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가총액 3위인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는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ㆍ핀센)에 정식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테더를 이용한 돈세탁이나 테러자금조달 등 불법으로 의심되는 거래 행위가 발생하면 미 당국에 보고된다. 테더 측은 USDT가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는 일부 경쟁사의 주장과 달리 테더는 규제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시세조작, 뉴욕 검찰과의 전면 대치 등 그간 테더가 불러온 의혹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테더, FinCEN 등록… “범죄 관련 감독 받아”
10월 24일(현지시간) 테더 관계사 비트파이넥스(Bitfinexe)의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트위터를 통해 “일부 사람들은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 규제를 받고 있어 테더보다 더 낫다는 식의 유언비어를 퍼트린다”며 “하지만 테더는 핀센에 등록돼 있어 규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주장은 업계 내부에서 테더가 오랫동안 당국의 규제를 회피해 왔다는 인식이 자리잡았고, 경쟁사들이 테더를 깎아내리고 자사를 홍보하는 데 이를 악용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테더가 핀센으로부터 돈세탁이나 테러자금조달 등 범죄행위에 연루됐는지 여부에 대해 감독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핀센은 미국 국내외의 재무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재무거래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는 기관으로 금융서비스 사업 및 거래계좌 등록, 의심스러운 금융활동 보고서 제출 등을 금융기관에 요구할 수 있다. 즉 핀센에 등록됐다는 건 누군가 테더를 이용해 불법 행위를 시도할 경우 당국에 고스란히 보고된다는 의미다.

#의혹은 여전히 남아… USDC 등 대안 삼기도
그럼에도 테더에 대한 업계의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 조작설부터 시작해 손실 은폐 등 그간 테더가 미심쩍은 행보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2년 전에는 누군가 테더를 이용해 비트코인 가격을 임의로 조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존 그리핀(John Griffin) 미 텍사스대 교수와 아민 샴스(Amin Shams) 오하이오주립대 조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7년 3월부터 1년간 테더로 비트코인을 매입한 87건의 거래가 비트코인 가격을 50% 가까이 상승시킨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테더 측은 이에 대해 전면 부인했으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혹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와 더불어 테더의 달러 준비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심이 수차례 나오는 데도 테더 측이 반박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어 업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테더가 뉴욕 검찰과 1년 넘게 법적 공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불신을 키운다. 앞서 2019년 4월 뉴욕 검찰은 비트파이넥스에서 발생한 8억5000만달러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테더 준비금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했다. 테더 측은 “검찰의 주장과 달리, 해당 금액은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고 반박하며 뉴욕 대법원에 이의제기를 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관련 증거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지난 9월엔 뉴욕 검찰이 당시의 금융 정보를 담은 보고서를 2개월 내 제출할 것을 테더 측에 요구했지만, 테더는 검찰이 요구한 내용이 턱없이 광범위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기간 내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처럼 테더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거세지자 일부에선 테더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 9월 25일 암호화폐 평가 업체 와이즈 레이팅스는 테더가 달러 준비금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유에스디코인(USDC), 다이(DAI) 등을 대안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테더의 시가총액은 160억달러를 웃돌며 암호화폐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년새 41억달러에서 163억달러로 4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올 들어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시장이 활황세를 띠면서 테더의 수요도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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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