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강주현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 제작사 스카이피플이 만든 블록체인 기반 RPG 게임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의 등급 심사를 지난 17일 또 연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게임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또 심의 연기된 ‘파이브스타즈’…NFT 때문?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의 심사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20일 심의를 접수한 이후 2개월에 걸쳐 게임위가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게임등급 분류 신청이 접수되면 통상 15일 이내에 등급을 통보받는 것과는 사뭇 다른 일이다.

게임위에서는 이번 등급 연기 사유에 대해 “블록체인을 활용하지 않는 일반 게임 콘텐츠는 문제가 없으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를 이용해 게임 아이템을 개인 자산화하는 것에 대하여 추가적인 심층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내년 3월 특금법 시행과 문체부의 정확한 시행령이 있기 전까지는 무기한 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스카이피플은 게임위는 이미 지난 두 달간 여러 번에 걸쳐서 블록체인 기능에 대한 추가 설명자료를 요청했으며 업체는 해당 요청에 따라 자세한 설명을 포함한 보완자료를 계속 제출했지만 ”심의 결론이 나지 않아서 많이 답답하다”며 “결국 심의가 나지 않는 이유는 게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저 자산화에 대한 확답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럼에도 “정부기관의 심의 체계를 존중하여 국내 규제에 맞추어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심의 통과 의지를 밝혔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과 게임을 결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 샌드박스’나 ‘크립토 키티’와 같이 NFT를 적용시킨 게임이 출시되어 NFT 게임 아이템이 활성화된 상태이다. 대형 해외 게임 제작사인 유비소프트의 경우 직접 블록체인 부서를 사내에 운영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게임 컨퍼런스를 주최했다.

일본의 경우 “게임 같은 플랫폼에서 발행된 NFT의 성격에 대해서는 그 성질에 대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지불 성격으로 쓰이지 않는 NFT 아이템(트레이딩 카드 등)들은 비트코인과 이더 같은 코인들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고 해석했다. 일본 라인에서는 VVID라는 플랫폼을 통해 NFT 카드 수집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결제서비스법(Payment Services Act, PSA)를 통해 작년부터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규정했다. 게임 아이템과 같은 NFT는 한정된 목적의 디지털 결제 토큰(Limited purpose digital payment tokens)로 분류될 수 있는 여지를 두어 게임 내 자산의 NFT화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 아직 블록체인 게임이 넘어야할 높은 장벽 

‘낮은 대중 인식’이 블록체인 게임의 해결 과제로 지목됐다. 지난 달 6일 한국갤럽은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를 통해 “게임 이용자들은 블록체인 게임에 관심 없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조사는 게임산업 실태조사 중 하나로 게임 산업의 최종 소비자인 게임 이용자의 게임 이용현황 및 게임에 대한 인식을 파악해 게임산업 육성과 투자 활성을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자 이뤄졌다.

블록체인 게임 인지도 조사 결과 ‘블록체인 게임을 들어본 적 없다’고 대답한 비율이 56.3%로 가장 높았다. 이후 ‘블록체인 게임을 들어봤으나 자세히는 모른다’고 대답한 비율이 34.7%로 많았다. 반면, ‘블록체인 게임 명칭과 개념을 모두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9%에 불과했다.

블록체인 게임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38.3%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관심이 있는 편’이란 대답이 32.1%로 많았다. ‘전혀 관심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은 21.1%로 한국갤럽은 “블록체인 게임에 관심 없는 편”이 59.4%로 과반수를 차지한다고 봤다. ‘블록체인 게임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8.5%에 불과했다.

게임위의 규제 역시 넘어야할 산이다. 지난해 11월 게임위는 블록체인 게임 인피니티스타가 제출한 등급분류 신청에 대해 우연성과 사행성을 이유로 거부했다. 게임위가 등급 분류를 거부한 게임은 시장에 유통할 수 없다. 당시 게임위는 인피니티 스타 내부에서 유통되는 게임머니가 법정화폐와 동일한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사행성을 조장해 규제한다고 말했다.

게임위는 지난 2017년 출시된 유나의 옷장이란 블록체인 게임도 규제한 바 있다. 이 게임은 플레이 및 이벤트 보상으로 자체 암호화폐 ‘픽시코인’을 상장해 외부 거래소 환전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게임위는 이에 등급 재분류를 통지했고 유나의 옷장은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다. 인피니티 스타는 유나의 옷장과는 다르게 자체 암호화폐는 만들지 않았지만, 게임 아이템을 이더리움 기반의 NFT로 발행했다. 게임위는 인피니티 스타의 NFT 토큰 역시 문제 삼았다.

◆ 계속되는 게임사들의 활로 모색…보라와 대퍼랩스 

블록체인 게임사들은 계속해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보라 개발사 웨이투빗은 지난 17일 인기 게임 ‘테일즈런너’ IP를 확보한 카이엔터테인먼트와 모바일 공동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사는 테일즈런너 IP를 기반으로 모바일 게임을 일반 버전과 블록체인 버전으로 개발해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전 지역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테일즈런너는 동화를 배경으로 게임 속 캐릭터가 친구들과 함께 점프, 수영 등을 하며 달리는 레이싱 게임이다. 국내 1000만, 중국, 태국, 미국, 싱가폴 등 해외 9개국에서 6000만 명 이상의 유저를 확보했다. 테일즈런너 IP는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학습만화, 카드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도 제작되어 수출되고 있다.

이더리움 기반 인기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키티’를 개발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데퍼랩스는 최근 블록체인 메인넷 ‘플로우’를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활용 게임인 ‘NBA탑샷’ 베타 서비스를 공개했다. NBA탑샷은 대퍼랩스 자체 메인넷 플로우를 활용해 개발된 디지털 콜렉터블 게임 플랫폼이다. NBA 리그 역사상 중요한 순간이나 농구팬 개개인이 좋아하는 라이브 장면을 구매하고 소유하며 교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 내 자신만의 팀을 구축할 수 있으며 타 유저팀과 경쟁할 수도 있다. NBA탑샷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된다.

스카이피플은 심의와 별개로 블록체인 기능이 포함되지 않은 일반 버전의 ‘파이브스타즈’는 지난 5일부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시작했으며 9월 내로 출시할 예정이다.