~8%를 차지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대부분의 거래소들은 약 15%를 기록하고 있으며 바이비트는 2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51% 공격도 주의해야

거래소들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대다수의 채굴자들이 블록체인의 보안을 위반하는 ‘51% 공격’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작업증명’에 기반한 코인을 상장한 현물 거래소가 이 같은 공격에 가장 취약하다. 지난 2016년, BTG가 1,800만 달러(약 200억원) 규모의 공격을 받은 이후, 비트렉스(Bittrex) 거래소는 BTG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거래소들이 엄격한 상장 기준을 갖춰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비트 거래소의 상장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바이비트는 현재, ‘51% 공격’의 가능성이 낮고 거래 경험이 보장된 주요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페어만 상장하고 있다.

단 한 번의 ‘51% 공격’으로 여러 거래소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면, 이를 미리 감지할 수는 없을까? 연구에 따르면, 채굴 생산, 파생상품 시장의 불규칙성, 거래소의 대량 예금 규모, P2P 네트워킹 추적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변동성 속에서도 BTC와 ETH의 꾸준한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시률이 높게 유지되면, 다수를 장악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기 때문이다. 즉, 거대한 네트워크를 갖춘 암호화폐 시장은 ‘51% 공격’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의미다.

◇규제 속 기관투자자의 참여…선물시장 역할 중요

거래소의 자체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각국 당국의 규제와 정책도 필요하다. 당국이 불법 행위, 증권법 위반, 돈 세탁, 가격 조작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 자체가 암호화폐 시장의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 속에서 기관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비트코인을 채택하고 있다.

글로벌 간편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팔이 주요 암호화폐의 거래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미국의 상장기업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와 스퀘어는 상당 수준의 자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직접 투자에 더해 선물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가 가시화됨에 따라 파생상품 시장의 역할도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