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암호화폐에 긍정적 입장을 보여온 히스 타버트(Heath Tarbert)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이 지분증명(PoS) 방식의 이더리움 2.0과 디파이(Defiㆍ탈중앙화 금융) 토큰의 증권 여부에 대해 “이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결정한 사항”이라며 답변을 유보했다. 다만 이더리움 2.0이 더욱 탈중앙화되고 효율적이라면 기존 작업증명(PoW) 방식 이더리움처럼 상품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디파이의 경우 프로젝트별 운용과 토큰 배포 방식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근 CFTC와 미 법무부로부터 철퇴를 맞은 마진 거래소 비트멕스와 관련해선 “규제를 준수하지 않는 거래 플랫폼을 추적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며 향후 제2의 비트멕스 사태가 터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PoS 기반 이더리움 2.0 “증권? 확실치 않아”
10일 14일 타버트 위원장은 암호화폐 미디어 코인데스크의 ‘투자: 이더리움 이코노미 가상 컨퍼런스’ 인터뷰에서 지분증명(PoS) 합의알고리즘 기반 이더리움 2.0을 통해 발행된 이더의 증권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불분명하다”고 답변했다. 기존 작업증명(PoW) 방식으로 채굴되는 이더는 비트코인처럼 상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타버트 위원장은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CFTC가 아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해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증권 여부 판단은 SEC 견해에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라며 “SEC가 증권이 아니라고 결정한다면 그 시점부터 우리도 상품으로 여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시스템이 분산화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증권이 아닌 상품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더리움 2.0이 기존의 높은 비용, 막대한 전력량 등을 개선한 친환경적 솔루션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디파이는 혁신적… 단, 10년 이상 바라봐야”
타버트 위원장은 디파이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디파이의 이념은 혁신적”이라며 “결국엔 금융 시스템과 이용자 간 중개가 불필요한 사회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당장 이런 변화가 찾아오리라는 데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0년 이상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디파이의 증권 여부와 관련해서는 이더리움 2.0과 마찬가지로 명쾌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디파이 운용과 토큰 배포 방식에 따라 증권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 유니스왑의 거버넌스 토큰 UNI의 경우 증권의 속성도 가지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증권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UNI는 초기 에어드랍 형식으로 배포됐다. 이처럼 사람들이 공짜로 토큰을 가질 경우엔 토큰 가격이 떨어져도 경제적 손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타버트 위원장은 설명했다. 이 역시도 “SEC가 판단할 부분”이라며 답변을 유보했다.

디파이 개발팀이 토큰을 보유하지 않는 경우에도 규제를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타버트 위원장은 “창업자 입장에서 이같이 공정한 배분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시세조작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규제 당국은 엄격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멕스 말고도 또 있냐는 질문에 “아마도”
CFTC와 미 법무부로부터 피소 당한 비트멕스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달 초 비트멕스는 미등록 파생상품 거래소 운영과 자금세탁방지 위반 등 혐의를 받아 형사 고발됐다. 8일(현지시간) 비트멕스 측은 아더 헤이스(Arthur Hayes)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사무엘 리드(Samuel Reed)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이 잇달아 사퇴했다고 밝혔으며, 12일엔 자금세탁방지와 규제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말콤 라이트(Malcolm Wright)를 최고준법감시책임자(CCO)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비트멕스가 미 당국의 강경 조치에 백기를 들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비트멕스 제재에 관해 타버트 위원장은 “미국은 디지털자산 산업을 주도하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건 디지털 자산 거래 혁신자들이 미국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미국 법을 무시하는 해외 거래소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타버트 위원장은 “CFTC는 비트멕스처럼 규제를 지키지 않는 거래 플랫폼을 추적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며 현재 예의주시하는 플랫폼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그런 것 같다”고 답변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출처: 조인디 / 원문기사 링크: https://joind.io/market/id/3713
※조인디와의 전제 계약을 통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